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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Sep 03. 2023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

허전할 틈 없이 무언가 하기

짧으면 몇분, 길어도 몇시간 간격으로 연락을 나누던 누군가가 있다가 그 관계가 갑자기 끊어지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허함이 몰려온다. 그리고 그 공백을 채우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혼자 멍하니 있으면 자꾸 함께한 추억이 떠오르고 없던 미련마저 생기기 마련인데 다행히도 이번에는 꽤 괜찮은 것 같다. 그렇게 우울한 적도, 슬픔에 갇혀 지내지도 않는다. 왜냐면 요즘엔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1. 땀 쏙- 빼며 테니스 치기

연습 좀 많이 하라고 코치님한테 혼이 나기도 하고 금방 늘지 않는 실력에 스스로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테니스 치는 건 너무 재미있다. 신기하게도 10분만 쳐도 땀이 뻘뻘 흐른다. 다른 운동을 하며 이 정도까지 땀을 흘린 적은 없는데 테니스를 치고 나면 얼굴 전체가 땀으로 범벅이 된다. 열도 나고 화장도 다 지워져 차마 못봐줄 행색이 되지만 기분만은 정말 상쾌하다. 그리고 레슨을 받다 보면 안되던 동작이 어느 순간 되는 걸 경험하게 된다. 내가 점차 변화하고 나아진다는 걸 느끼게 되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긍정적인 기운이 샘솟는다. 이렇게 재미가 생기다보니 더 잘하고 싶어 콘텐츠도 많이 찾아보고 공부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엔 용품도 사고 야외에서 랠리도 해야지 등의 눈앞의 목표도 생긴다. 왜 사람들이 운동 중독이 되는지 확실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2. 틈만 나면 뮤지컬 보기

거의 2 달반 동안 예술의 전당 문턱이 닳도록 다녔다. 넓고 웅장한 공간에서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더 좋은 좌석을 잡기 위해 티켓팅 하는 과정은 정신없이 바빴고, 공연 보러 가기 전과 가는 길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있다. 공연을 보는 시간에는 극에 몰입하다 보니 그저 좋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공연이 끝나면 그 여운으로 한동안 너무 행복하다. 출연 배우의 퇴근길을 보거나 사인이라도 받은 날엔 행복감이 더욱 충만해진다. 문득 든 생각인데 좋아하는 공연을 관람한다는 건 명상과 비슷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오롯이 집중하고 있으면 잡생각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나의 이별 극복에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배우님들 감사하고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요!!


3. 맘 편한 카페에서 책 읽기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 낮,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이건 예전부터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 소설이든 인문학책이든 뭐든 상관없다. 어떤 책이든 그 안에서 위로와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사람에게 받는 조언은 아무래도 그 순간에 귀로 듣는 거라 금방 휘발되는 것 같은데 글로 받는 조언은 훨씬 깊이 와닿고 오래 되새겨지는 것 같다.


4. 일단 나가서 걷기

난 집을 너무 사랑하고 하루 종일 집에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청소와 정리는 끝이 없고 OTT나 TV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순삭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냥 나가서 걷기라도 하려고 한다. 운 좋게도 우리집 근처에는 한강도 있고 큰 공원도 있고, 등산할 곳도 있다.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걷다 보면 상념도 사라지고 적당한 땀도 나고 하루를 잉여롭지 않게 마무리하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든다. 얼마 전 어느 방송에서 신경과 의사가 말하는 걸 봤는데 걷는 행위 자체가 뇌 전두엽에 영향을 줘서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절대 하지 않는 것도 있다.

1) 회사사람과 술자리하며 소진적인 이야기로 시간 보내기

2) 심심해서 진짜 원치도 않는 약속을 잡아 시간과 , 에너지 낭비하기

3) 배달음식 또는 정크푸드와 혼술 하기

잠깐 외로운 그 순간을 잊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는 건 궁극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나누는 대화들 대부분은 매우 감정적이고 이야기의 질 자체도 낮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더 가치 있고 소중하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활동들도 하루를 채우다 보니 우울감이나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오더라도 금세 그 기분을 밀어내버릴 수 있다. 그래서인지 며칠 전에 만난 선배가 나한테 "얼굴이 건강해 보인다"라고 했다. 원래 남의 말을 그대로 믿지 못하는 이상한 성격인지라 좋은 말을 듣고도 '혹시 내가 지금 애써 행복한 척을 했나?'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건 아무리 그런 척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닐 것 같다'는 혼자만의 결론을 냈다. 실제로 난 지금 애써 슬프지 않으려 하는 게 아니고 진짜 극복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혼자의 일상을 온전히 누리며 잘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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