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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Oct 09. 2023

패배감 떨쳐내기

ft. 넷플릭스 다큐 <신경끄기의 기술>

어김없이 또 찾아왔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우울함이 증폭되는 시기.

그런데 이번에는 좀 복합적이다. 나이도 더 들었고 올해도 3개월이 채 남지 않았는데 일도 연애도.. 무엇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고 '이번 생은 망했다'라는 생각만이 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 감정의 시작은 추석연휴였던 것 같다. 먼 친척의 한마디로 나는 '아직 결혼도 못한 노처녀 첫째'가 되었다. 그리고 자기 딸을 빼박 그런 사람으로 인정하는 아빠의 한마디가 정점을 찍기도 했다.


문제는 일상에 복귀해서도 이 감정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거다. 내가 선택했고 자유로워서 좋아했던 단축 근무가 갑자기 비소속감과 불안함으로 다가왔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선택한 오후 파트타임에서도 불만스러운 점만 보였다. 이력서 내고 면접볼 때는 채용되고 싶어 간절해했음에도 말이다. 머리로는 아는데 사고의 전환이 안되고 마음을 다잡기가 너무 어렵다.


심리 센터에서 상담받는 친구가 있어 나도 상담을 받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내 속에 들어있는 근원적 문제는 나만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 방법으로 책과 영화를 보곤 하는데 뭘 볼까 찾다가 넷플릭스에서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걸 보게 됐다.


저자 마크맨슨이 직접 출연해 책에 나온 내용을 이야기하고 영상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였다. 자칫 뻔한 내용일 수 있지만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고 비관적으로만 받아들였던 내 상황들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보는 내내 공감 가는 대사들을 받아 적었는데 메모장에만 두긴 아까워 브런치에도 기록해두려고 한다.



"SNS 접속하면

 마치 모든 사람이 한날한시에 결혼하고 애를 낳는 것 같아요.

 근데 여러분은 거실에 앉아서 그걸 보며 대체 뭐가 문제였나 고민해요.

 어쩌다 이렇게 됐고 내 인생은 왜 이리 평범한지요.

 패배자가 된 기분인데 그렇게 느낄 필요는 없어요.

 다들 그렇게 살거든요. 소셜미디어는 현실이 아니거든요"


"진정한 해방감을 느끼려면

 그 누구도 특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아야 해요.

 다들 지극히 평범하고 똑같은 문제와 씨름하며

 서로 비슷한 고통에 시달린다고요"


많이 내려놓았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누군가와 비교하고 있었다. '그사람은 그래도 큰 회사에서 일하잖아', '그친구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데', '그친구는 회사에 안 다녀도 돈을 잘 버는데' 남들 삶의 일부분만 보고 나의 부족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비교하다가 결국 자괴감, 패배감, 열등감으로 이어진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도 참고 견디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럼 여러모로 마음을 단련할 수 있거든요.

 살면서 어떤 일에 도전하든 난관과 좌절에 부딪치기 마련이잖아요.

 행복은 문제를 없애는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데서 온다는 거예요."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래야 행복해지고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나도 그 행복이라는 실체 없는 것을 목표로 스스로를 괴롭혔던 것 같다. 고난과 좌절이 왔을 때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며 그 상황을 회피하곤 했다. 이제 나를 속이기보다는 부정적인 감정도 그대로 인정하고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 봐야겠다.



"첫 여친의 탓으로 돌렸던 수많은 문제가

 다른 여성과 사귈 때도 불거지더라고요.

 첫 여친한테 차인 게 제 잘못은 아니지만

 그 관계가 틀어진 건 제 책임이기도 해요."


"남을 탓하는 사고방식에 빠져들게 되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거예요.

 그저 원망할 새 대상을 찾으려고만 하죠

 새로운 사람을 찾아서 자기 책임을 떠넘기려 해요.


"모든 게 본인 책임이라니 받아들이기 힘들죠.

 보통은 그걸 인정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그게 사실인걸요!

 제 행동과 선택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해요.

 그러면 자유로워지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요."


우리의 만남은 운명 같고 우리 사이는 특별하고 평생 함께 할 것 같지만 아쉽게도 이별의 순간은 찾아왔다. 최근에 오랜만에 마음이 가는 누군가를 만났는데 내 맘과는 다르게 잘 이어지진 않았다. '그는 왜 그럴까, 연락이 없을까?'처럼 내가 아닌 그에게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다면 이제는 좀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물론 연인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말이다.



"변화는 잔혹한 거예요.

 자기 자신과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바꿀 작정이라면

 수많은 신념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거든요.

 자기 정체성의 커다란 일부를 희생해야만 하죠.

 그건 재미있는 일이 아니죠. 겁나게 힘들죠."


"예를 들어 마라톤의 경우,

 본인이 고난을 택했기에 성취감도 느끼는 겁니다.

 그 선택 때문에 고난도 의미 있는 겁니다.

 본인에겐 중요하고도 강력한 경험이 되죠."


"누구나 회피하고 싶은 삶의 진실이 있고

 그 진실을 마주하거나 인정하기 싫잖아요.

 그 진실을 마주하고 인정해야만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할 수 있어요."


이 챕터를 보고 나는 참 모순적인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맨날 이 일은 나랑 안 맞다며 제2의 직업을 찾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 변화의 과정에서 오는 고통은 잠시도 참지 못한다. 당연히 어렵고 힘든 과정인데 늘 불평만 늘어놓은 것 같다. 그럼에도 다행인건 마라톤 예시처럼, 나는 등산하는 걸 좋아한다. 높은 산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가기 전부터 체력 단련도 해야 하고 산에 오르는 과정에선 체력과 정신적으로 괴로운 순간이 많다. 그치만 그 힘듬까지 의미 있는 경험으로 기억된다. 앞으로 어떤 도전이나 변화를 시도할 때 등산을 예시로 떠올려봐야겠다.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고 했을   연상되는 이미지는 '에라 모르겠다'하며 천하태평 해변에서 빈둥대는 모습이었다. 제목에서 오는 뻔한 결말이 예상됐다. 자신에게 도움 되지 않는 의미 없는 관계, 의견, 상황에 신경을 꺼라~라는 메시지일  알았다. 그런데 다행히 그런 1차원적인 메시지는 아니었다.


신경을 쓰고 관심을 쏟을 일은 인생에 꼭 있다. 근데 관건은 무엇에 관심을 쏟을지를 정하라는 것이다. 스스로 선택을 해서 본인이 즐길 수 있는 문제를 찾는다면 그 순간 다른 것에는 신경을 확 끄게 되니깐 말이다.


그러면,

"한 시간 더 연습하는 게 힘들어도 개의치 않고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을 더 해야 하더라도 개의치 않게 되죠.

 자기가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해도 개의치 않게 돼요."


"삶을 활기차고 풍요롭게 하는 고난을 발견하는 순간, 신경 끄기 기술에 통달하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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