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anji Jun 17. 2019

코딩하는 비버를 본 적 있으세요?

브랜드를 위한 일러스트 도전기

저는 스타트업 'Common Computer'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밟아가는 디자인 프로세스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포스팅을 시작했습니다. 계획과 스케치, 결과물까지 편하게 기록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길을 걷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유용한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Common Computer _https://www.comcom.ai


Ainize Functions _https://www.ainize.ai/



이번 분기에 이렇게 급하게 진행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브랜딩 업무가 나타났다. 

얼마 전 베타 테스터 모집 홈페이지를 연 Ainize Functions의 브랜딩을 하는 것이었는데, 급하게 하느라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진행했더랬다. 기억을 곱씹어 이렇게 정리를 해놓지 않는 한 디자인 의도를 누구도 몰라줄 것 같아 포스팅을 적는다. 


(일단 Ainize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위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inize의 브랜딩에서 보여주고 싶은 점이 무엇이었냐 함은,


첫째 : 가볍고 편한 플랫폼이다.

둘째 : 타겟은 '뭘 좀 아는' 개발자다.


크게 위의 2가지였다.(그냥 내 기준)

갈 길은 멀지만, 난 Ainize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Ainize는 장비 걱정 없이 가벼운 노트북으로 머신러닝이나 인공지능까지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어떻게 보면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는 셈이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떠오른 페르소나는 '디지털 노마드'였다. 이들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브랜딩을 먼저 상상하게 되었다.

시간, 장소, 장비에 구애받지 않는 개발자


이걸 어떻게 디자인으로 풀어야 하나(고민할 시간도 길지 않았다....)고민 하다가 일러스트가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무형의 서비스 플랫폼들은 일러스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브랜드의 감성을 유저들에게 전달하기에 이만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어느 웹이든 앱이든 다채로운 컬러와 일러스트는 빼놓지 않고 나타나고 있고, 스타일도 다양해지고 있다. 어쩌면 뻔한 스타일이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나도 일러스트를 놓지 않고 싶은 디자이너 이기에 도전해볼 겸 일러스트를 활용한 브랜딩을 시작했다. 


Ainize의 대표 캐릭터는 '비버'다. 나무로 댐을 짓는 그 비버.

협력해서 나무 컨테이너를 만드는 비버의 본성이 Ainize 플랫폼과 많이 닮았기 때문에, 고민 오래 할 필요 없이 대표 캐릭터로 낙점되었다. 사실 개발자들 사이에서 '컨테이너'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어떻게 쓰이는 것인지는 이 브랜딩을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한 개념은 아래의 링크 글이 이해가 쉽기 때문에 달아 놓는다.


http://www.itworld.co.kr/t/62077/VDI/103469


그 다음 고민해야 하는 스텝은 비버의 표현 방법이었다. 요즘 많이 보이는 것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벡터 일러스트를 그릴 것이냐, 아니면 '드롭박스'나 '메일침프'처럼 러프하고 개성있는 일러스트를 그릴 것이냐...과연 Ainize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가만 이틀 내내 고민했지만, 결국은 내가 시간 안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스타일이 현실적인 베스트안이었다. 이 곳은 스타트업이니까...일러스트와 함께 로고와 전반적인 브랜드 컨셉까지 함께 진행에 들어갔다. 

초반엔 추상적인 벡터 일러스트로 진행했다. 심플할수록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소수가 모여 확장되고 규모가 거대해지는 이미지를 만들었고, 그를 응용하여 컬러와 도형이 layerd되어 다채롭게 확장되는 그래픽 모티브를 만들었다. 그리고 '저사양 컴퓨터로도 기기의 한계가 없는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플랫폼의 성격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1차원적인 선,점만 쓰면서 스터디를 진행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윤협'의 작품이 좋은 레퍼런스가 되어주었다.


https://hypebeast.kr/2019/5/yoonhyup-exhibition-line-and-dot-everydaymooonday-artist-interview


난감;;


이를 이용한 비버의 벡터 일러스트를 그려봤다. 초반에 잡은 스타일대로 1차원적이면서 pop한 이미지로 만들어볼까 했지만, 문제는 이것이었다. 비버와 개발 플랫폼 사이의 스토리텔링이 빈약하다는 것. 오히려 Ainize를 처음 보는 사용자가 비버를 봤을 때, '그래서 비버가 왜 나오지..어쩌라는거지..'하는 의문이 먼저 들지 않을까 싶었다. 서비스와 캐릭터가 하나로 묶이는 느낌이 부족했다. 


그래서 비버의 모습을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우리 서비스의 타겟층인 개발자들을 그대로 형상화한 비버로 말이다. 마치 카툰 캐릭터처럼, 구체적인 표정과 몸짓을 가진 친구로 상상했다. 유저 입장에서도 이 편이 더 나을 거라 생각했다. 한 눈에 설명되고, 호소력도 갖춘 친구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Obig, Jean Jullien, Super Fiction 등등 사랑받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레퍼런스 삼아 이것저것 그리기 시작했다.


일러스트레이터 Obig (출처:인스타그램 @obig_artwork) / 일러스트레이터 Jean Jullien (출처:인스타그램 @jean_jullien)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비버


Ainize를 이용해 휴양지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비버


아이콘 그래픽 테스트




'연필로 끄적인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 그리고 '가볍고 손쉬운 사용성'의 플랫폼이라는 게 일러스트에서 느껴지길 바랬기 때문에 펜슬 드로잉을 지향했다. 단순히 '잉크보단 연필이 가벼우니까...'하는 생각으로 이렇게 진행했지만, 결국은 판단하는 사람의 몫이다. 유저들이 이 친구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나중엔 이 개발자 비버 캐릭터를 이용한 웹툰 같은, 유저 친화적인 컨텐츠까지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 난 개발자가 아니라 디자이너다 보니, Ainize가 개발자 플랫폼이라는 걸 알면서도 왠지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으로 더 초점이 맞춰지더라. 앞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니 뭐니 적은 것도 다 이것 때문에 언급했던 것인데, 아...모르겠다. 답이 어디있겠나, 브랜딩은 결국 시간이 만들어준다. 내가 잘 가꿔가야지...미래의 나 화이팅이다. 아직은 서비스 초반이라 웹도 최소한의 요소로만 구성되어 있다. 차차 확장하면서 이 캐릭터를 이용해 하고싶었던 것들을 디자인해야 한다. 일을 벌려 놓았으니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더 다듬자...급한 일이 끝나면 이 친구부터 더 만져야겠다. 아직 너무 부족해서 고민이 많다.




-참고-

https://blog.usejournal.com/designing-adobes-brand-illustration-style-3c982ded31f6


매거진의 이전글 보라색 부엉이의 정체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