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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Jul 25. 2020

광고회사 AE와 인하우스 마케터의 차이


백수 생활 6개월.. 계속 그렇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부동산이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판단.. 다시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쉽지는 않았다. 이제 어린 나이도 아니라 다른 분야로 취직도 힘들었고, 지금까지 경력은 실무자는 아니고 그렇다고 관리자급에는 좀 모자라고.. 참 애매했다. 그러다가 어느 기업의 마케팅팀에 입사지원을 했고, 포트폴리오 제출 및 2차 면접을 거쳐 합격을 했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나름 네임벨류도 있고 규모도 큰 곳이라 기대를 하고 입사!



최종 컨펌자가 내부에 있다.

처음 입사 후 가장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더 이상 을(乙)처럼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대행사에서는 광고주의 라이브 일정에 맞춰 스케줄을 짜서 움직여야 했다(광고주는 퇴근해도 댕사AE들의 시계는 멈추지 않음) 하지만 인하우스에서는 우리가 마케팅 일정을 짜기 때문에 데드라인 때문에 촉박해할 일은 없겠다 싶었다. 그리고 광고주에게 메일로 자료를 정리해 보내고 전화를 하고 미팅을 가지 않아도 된다. 내부 보고를 하고 피드백을 받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인하우스에서는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훨씬 빠를 것 같았다. 사무실 안에서 바로 보고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대표의 컨펌을 받기 위해 미팅 시간을 잡아야 하고 대표의 기분이 별로면 제안이나 보고 내용이 까일 수도 있다. 최소한 광고주는 파트너로서 매너는 지켜줬는데.. 인하우스에서는 광고주의 을이 아니라 대표의 을이었네. 을을 떠날 수 있을 거란 건 참 허왕된 꿈이었다..



정체성의 혼란이 온다.

지금 회사는 참 특이한 게 대행사를 쓰지 않는다. 거의 모든 일은 마케팅팀 직원들이 다 한다. 대표의 마인드가 '대행사를 못 믿는다'라고.. 전해 들었는데.. 직원을 뽑을 때는 대행사 출신을 선호한단다.. 참 아이러니다. 아무튼 회사 블로그를 운영하고 인스타그램 이벤트 하나를 짜는 것도 내부 직원들이 다 한다. 이렇게 글로 적고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싶은데.. 막상 일을 하다 보면 현타가 자주 온다. 대행사 주임, 대리 시절에 하던 걸 지금 하고 있다니.. 몇개월 먼저 입사한 대행사 출신 대리가 나에게 물었다. "과장님 워커홀릭 스타일이죠?" 나는 절대 워커홀릭이 아니다.. 정시 출퇴근하면서 적당히 일하며 적당한 월급 받는 걸 지향한다. 근데 여기서는 조금만 내 생각을 곁들여 일하려고 하면 일 욕심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나에게 물어본 대리는 첫 번째 물음 후 "여기는 대행사처럼 일로써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자괴감 많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듣고 나니 어쩔 수 없이 비대행사 출신에 비하면 워커홀릭이 맞겠구나... 싶었다.



대행사의 습관을 버려라?

어떤 캠페인에 대한 보고를 할 때, 얼마만큼의 예산을 써서 이 정도의 광고효과를 냈다고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포장을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마케팅 관점에서의 효과가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실제 매출에 영향을 주는 마케팅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에는 광고주가 주는 가이드 내에서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했다면 지금은 내가 그 광고주의 역할을 하는 거니까. 어느 날 같이 입사한 상사가 본인도 인하우스 입사 후 대행사 스타일을 벗는데 6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그분은 나에게 대행사에서 습관을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줬다.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던 분이라 백프로 공감이 되진 않았지만 마케터로 일하려면 마인드와 관점을 바꾸긴 해야 할 것 같다고 느꼈다. 예전에는 광고 효율과 이슈 캠페인이 되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것도 그거지만 세일즈와 퍼포먼스 관점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거..?


현 회사의 뷰도 진짜 좋은데.. 이거보다 훨 좋은데.. 뷰는..



아직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돼서 지금 이 글을 몇 달 후 읽으면 당장 지우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때는 적응을 잘해서 편하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거나, 혹은 퇴사를 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ㅎㅎ


그리고 요즘은 상황 판단이 잘 안된다. 백수 생활을 너무 오래 해서 그냥 일하기가 싫은 건지. 이 회사가 정말 이상한 게 맞는 건지. 장기근속자가 많이 없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텐데 당장은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해야겠고. 하지만 다들 이렇게 사는데 나만 징징대는 건지. 정말로 징징댈 만한 상황인 건지. 이런 것에 정답을 낼 필요는 없지만.. 답을 얻고 싶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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