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걸 받게 되다니.
실업급여라는 건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제도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해고되거나 기타 다른 사정으로 회사에서 처리해줘야만 받을 수 있는 거라고.. 하지만 나도 이번에!!! 계약 만료로 처리되어 실업급여를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는 될놈될(될놈은 된다)'이라고 생각했다. 싫든 좋든 퇴사를 한다는 건 밥줄이 끊기는 거라 부담이 큰데.. 매달 돈이 생긴다니! 이보다 좋은 게 어딨어? 라고..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 있는 건 20대 때나 가능한 거 같다. 차라리 일을 하며 실업급여의 2배 금액을 버는 게 낫지. 이렇게 있다가 경력도 단절되고 돈도 못 모으고.. 나잇값 못하는 한심한 인간이 되겠지..라는 생각에 잠이 안 오는 날도 있었다. 그러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른 사람은 더 쉬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쉬는데(나도 그랬고), 나는 어쨌든 조금이라도 돈이 있으니 얼마나 행운인가!'라는 생각으로 돌아온다.
그간 몇 번의 퇴사 후 다른 분야로 일을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결국 같은 직종으로 취업을 했었다. 시도를 했다고 표현했지만 돌이켜 보면 특별한 노력 없이 내가 가진 이력으로 다른 분야에 이력서를 넣었을 뿐이었네..? (그러니 안될 수밖에..) 그런데 이번에는 비용을 지불하고 새로운 분야의 일을 배워보려고 한다. 관심 가는 분야가 생겨서 자격증 수업도 듣고, 심화과정반도 등록해뒀다. 백만원이 넘는 수강료와 꾸준한 노력.. 새로운 일을 하고 그걸로 밥벌이까지 하고 싶다면 훨씬 큰 투자가 필요했는데 난 너무 날로 먹으려고 했던 거 같다. 그동안 쉬었던 건 그냥 놀았던 거고. 이번에는 직장을 쉬면서 뭔가를 해보는 기간이다. 처음으로! 하다보면 또 다른 기회가 오겠지. 미래가 보장받고 하는일이 어디있겠어?
친하게 지내는 마케터들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이직을 위해 쉬고 있다. 경력도 많고 실력 있는 그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연봉을 맞추되 괜찮은 기업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들 중 누군가는 나를 '방황하는 or 답없는 백수'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지금 실제로! 진짜! 완전! 좋다. 가끔 멘붕이 오긴 하지만 회사 다닐 때는 매일 매시간 오던 멘붕인데 지금은 그거보다 훨 적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