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몸값과 우리의 밥 한 그릇

: 1,800만 원의 시급과 만 원의 식대 사이에서

by Jay



2026년 기준, 미국 LAFC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의 연봉은 약 150억 원($11.2M),

사우디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무려 4,500억 원($338M)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린다.

굳이 계산한다면, 호날두는 숨만 쉬어도 초당 약 1만 4천 원을 번다.


우리가 고심하여 선택한 점심 한 그릇이 그의 1초보다 저렴한 셈이다.

왜 세상은 이토록 불공평해 보일까?


경제학자 셔먼 로젠은 이를 ‘슈퍼스타의 경제학’이라는 아주 냉정한 논리로 정리했다.

핵심은 ‘공동 소비(Joint Consumption)’에 있다.

내가 사무실에서 기획안 한 장을 쓸 때, 그 효용은 회사 내 소수에게만 머문다.

하지만 손흥민이 골을 넣는 순간,

방송망 또는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고속도로를 타고

전 세계 수억 명이 동시에 그 가치를 소비한다.

공급의 한계비용(MC)이 0에 수렴하는 플랫폼 경제에서,

1등의 파급력과 효용은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한다.


더 비정한 것은 ‘불완전한 대체성’이다.

팬들은 무명 선수 100명의 경기를 보는 것보다,

‘진짜 최고’인 슈퍼스타 1명의 퍼포먼스를 갈망한다.

실력 차이가 연봉의 격차만큼 정확히 비례하지는 않더라도,

소비의 대상으로서 스타는 일반인을 수천 명 모아놓아도

그 가치를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그 간극은 같은 직종 안에서의 보상을

하늘과 땅 차이로 벌려놓는 ‘승자독식(Winner-take-all)’의 정글을 만든다.

보통의 직장인의 노동은 ‘산술급수적’으로 흐르지만,

슈퍼스타의 가치는 ‘네트워크 효과’를 타고 전지구로 뻗어 나간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떤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슈퍼스타의 한 시간과 무명 예술가의 한 시간이

이토록 불평등한 가치를 갖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씁쓸함이다.

연봉이 인간의 가치를 정하지는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최소한 우리의 ‘계급’을 나누고 있다.


슈퍼스타의 몸값은

개인의 성실함에 대한 대가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낸 ‘시장의 크기’에 매겨진 프리미엄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장 안에서는 무수히 많은 무명의 별들이

슈퍼스타가 되겠다는 꿈에 매달려 세월을 보낸다.

하지만 '모두가 슈퍼스타'인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왜 세상은 이토록 불공평해 보일까?"라는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경제학의 언어로 내놓는 답변은 다소 비정하다.

시장은 우리가 흘린 땀의 양이나 도덕적 가치에 보상하지 않는다.

오직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통해 증폭된 ‘결과의 크기’에만 반응할 뿐이다.


과거에는 지역마다 뛰어난 가수가 존재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받았으나,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단 한 명의 슈퍼스타가

전 세계인의 지갑을 독점할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셔먼 로젠이 말했듯,

남이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희소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이 불공평한 게임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카드다.


다가오는 월요일 아침을 기다리는 지금,

나도 나의 가치와 희소성을 끌어올려 볼까

의욕을 다지다가도 금세 냉소에 머문다.

모두가 알다시피, 공직의 세계는

희소하고 우수한 역량을 가진다고 해도 연봉이 오르지 않으며,

능력에 따른 정교한 ‘보상 체계(Incentive Structure)’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자'는 다짐은

보상이 거세된 구조 속에서

그저 개인의 심리적 만족을 위한 자위(自慰)에 그치곤 한다.


'저렇게 일해도 월급은 같은데, 내가 왜 더 최선을 다해야 할까?'라는 회의감이

수십 차례 밀려오는 것은 개인의 나태함이 아니라

구조적 비합리성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저항이다.


사실, 내가 일한 적 없는 무수히 많은 조직에서도

‘대충 살고 월급이나 받자’는 첫째 돼지를 보며

‘고뇌 속에 스스로를 갈아 넣는’ 셋째 돼지가 되어 분노하는 이들이 넘쳐날 것이다.


다음 한 주는 대충 사는 이들이 승리하기보다,

최선을 다해 하루를 채워내는 이들이

그 노력에 합당한 ‘희소성’을 인정받는 세상이길 꿈꿔본다.


[경제학 돋보기]

슈퍼스타 경제학(Economics of Superstars): 적은 능력 차이가 천문학적 소득격차로 이어지는 현상.
복제 기술의 발달로 공급의 한계 비용이 0에 수렴하면서 발생한다.

공동 소비(Joint Consumption): 수만 명이 동시에 소비해도 재화의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 성격.

승자독식(Winner-take-all): 시장의 1위가 수익과 명예를 독차지하고 나머지는 소외되는 현상.

한계생산성(Marginal Productivity): 노동이 추가되어 창출하는 부가가치. 슈퍼스타의 경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파급력이 곧 생산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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