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론칭 수기_디자인 과정
이 글은 유써니*프로젝트의 첫 번째 제품 론칭 수기입니다. 브랜드를 만들고 제품을 준비하면서 겪은 일들과 생각들을 정리한 것으로, 자기만의 브랜드와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분들에게 약간의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입니다.
유써니*스토리에서는 1호 제품 ‘유써니*커버 & 블랭킷’을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부록으로 디자인 도면과 만드는 방법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등장인물
프로젝트 멤버
유선 : 영화의상 감독, 디자이너, 취미-공상 같은 구상, 구상 같은 공상, 글쓰기
지연 : 영화의상 감독, 의상 디자이너, 5살 아들 맘, 취미-독서, 음악 감상, 영화 감상
민재 : 패션디자인 전공 3학년, 영화의상 디자이너 막내, 취미-영화 감상
다원 : 경영학 전공 3학년, 취미-밤샘 베이킹
채원 : 산업디자인 전공 2학년, 취미-밤샘 베이킹, 금속 공예
그 밖에 몇 명
유써니*프로젝트 첫 번째 아이템이 소재의 실패로 끝나고 한동안 본업인 영화작업에 충실했습니다. 2019년 중반까지는 몇몇 크고 작은 작품에 참여해 바쁘게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TV 화면에서 지하철 출입구에서 갑자기 픽 쓰러지는 젊은 사람을 보았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했고 폐를 순식간에 손상시켜 치명적이라는 뉴스였습니다. 그렇게 코로나에 대해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1번 감염자가 발생했고 순식간에 2번, 3번, 4, 5, 6번으로 번호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연일 코로나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평소 워낙에 건강과 위생에 관심이 많은지라 관심 있게 봤습니다. 코로나19를 대비해 보건당국이 당부하는 대로 잘 따라서 지켰습니다. 외출을 자제했습니다. 스스로 자가 격리 하며 1주일 이상 문밖으로 나가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꼼짝 않고 집에서 뉴스 및 정보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찾아보았습니다.
‘소재 발견!’
코로나 때문에 칩거하는 동안 노트북 폴더에 쌓여있는 기획서 및 아이디어 노트들을 열어 보았습니다. 마침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침체되자 정부에서는 다양한 지원 사업을 내놓은 터라 써놓았던 여러 기획안으로 지원 사업에 지원했습니다. 그중 몇 개가 선정되어 서랍 속에 있던 아이디어를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2019년 후반은 코로나로 인해 영화 쪽도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편수가 줄어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조용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며 버텼습니다. 다행히 혼자서 시간을 참 잘 보내는 편이라 힘들지 않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혼자서 주로 하는 일은 생각하기와 쓰기입니다. 무언가를 구상하면 기획서 형식으로 씁니다. 기획서라는 것은 그 목적이 투자를 받거나 보고를 하기 위한 것인데 아직까지 저는 기획서를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자에게 보여준 적은 없습니다. 주변 친한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조언을 듣는 정도입니다. 저에게 기획서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주로 파워포인트로 시각화된 자료를 만듭니다.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보고합니다. 이쯤 되면 기획서를 쓰는 일이 저에게는 시간을 보내는 용도로 거의 취미에 가까운 일입니다. 기획서를 쓰는 동안은 자신감 넘치고 뿌듯하고 즐겁습니다. 비록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얘기를 듣는다고 해도 쓰는 동안은 희망찹니다.
아무튼 시간이 많으니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았습니다. 뒤로 미뤄놨던 일들을 꺼냈습니다. 그 중 옷 만들기-브랜드 만들기를 착수했습니다. 눈송이 원단 사건 이후(소재 선택에서 실패) 소재를 다시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 검색 중 눈에 들어오는 소재를 발견했습니다. 듀폰사의 ‘타이벡’이라는 소재였습니다.
『질기고, 가볍고, 방수, 공기투과성, 먼지 제로, 가볍고, 내 화학성, 항균 기능...
플라스틱이라 100% 재활용 되며 땅에 매립해도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고 소각될 때도 질소의 이산화물이나 유황을 방출하지 않아 산성비의 원인이 되지 않으며 완전 연소 시에도 인체 무해한 이산화탄소와 물만 남습니다. 타이벡을 사용하는 것은 자연을 보존하고 환경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타이벡 공식 사이트에 게재된 홍보문 중)』
타이벡이란 소재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조사를 하면서 관심이 생겼습니다. 저에게 맞는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잠깐 저에 대한 얘기를 좀 하자면,
저는 약간(?가족이나 친한 사람들은 심하다고 하지만)의 강박증세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유난떤다고 할 정도로 위생에 대해 강박증세가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손잡이를 잡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앉았다 일어난 자리는 바로 앉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게 싫었습니다. 공중화장실에서는 휴지가 필수입니다. 변기를 닦는 것은 물론이고 휴지로 깔고 앉아야 안심이 됩니다. 휴지낭비(집에서는 휴지를 거의 사용 안 하니 나름 합리화를 할 수 있습니다)일 수도 있지만 타인의 맨살 엉덩이가 닿았던 자리에 저의 맨살 엉덩이를 댈 수가 없습니다.
외출 후 들어오면 반드시 손부터 깨끗이 씻고 입었던 옷은 세탁을 하거나 그렇지 못하는 옷들은 알콜이 희석된 물(알콜 70 :물 30)이나 섬유탈취제로 소독합니다.
어릴 때는 아토피,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20대 초부터 30대 중반까지 한창 나이에 극심한 피부질환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원인도 모르고 스테로이드 연고제로 하루하루를 버텨 나갔습니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경험해 보지 못하고는 그 괴로움을 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아토피피부염은 죽을병까지는 아니지만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병입니다. 간간히 아토피 때문에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토피가 절정에 달했을 때 정말이지 이대로는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안 되겠다 싶어 인터넷 검색 후 아토피용 기초화장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아토피용 제품으로 모두 바꾸고 한방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결과가 일어났습니다. 아토피 증상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15년 이상을 고질적으로 달고 살았던 질환이 약 6개월 만에 호전을 보였던 것입니다. 기초제품은 방부제 및 향, 색소 등 일체의 인위적인 화학적인 재료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한의원 치료는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게 한 것이었습니다. 육류, 유제품, 인스턴트, 밀가루, 튀김류, 과자류, 청량음료 등등을 모조리 끊어야 했습니다. 도대체 뭘 먹으라는 건지. 먹을 수 있는 거라곤 밥과 김치, 야채, 과일(과일도 먹을 수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아토피용 화장품으로 바꾸고 한약과 침, 식단을 철저히 바꾼 결과 스테로이드 연고 없이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살 것 같았습니다. 정말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조심스럽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양쪽 볼에 또 다시 증상이 살짝 올라왔습니다. 뭔가 불안한 예감에 아토피로 유명하다는 피부과 병원을 검색해 찾아갔습니다. 피부과에서는 알러지 테스트를 했습니다. 30여 가지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첨가된 패치를 등에 2주간 붙이고 반응을 보는 패치 테트스와 혈액 검사였습니다. 패치 테스트 결과 방부제, 포름알데히드, 향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왔고 혈액 테스트 결과는 고양이(알레르기 최고수치), 북아메리카 진드기에서 높은 반응이 나왔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알레르기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완치되는 것이 아니고 유발 인자를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증상은 나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결과를 보니 피부에 좋다고 쓴 화장품에 들어있던 방부제와 향 성분, 직업상 피할 수 없었던 옷들에서 나온 먼지, 포름알데히드 등이 원인이었습니다. 이렇게 원인을 알고 인자를 차단하니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종합해 보면 저의 아토피는 알레르기 유발 음식과 외부 환경이 원인이었습니다.
아무튼 잠깐 샛길로 나갔는데, 저의 지병 덕분(?)에 먹거리나 환경에 강박적이라고 들어야 할 만큼 신경 써야 했습니다. 옷감의 소재 선택도 까다로웠습니다. 대부분의 합성 섬유에는 포름알데히드나 화학염료, 방부제 등이 들어있기 때문에 다수의 세탁 후에 입어야 했습니다.
‘바로 이거야!’
타이벡은 제가 찾던 바로 그런 소재였습니다.
소재를 교체한 후 샘플을 하나씩 만들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만들면서 점점 확신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만드는 과정에서 먼지가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다림질도 필요 없었고 가벼워서 다루기가 쉬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만드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평소에는 옷감을 가지고 만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옷감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특히 먼지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피부에 바로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뭔가 예감이 좋았습니다. 빨리 결과물을 보고 싶었습니다.
제 4화 예고
프로젝트 팀 구성에 대한 이야기
유써니* 프로젝트는 소모되지 않는, 사라지지 않는 가치를 위해 조금 덜 예쁘더라도, 조금 부족하더라도 사람고 동물, 자연을 먼저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으로 의식있는 디자인, 공감하고 소통하는 디자인 활동을 위한 지속가능한 디자인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