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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u Mar 09. 2021

#76.어쩌다 보니, 이 나이가 된 것뿐인데.


최애 하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가 바로 '불타는 청춘'

화요일 저녁이 되면 쇼파에 앉아 본방을 사수한다. 사실 부모님 세대에 전성기를 맞은 분들이 많긴 하지만, 프로그램의 회차가 거듭될수록 나오는 출연자들의 연령층도 점점 낮아졌다.

최근에 인상 깊었던 연예인  하나가 '최창민'. 어렸을 , 패션모델로 데뷔해서 만화같이 생긴 모습에 그가 나온 잡지를 오려 붙이며 남모를 감정을 품곤 했었는데.  사람이 여기에 나오다니. 불타는 청춘은 왠지 어른들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좋아했던 사람도 출연하니 내가 생각 어른과 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했다. (빼박 어른나이다..)


프로그램은 크게 1 2일동안 출연자들이(보통 10 내외) 숙소에 모여 고정 멤버들이 새로운 출연자들을 맞이하고 그들과 함께 식사를 만들어먹고 즐기는 MT 같은 모습을 담은 관찰예능이다. 출연자들의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연애 상황, 아니면 한번 갔다 왔는지,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전만 하더라도 '이혼'이라는 단어는 마치 금기어와 같았고, 마치 죄를 지은  마냥 숨기기 바빴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방송에 주제가 되기도 하고, 개그의 소재로도 종종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혼'이라는 단어, '이혼남', '이혼녀'라는 수식어도 이젠 거부감이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같다.


출연자들 중에 대부분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지금봐도 그 나이로 보이지 않고, 매력적인 사람들을 볼 때면 "아무리 봐도 멀쩡한데 왜 결혼을 못했을까?"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나의 생각이 났고, 여기서 생각의 패착이 있음을 깨달았다.


나도  때는 소개팅 시장에 내놓은 물건마냥 방황했던 시기가 있다. 어느새 나이는 30 중반으로 흘러들고, 그러면서 점점 사람 만날  있는 폭은 적어지고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소개팅 건수도 줄어들었다. 상대방의 성격보다는 회사에 밀어 넣은 이력서처럼  사람의 직업, 학력 등으로 소개팅의 성사 여부가 판단되곤 했다. 역시나 소개팅 성공률은 제로.


소개팅을 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  시간이  싫었다. 내가 사람이기보다 물건 같은 느낌이 강했고, 나의 진짜 모습보다는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모습을 연출하려고 노력했으니. 혼자도 씩씩하고 하고 싶은 것도 도전해가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짝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재감이 평가받은 기분이었다. 바닥까지 떨어져 가는  자존감을 막아내느라 애써야 했고, 다른 일이라도 집중해야 했지만 어떤 의욕도 생기지 않은 상태라 그저 TV 켜놓은  소파와  몸이 되고 했다.


그런 생각이 거듭될 때쯤, 갑자기 억울했었다.

"내가 뭐가 모자른 걸까?"

왜 남들 다 하는 연애도, 결혼도 나에게만 이렇게 어렵고 힘든 건지 속이 상했다. 방학 때 밀린 숙제를 다 끝내지 못하고 등교하는 심정처럼 잘못을 나에게서만 찾았다. 그게 문제였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사실 100% 사람의 힘으로만 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자의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 인연이 닿을 사람이 나타나는 . 그것도 굉장히  몫을 차지한다고 본다. 그런데 대부분은 자기 자신에서 문제를 찾곤 한다. 마치 진짜 내 잘못인건마냥.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면, 참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아는데고, 그 시기에 내가 서있을땐 경주마의 가림막처럼 내게 다른 것들은 잘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주변에도 늦은 결혼으로인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한번쯤은, 아니면 지금도 그런 생각으로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모든 이들에게, 꼭 말하고 싶다.


나의 잘못이라 생각하지 말 것.

언제나 당당할 것.

죄책감 따윈 개나 줘버릴 것.

지금의 생활을 마음껏 즐길 것.


반짝반짝 빛나라,

우리 모두의 인생.

어짜피,

다 잘될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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