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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Aug 26. 2020

드디어, 서울무드.

내 사진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고..?

'24일 22시를 기준으로 텀블벅에서 서울무드 펀딩을 시작합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주변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날짜는 방금 넘어갔고, 펀딩은 2 시간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100%를 달성했다.


솔직히 펀딩을 직접 시작하기 전까지는 나조차 반신반의했다. 내 눈에야 당연히 내가 땀 뻘뻘 흘리면서 걷고 찍었으니 이쁜 게 당연하지만, 봐주시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해주실까. 이전에 브런치에 올렸던 '나의 사진을 포스터로 팔았다'의 경우에는 몇 개월 동안 단 한 장의 사진이 팔렸는데, 무슨 일에선지 아직 샘플북밖에 나오지 않은 나의 첫 사진집을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그리고는 처음 사진집을 만들겠다고 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팔로워가 늘어서 이벤트를 하고 싶은데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일하지 않고 사진만 찍으러 줄곧 밖을 나돌아 다니는 취준생에게는 필름 살 돈도 버겁다. 다행히 요즘 필름은 자주 가는 현상소에서 주말마다 잠깐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충당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7월 초, 그러니까 나의 인스타그램 사진 계정의 팔로워가 2천 명 남짓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 분에 맞지 않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었다. 바로 사진엽서 이벤트. 많은 분들이 자주 하는 이벤트이기도 했고, 내 사진을 선물로 주는 것이기에 나조차도 항상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


그렇게 사진엽서를 뽑겠다고 생각하고 줄 사람을 생각해봤는데, 이런... 생각보다 너무 많다. 주변에 친한 사람들은 무조건 줘야 될 거고, 심지어 엽서를 하면 자기도 받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으셨다. 나는 내 사진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숫자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많은 분들이 만족하실만한 숫자의 엽서를 뽑기에는 당시의 나는 너무 빈곤했고, 인스타 라이브를 통해 같이 사진 찍는 친한 지인인 강 님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쭈어봤다.


하고 님, 사진집 내셔야죠!


그래, 이게 시작이었다. 텀블벅이라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한 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이트는 잘 써야지. 인스타 이웃분들 중에서도 텀블벅에서 사진집을 내신 분들이 계시기에 나는 텀블벅을 염두에 두고 바로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편집이라고는 사진 색보정, 얼굴 보정 밖에 배우지 않았던 내가 인디자인을 깔았다. 부족한 것은 유튜브로 배웠다. 책을 내본 적이 있다는 지인분들 중 많은 분들께 책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여쭈어봤다. 그중 같은 동호회에서 사진을 찍으시던 희님, 리아 님이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셨다. 특히 희님은 본인 책도 낸 적이 있다고 하셔서 종이 선택부터 제본 방법, 편집 방법까지 모든 면에서 큰 도움을 주셨다. 진짜 너무 감사했다.


평일 사람이 없을 때는 사진을 찍고, 사진을 찍으러 나가지 않는 날에서 사진집을 만들었다. 안에 들어갈 글들을 두 번, 세 번 수정하고, 사진의 순서와 챕터를 구분했다. 


1차로 완성된 사진집은 지금 생각해보면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표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씀대로 서울관광공사에서 낼 듯한 표지였고, 안에 들어가는 글은 어린이 동화책 수준으로 컸다. 내가 추구하는 낭만과 감성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쪽수를 나타내는 폰트마저 컸다. 모든 게 큼직 큼직했다.


그걸 나는 샘플북을 받고 알았다. -60000원. 눈물 나는 수업료였다.

1차로 완성한 서울무드의 표지. 어머니 아버지께 들은 '관광공사 책자 표지'는 충격이었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후, 모든 면을 다 수정했다. 샘플북은 적은 시도 안에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뽑아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여러 권을 뽑는다면 가격이 저렴해지지만, 한 권만 뽑는다고 하면 (적어도 사진집은) 5만 원 이상의 전공서적만큼 비싼 값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 순천에서 일했을 때 만난 작가를 하는 형한테도 물어보고, 다시 희님께도 물어봤다. 읽기 좋은 폰트와 읽기 좋은 크기. 그 부분이 제일 중요했다.


수정을 마치고, 다시 2차 샘플북 요청을 했다. 이번에는 이전에 했던 곳과 다른 곳에서 진행했다. 퀄리티가 얼마나 다른지 궁금해서였기 때문이었다.


결과는 대만족. 아 그래, 이 정도면 조금 수정을 보더라도 보여드릴 만하겠다. 싶은 결과물이 나왔다. 내 손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낸 작업물이다 보니 그 애착이 어마 무시했다. 곧바로 텀블벅 사이트에 프로젝트 제안을 넣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시작한 텀블벅 프로젝트 제안서는 새벽 1시가 다돼서야 그 끝이 보였다. 생각보다 해야 될 것이 많았다. 리워드도 지정해야 되고, 필요한 서류도 등록해야 했다. 무엇보다, 책이 나오면 어떻게 나오게 될지 보여드려야 했기 때문에 목업 이미지까지 만들었다.



서울무드 샘플북 목업 이미지.
PUR제본을 통해 일반적인 제본 방식보다 펼침성이 좋게 만들었다.
서울무드 목업 이미지
리워드로 제공될 포스터


목업도 상업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것들만 찾아 작업했다. 보통 이렇게 집중을 잘 안 하는 편인데, 6시간이 너무 금방 갔다. 정신을 차리니 이미 제안 버튼을 누른 상태였고, 프로젝트는 내 손을 떠났다.




바로 다음 날이었던 월요일, 텀블벅 팀에서 메일이 왔다. 매니저를 배정했고, 검토 후 펀딩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날 저녁, 펀딩 승인이 났고, 나는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큼지막하게 글을 올렸다.


오늘(24일) 22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서울무드 필름 사진집의 펀딩을 시작합니다.


22시가 되고, 텀블벅 펀딩 시작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내가 사용하는 모든 채널에 책과 관련한 내용을 올렸다. 이러이러해서 사진집을 내게 되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구경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뭐라고 보냈는지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펀딩이 시작됨을 알리고 있는데, 1시간 만에 60%가 달성되었다. 새로고침을 하기 전까지는 분명 네 다섯 분 정도만 후원을 해주신 상태였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불어났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고 계시던 분들, 대외활동에서 만났던 친구분들, 얼굴도 잘 모르는 선배님들 께서도 흔쾌히 사진집을 위해 돈을 지불해주셨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포스터 단 한 장만 팔았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더욱 신기해 보였을 수도 있겠다. '아니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다니'





무서운 기세로 오르던 달성률은 12시 5분쯤, 100%를 넘었다. 펀딩 성공이 확실해졌다. 하지만 그 순간 걱정이 몰려왔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주셨기 때문이기도 했고, 내가 그분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일까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여러 가지로 여유를 두고 32일이라는 기간을 설정했는데, 2시간 만에 100%가 되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기다려야 할 후원자 분들이 지루해하시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일단 100%가 넘으면 추가적으로 리워드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으니, 차차 생각해봐야지. 또 만약 여유 금액이 남으면 독립서점에도 책을 납품해 보는 것이 기존 계획이었다.(물론 받아주는 곳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알아볼 예정이다.) 


아, 그리고 많은 분들이 책과 함께 포스터를 선택해주셨다. 전에 팔았던 4개월에 한 장 나간 사진이 아닌 직접 심사숙고해서 고른 두 장의 사진이었다. 


(좌) Dear You & Me, (우) Water




아직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지금 이 신기한 경험이 잊히지 않기를 바람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다. 한 달 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치고, 포스터 샘플과 엽서 샘플, 프로젝트 100% 달성 기념 작은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하루빨리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이 책을 받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 또, 다음에는 필름을 전문으로 하는 다른 작가분들과 함께한 필름 매거진을 만들어보고 싶다.

할게 많다. 하지만 싫지 않다. 준비하는 기간 동안 즐겁게, 꼼꼼하게 해야겠다.




인스타그램 @hago.film

https://tum.bg/4ABp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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