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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Jun 04. 2018

인복(人福), 거저 생기는 거 아냐!

내가 노력해야 만들 수 있는 것

난 인복이 많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지만, 정작 그게 좋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다. 귀찮고 피곤한 경우가 더 많았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게 싫었다. 짧은 인생을 살면서 크게 잘 된 일도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쁜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나름 평탄하게 살 수 있었던 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래도 주변의 사람들이 도와줬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이 주제로 글을 한번 써보기로 했다.


맨날 갈구는 저 사람도 인복?!

예전 직장에서 언니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낸 K가 있었다. K는 애교도 많고 성격도 밝고 회사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아이였다. 반면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사회초년생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았다. 그래서 또래의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맨날 나를 갈구며 지적질하는 하는 직속 선배들과만 애증의 관계를 쌓아가고 있었다. 여느 날처럼 상사들의 갈굼에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K가 이런 말을 했다. "언니는 인복(人福)이 많은 것 같아. 부럽다"라고. 나는 전혀 동의하지 못했다. 오히려 K가 더 부러웠다. 회의 시간에 아이디어를 내거나 어떤 행동을 해도 K에게는 모두 'ㅇㅇ' 해줬고, 딱히 잔소리도 안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니 K가 잘해서가 아니라, 무관심이었던 것 같다. K에게는 적도 없지만, 특별히 애정을 갖고 신경 써주는 사람도 없었다. 어쩌면 그런 아이 눈에는 내가 하는 말이 복에 겨운 투정처럼 들렸을 수 있겠구나 싶다. 실제로 나를 갈구던 선배들은 내가 회사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나 모르게 뒤에서 많이 도와줬고 내가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리고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끌어주려 했다. 사실 뭐가 좋고 나쁜지는 모르겠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적으로 돌려야 할지. 일단 믿고 따라가는 게 좋을지.


오퍼의 감사함을 몰랐습니다.

내가 일하는 업종은 이직률이 매우 높다. 특히나 나는 끈기가 없어서 그런지 짧은 기간 동안 비슷한 연차 대비 더 많이 회사를 옮겼다. 그래서 이력서도 더럽고 포트폴리오도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한 나에게 상사 또는 동료들은 종종 오퍼를 보내온다. 이제 새직장에 자리 좀 잡으려고 하는데!! 연락을 해서는 혹할 만한 조건들을 늘어놓으며 우유부단한 나를 마구 흔들어댔다. 어차피 이직할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 거절을 했지만, 거절하는 과정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만약 그때 시간 끌지 말고 내 상황을 솔직히 말하며 거절 의사를 표했다면 깔끔했을 텐데, 내가 결단력 없이 뭉그적거리는 바람에 오퍼를 준 사람들에게 괜한 기대감만 키워줬고, 결국 거절을 하는 순간 그들의 감정은 상할 수 밖에 없었다. 불과 1년 전까지도 그들의 감사함을 제대로 몰랐다. 워낙 사람이 필요한 직종이니 오퍼는 당연한거라 여겼나보다. 내 주제도 모르고 오만했다. 그리고 참 배려가 없었다.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

작년 여름, 아무런 대책도 없이 회사를 그만뒀다. 너무 힘들어서  하루도 버틸 수가 없었다. 패배의식에 쩔어있었고 이후 상황은 생각지도 않고 일단   받은 퇴직금으로 해외로 도망갔다. 여행을 하며 처음 만난 사람들로부터 다시   있는 용기를 얻었고 바닥을 쳤던 자존감도 조금 되찾았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이력서  엄두도 안나는 상황에서 나의 조건에  맞춰주며 자신들과 일해보자고 손을 내밀어준 회사의 대표와 팀장도 있었다. 짧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개월 동안  과분한 복을 받았다. 하지만 이게 우연히 신이 주신 선물 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내가 그들의 힘듦을 들어주기도 했고, 나의 속마음을 숨김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어쩌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마음을 나눈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말을 걸었을  ' 낯을 가리니까'라며 마음을 열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절대로 없었을 것이다. 또한 나에게 같이 일하자며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도 어느  운명처럼  앞에 등장한  아닐 것이다.  성격이든 업무 스타일이든 나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기회가 되었을  나를 찾았을 것이다. 결국엔, 너무 뻔한 말이지만 인복 또한 인간관계의 연장선이고 본인 행동에 대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본인 하기 나름! 거저 주어지는  없다!


가만히 있는데 나를 찾을 사람은 없어.

 회사에 함께 다닌 동료P 있다. 원래는 동료였는데 퇴사를 하고 나서 어쩌다 보니 친구 사이가 됐다. P 나에게 종종 본인 직장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다. 지금 회사는 나랑 맞는 사람이 없다, 다들 이상하다,  직장에서 연락하는 사람도 1~2명뿐이라는   어떻게  직장 사람과 연락하며 지내냐고 묻곤 한다. 사실 나도 남들에게 인간관계에 대해 조언해  입장은 아니라서 P 상황에 대해 평가하고 왈가왈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하나 확실한 , 모든 관계에서 일방향은 없다는 것이다. 부모와 연인이 아닌 이상, 나도 노력을 해야 한다. 나를 찾게 만들고 싶으면 본인도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무엇보다 중요한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 사람은 정말 나랑 친해지고 싶구나'라는 것이 아닌 '나는 지금 회사에 친구가 없으니까  사람과 친해져야지'라는 마음으로는 좋은 관계가   없는  같다.


*


그동안 내가 생각한 인복은, 전생 좋은 일을 많이 해서 또는 우리 조상님이 나를 도와주셔서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이지 못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많이 노력하지 않기 위한 회피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에 드는 생각은, 인복이란  노력으로도 어느 정도는 만들  있는 '인간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잘해줬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이 내게 섭섭하게 했다면, 이건 남을 탓할 것이 아니라 본인을 한번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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