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끄적끄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씨아저씨 Jan 09. 2024

나영석의 방식

2024. 1. 9

풀버전을 유튜브에 풀고 방송에서는 요약본만 릴리스하는 방식은 우리 세대(X세대)에게는 충격적인 방식이었다. 나영석 PD는 비교적 빠르게 유튜브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우리 세대의 방송인이다. 그가 최근 내놓는 프로그램들은 (당연히)대중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실험적이기도 하다. 


나는 '지구오락실'과 '콩콩팥팥' 그리고 '나나투어'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영석 피디의 중심에 있는 공통된 무엇을 발견하게 되었다. 



참고로 난 버라이어티 예능, 관찰 예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민이 시청한 천재 피디 김태호의 '무한 도전'도 보지 않았고, '1박 2일'은 잠시 보기는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런닝맨'류의 예능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난 사실 유느님 유재석을 '유퀴즈'에서 거의 처음 제대로 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지구오락실'은 조금 새롭게 다가왔다. 출연자 중에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접했고(오직 나영석에 대한 관심으로) 처음에는 희극인 이은지를 보며 웃었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난 안유진에 빠졌고 아이브의 노래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토르크막토 미미의 매력에 빠졌고 평소 같았으면 그리 좋아하지 않았을(내가 시끄러운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영지까지 친근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기존 버라이어티 예능과 무엇이 달라서 그랬을까? 사실 1박 2일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프로그램 폼인데 말이다. 아마도 출연자의 구성이 이유였던 것 같았다. 전원 여성 출연자. 기존의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은 거의 90% 이상 남성이었고, 기본적으로 남성 연예인들에게 탑재되어 있던 무례함과 저급함을 보고 있기 힘들었다. 아무리 실제로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 방송의 콘셉트라고 하지만 난 박명수의 호통과 막말의 무례함을 견디기 힘들었다. 


지구오락실과 콩콩팥팥 그리고 나나투어는 조금은 비슷하면서 전혀 다르다.



지구오락실에서는 서로 모르지만 각 분야의 샐럽들로 팀을 만들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팀워크를 형성했다고 한다면 최고의 멤버까지는 아니지만 원래 좋은 팀워크를 가지고 있는 연예인 멤버들을 통째로 캐스팅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것이 콩콩팥팥이다. 그리고 아직 1화밖에 방송을 안 했지만 벌써부터 재미가 폭발할 것 같은 나나투어는 인기도 탑이고 팀워크도 탑인 '세븐틴'이라는 아이돌을 통째로 납치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지구오락실과 콩콩팥팥의 장점만을 모았다고나 할까?


나영석 피디의 연출스타일은 그의 후배 피디들이 독립해서 OTT를 뜨겁게 달구는 프로그램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올드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올드해지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노력과 태도만큼은 우리 세대들이 충분히 배워야 할 점이라고 본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성공을 했다고도 생각한다. 


4-5년 전 즈음에 회사에 직원을 채용할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내가 직원을 찾은 방식은 콩콩팥팥의 방식이었다. 원래 인간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던 후배들을 일단 채용하는 것이다. 각자에게 어떤 책무를 부여할 것인가는 그 이후의 문제였다. 사실 그들은 이미 시키지 않아도 충분히 각자의 역할을 할 사람들이었다. 일단 같이 일하는 사실 자체가 재밌는 사람들과 일을 하는 것이 내 궁극적 목표였기 때문이다. 


우연히 유튜브 라이브 통해서 '콩콩팥팥' 제작 발표회를 보았는데 나영석 피디 역시 이 멤버로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지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단 이 사람들하고 하면 무조건 재밌을 것 같다는 확신으로 멤버들을 확정 짓고 그다음에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것이다. 나는 콩콩팥팥에서는 도경수(D.O.)라는 아이돌 멤버이자 배우를 발견하였다. 일머리 좋은 사람들은 어디서나 사랑받는다.  



지난주 금요일에 첫 방영을 한 '나나투어'는 나영석 피디가 채널십오야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서 친분을 두텁게 쌓은 세븐틴과 충분한 시간과 교감을 갖고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에 나는 포인트를 두고 싶다. 자고 있는 아이돌 방에 새벽에 갑작스럽게 기습해도 무례함이 되지 않고 익스큐즈가 될 정도로 사전에 충분히 인간적인 관계를 맺은 이후에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식이 맘에 들었다.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계속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나영석 피디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먼저 사귀고 난 뒤 그들과의 일을 도모하는 지금의 방식이 난 더 좋아 보이고 이후의 나영석 피디의 프로그램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베이스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난 세븐틴 멤버들을 잘 모르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세븐틴의 팬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7일간의 이탈리아 여행은 덤이다. 이번주 금요일이 기다려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 조복(鳥福)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