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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a Dec 09. 2020

스페인 취준생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나는 스페인에 딱 천만 원을 들고 갔다. 


내 전재산이었다. 매일 울면서 회사를 다녔던 거라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돈이었고 스페인에 가기 위해 맛있는 걸 덜 먹고 예쁜 옷을 덜 샀다. 


보통 영어권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면 이것보다 적은 돈을 가지고 간다. 나는 3년 전에도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고 천만 원보다 훨씬 적은 돈을 들고 갔다. 그래도 일자리를 잘 구해서 일 년 동안 돈 걱정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스페인에서도 괜찮은 일자리를 그럭저럭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게 돈을 모으지는 못하고 쓰고만 있으니 이제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취업에 실패한 뒤 나는 발렌시아로 돌아왔다. 발렌시아는 스페인의 3대 대도시로 꼽히지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보다 일자리가 많지 않다. 아침마다 Linked in과 스페인 구직 사이트인 Think spain을 뒤적거렸다. 회사 경력이 1년밖에 안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한국에서 다녔던 회사는 유럽계였는데 스페인에도 지점이 있어 확인을 해보았지만 스페인 원어민만 지원이 가능한 포지션들만 있었다. 다른 회사들도 확인했지만 대부분 스페인 사람이나 유럽 사람들만 지원이 가능했다. 한 회사에서 프로젝트 업무를 담당하는 포지션 공고가 올라왔고 영어가 가능한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얼른 이력서를 넣고 지원했다. 담당자에게 면접을 보자는 제의가 왔다. 이윽고 나는 답을 보내서 장소와 시간을 물었지만 몇 날 며칠을 기다려도 아무런 답이 없었다. 다른 회사의 여러 직무에 지원했지만 아무런 답을 받을 수가 없었다. 지칠 대로 지쳐 거의 한 달 가까이 되어갔고 나는 내가 진짜 스페인에서 해보고 싶었던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일이 안될 때는 다시 기본부터 생각해보자. 


나는 사실 스페인에 오기 전부터 한국어 교육에 관심이 있었는데 스페인에서 스페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쳐보고 싶었다. 한국어 수업은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 있을 뿐 발렌시아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럼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자' 

들이대기 작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에서도 먹혔던 작전인데 이력서를 직접 들고 찾아가자. 한국에서는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을 법한 일인데 외국에서는 꽤 잘 먹히는 것 같다. 이런 게 문화적 차이 일까. 

내가 사는 곳 주위의 어학원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발렌시아에서 두 시간 거리의 알리칸테 시내 모습. 이력서를 들고 알리칸테까지 찾아갔다. 



스페인은 PC 방이 없고 Papeleria라는 문구점으로 가서 프린터를 뽑아야 된다. 그 무렵 나는 거의 매일 papeleria에 출근 도장을 찍었고 가게 주인아저씨가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 buena suerte (행운을 빌어)를 외쳐주었다. 


타국에 와서 느끼는 취업난이라. 사실 취업 준비는 한국에서 많이 해 본 터라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평생이 취업준비생이라 항상 준비되어 있었다. 

이력서 20장을 들고 교육기관에 직접 찾아다녔다. 거의 돌아오는 대답은 

'우린 한국어 수업이 없어' ' 이력서는 줘 봐, 학생이 있으면 나중에 연락 줄게'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하면 도저히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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