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11월 말 브라가로 이사를 했다. 추위속에서11월 한 달은 짐 싸면서 정리하고, 12월 한 달은 짐 풀면서 정리하고,,,
부지런히 집 정리를거의마치고, Leroy Merlin에서 주문한 커튼레일이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겨울인데커튼이없는창들이 삭막해 보인다. 한창통창이트렌디할 때 지은것인지, 거실이며서재에는전면통유리창들이어서전망은매우좋고추위는 2배로 느껴진다.
다른 짐들은 모두 제자리 찾아 정리가 끝났는데, 아직 거실 한 귀퉁이에는 이방저 방에 걸릴 커튼들이 가득 쌓여있다 커튼까지걸면 95퍼센트는 완료되고 지하 작은 방 하나 인테리어 공사까지 올해안에하면모두마무리된다.남편의야심 찬계획에 들어있는 그 방이어떻게완성될지 궁금하다.
12월에는 계속 불꽃 폭죽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댔다. 한창 바쁘게 정리하다가 꽝꽝 폭죽 터지는 소리에 깜짝놀라창으로달려가곤했다. 집이 언덕에 있어 어떤 곳은 잘 보이지만 앞으로 수풀이 있고, 집 뒤편은 다른 타운 하우스 단지에 가려있어서 이곳에서는 불꽃들이 잘 보이지않는다. 폭죽 굉음이바다와강으로 퍼져가던 포르토와 달리, 이곳은 산들이 겹겹이 병풍처럼둘러싸여 있어서 폭죽 소리가 여기저기 부딪쳐 더 크게 울린다대포처럼.
짐 속에서두 달쯤치이고 나니활자에대한 허기가 확 밀려온다.브런치와밀리서재, 미디엄에서틈틈이 독서는 하지만 그래도 허전했다. 글을 쓴 지가언제인지기억도희미하다.
아직피로와감기 기운이 다 가시지않은아침에 졸린 눈꺼풀 아래로 핸드폰 브런치 창에서 활자들을 찍어본다. 마음에생각에일상에 여기저기 흩어져있던조각들을주섬주섬담아본다. 조금씩 정리되는느낌이좋다.
2년 전 코비드 락다운이 해제되고 남편 생일날 브라가로 잠시 놀러 왔다. 포르토에서 차로 58 km, 1시간 거리에 있다. 리옹에 있는 포르투갈 대사관의 영사가 꼭 가봐야 한다고추천해 주었던 곳이다.
포르투갈 거주 비자를 신청하면서 만났던 그 영사는 인터뷰를마치고 자신이 브라가에서 살았다고 정말 좋은 곳이라며 꼭 가보라고 종이에 메모까지 해서 건네주었다.
프랑스에서 포르투갈로 이주하면서, 거주지는 리스본, 포르토 중에서 포르토로정했고, 그 외 도시는아는곳이없었다. "파티마"는 가톨릭 성지로 유명한 곳이서처음여행때에 다녀왔고 브라가는 차차가보기로하고잊고있었다.
코비드 락다운이 해제되고 가벼운나들이를계획하는데, 남편이 자기 생일날 브라가에가보면 어떨까? 했다. 어!, 나도영사의 강력 추천이 기억났고그래서갔다. 그리고 2년 후 23년 11월 말, 우리는 이삿짐을 싸고 있었다 포르토에서 브라가로 이사 가기 위해서.
한 해 동안열심히 이사할 집을 찾았고, 포르토에서 브라가로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며지난해를보냈다. 브라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23년 연말을 보내고 24년 새해를 맞고 있다. 언덕 위 스위트한 타운 하우스에서,
브라가 시내 전경이 잘 보이는 언덕에 있는 집은 위치가 예상보다 훨씬 좋다. 뒤로는 브라가의 큰 산이 넓고 든든하게 둘러져 있고, 바로 앞에는 양 목장이 있고 수풀이 꽤 무성해서 브라가 시내와 우리 집 사이에 경계선처럼 가림막 역할을하고 있다.
수시로 양들과 닭들과 멍멍이 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울릴 때면 시골 어느 마을에 있는 것처럼 아늑하고 평화롭다. 그러다 일어나서 멀리 바라보면시내의전경이2층 서재 넓은 창에서 잘 보인다. 언덕바로 아래에는 생활의모든니드를해결해주는 쾌적한 멀티 쇼핑몰이자리하고 있다. 전원스러운 분위기와 도시의 효용성, 감사하게도 두 가지의 혜택을 다 얻게 되었다.
2년 가까이 열심히 찾은보람이있다. 1개 아파트, 10개 정도의 집을 방문했고, 그중 1개의 단독 주택, 3 개의 타운 하우스와 가격 네고를 했었다. 단독주택은 우리 예산보다높아 포기했는데, 그것보다 더 문제는 방범과관리에자신이 없었고다행히도 주인은 우리가제시한금액을 거부했다.
그 후부터단독하우스는 리스트에서 빼고, 타운하우스와 아파트를 찾았다. 1개의 아파트는 자산 가치를 첫째로여기는남편의강력한 주장으로 1차 방문하고 아파트관련 서류를 검토하던 중, 또 다행스럽게도문제가발견되어가격네고는넣지않았다.아파트의 인테리어와 위치, 주변 환경이 좋았으나 아파트 건물 자체의 문제가 의심되어 배제했다.
아파트는 절대안 된다는나의 주장은 이 사건으로힘을받았고, 이후로타운하우스만검색하여 이 동네에서매입가능한집들을방문했다. 많이보면서집들마다의장단점과 문제점도 점차 선명해졌다. 외관이나인테리어와달리설계나 건축의 하자도 보다 세밀히 확인할 수 있게되었다.
마음에 드는 집은1차 방문 후,건물에 관련된법적인 등기서류, 준공검사, 기술적 세부내역서류, 건설사 시공사등의내용이 담긴 서류들을 전달받고, 주인에게는현재 그 집에대해만족스러운점과아쉬운점을 3가지씩 알려달라고했다. 이 장단점질문에는의외로매우솔직하게답해주어서 집을 검토할 때 많은 참고와도움이되었다.
마음에들어서가격네고에들어갔던 총 6개의 집서류검토 작업은 남편몫이었고, 서류를받은날이면남편은구글번역창을열고포르투갈어와영어와한국어로정확한뜻을알기 위해, 3,4일씩종일컴퓨터화면에서타국언어와씨름했다.
글을 쓰다가 문득 깨달았다. 그의수고와노력에 고맙다고 해야겠다. 잘 보이지않았던그의숨은노고덕이크다.
이제 다시 조용하고 차분한 일상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2월에는 작은 여행이 계획되어 있다. 항공권과 숙박은 예약했으니 변경 없이 일정대로 다녀올 수 있기를 희망하며, 커튼레일이 도착해서 이제 커튼 걸고 나면 여행 계획을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