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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캐럿 Dec 04. 2021

화분에 물 주기

토요일 루틴

토요일 아침엔 꼭 하는 일이 있다.

화분에 물 주기.이다.

화초를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키울 성격은 못 되지만 싱싱한 초록이들이 주는 싱그러움에 좋아 산세베리아처럼 손 덜 가고 굳건하게 잘 자라는 몇 개의 화분들을 돌보고 있다.

영하의 겨울이 다가오니 베란다에서 물을 흠뻑 준 다음 대부분의 화분들을 실내로 들였다.

한 곳에 모아놓으니 제법 초록이 번지면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음.. 그런데 그중에 커피 화분 하나가 시원치 않다.

커피 모종 2개를 선물 받아서 분갈이하고  키우는데, 1호 커피나무가 분갈이할 때 뿌리내림이 적절하지 않았는지  줄기가 휘적휘적거리고 잎도 축 쳐져있다. 

2호는 더 작은 모종이었고, 분갈이도 늦게 했음에도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말이다. 

둘을 나란히 두고 보니 축 쳐진 커피나무가 안쓰러웠다. 

흙도 모아주고, 잎도 쓰담 쓰담해주고, 마시고 남은 찻물도 주었다.


보이지 않아도 뿌리가 하는 일이 참 대단하고 크지 싶다.

바람에도, 가뭄에도, 햇살에도, 뿌리가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있으면 이런저런 어려움 속에서도 화초는 잘 견뎌내는 것 같다. 

바람, 물, 햇살만 있으면 묵묵히 자라나는 식물은 참 대견하고 신기하다. 

어느 순간 꽃을 피우거나 손가락만큼 쑤욱 자라나 감동을 주기도 하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아낌없이 잎과 꽃도 떨궈내며  순리에 따라 내려놓은 지혜까지 보여준다.

그 모든 과정이 보이지 않는 뿌리가 중심이 되는 것 같다.


나도 마음의 뿌리가 단단했으면 좋겠다.

매일이 비슷한 것 같지만 실상은 늘 새로움을 만난다. 

즐거움으로 올 때도 있지만, 인생사 문제가 더 많이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마음이 아니라 나를 믿고 굳건하게,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지 않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이 단단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인정과 칭찬, 판단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나를 인정하고, 스스로 사랑하는 단단한 힘이 뱃살 대신 아랫배에 두둑하게 차있었으면 좋겠다.


1호 커피나무가 오늘 자고 나면 한층 더 단단한 뿌리로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의 뿌리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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