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모지 Feb 22. 2021

헤어지려는 이유

완벽한 사람이 없으니 완벽한 관계도 없다.

서로의 장점을  알고 있는 부부 니콜과 찰스. 이혼 조정관과 마주 앉은 찰리는 종이 위에 자신이 적은 배우자의 장점을  문장씩 읽어 나가지만, 니콜은 그러지 못한  화를 내며 자리를 . 니콜의 내면에는 어떤 생각과 상처가 자리 잡고 있던 걸까. 영화 초반에 이혼 과정에 적극적이던 니콜과 그렇지 못한 찰리를 보며, 관객으로서 찰리가 측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녀가 꽤나 가정적이고 섬세한 그와 헤어지려 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녀의 눈물

찰리와 대화를 끝낸 , 홀로 방으로 향하던 니콜은 갑작스레 눈물을 리고 그 모습에서 건강하지 못한 그녀의 마음 상태가 느껴졌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기 직전에 찰리와 나눈 대화는 무척 무미건조했는데 - 연극 무대에 배우로 섰던 니콜은 연출가인 찰리에게 바로 잡을 부분을 물었고, 찰리는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답했다. 이혼을 앞뒀지만 평소처럼 지지나 격려 따위 없이 지적하던 찰리의 모습 때문이었을까. 아무렇지 않게 수긍하고 뒤돌아  줄리의 눈에 눈물이 고인. 줄리가 고향인 LA 돌아와 이혼 변호사인 로라와 나눈 대화에서 줄리속마음드러. 결혼 생활 내내 자신이 "작아지는"느낌이 었다는 것. 그런 감정이  이상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그녀는 알고 있었다. 완벽한 사람이 없으니 완벽한 관계도 없다는 줄리의 대사 속에서 괴로운 관계 안에 자신을 놔두지 않으려는 줄리의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와 그녀의 울음

줄리와 찰리 양측의 이혼 변호사들이 개입하며 부부가 의도치 않게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고, 애초에 둘의 의도대로 이혼 절차가 원만히 진행되기는 어려운 상황에 . 이혼 문제로 뉴욕을 떠나 LA 머물고 있던 찰리의 숙소로 줄리가 찾아온 , 둘은 그동안 숨겨두었던 속내를 드러내며 치열한 말다툼을 했다.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다툼처럼 격렬하고,  주연 배우의 연기로 인해 소름 돋는 순간이었다. 서로에게 고함을 치던 찰리와 줄리의 대화 속에서 그동안  사이에 솔직한 대화가 부족했던 이유를 짐작할  있었다.  행복도 생각했어야 하지 않냐는 줄리의 물음에 당당하게 당신도 행복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찰리는 니콜이 결혼생활에서 마저 감정을 숨기는 연기를 하고 있는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니콜의 마음을 세심히 들여다볼 용기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활이 지속되자 니콜은 찰리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 싫어졌고, 이혼이라는 결정에 도달했다. 부부의 결혼은 이른 편이었고, 아이가 생겼고, 찰리는 이루고 싶은 목표가 너무 많았다. 그에게 줄리는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자신의 수많은 목표들을 함께 이루어 나갈 상대였다. 다투던 도중, 감정이 격해져서 줄리에게 해선 안될 말까지 해버린 찰리는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은  줄리에게 사과했다. 그의  "미안해" 속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었다.

방금 한 말, 미안해.

그동안 너의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해.

나만 생각하고 살아서, 미안해..





그의 눈물

부부와 변호사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찰리가 점심 메뉴를 고르기 힘들어 하자, 줄리는 그가 좋아할 만한 메뉴 구성으로 결정을 대신해줬다. 지난 결혼 생활은 마음이 힘들었을지라도 부부가 서로에 대해 많은  알게  시간이었다. 이혼 조정관 앞에서 줄리가 차마 읽지 못했던, 찰리의 장점들이 나열된 종이를 찰리가 아들 헨리와 함께 보는 장면이 영화 끝무렵에 등장한다. 종이에 적힌 문장을 헨리에게 하나씩 읽어주던 찰리는 결국 울컥하고 말았다. 문장 중에는 찰리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말이 있었는데, 영화 <라라랜드>에서 미아가 세바스찬에게 했던 같은 대사가 올랐. 찰리는 많은 감정이 교차했을 것이다. 배우가 아닌 연출가로서 인정받는 줄리를 보며 그녀의 재능을 미처 발견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도 함께 들었을 것이다.







결혼 생활이 순탄치 못했을 지라도 부부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았지만, 부부는 아들 헨리에게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줄리는 잠든 헨리를 안고 돌아서는 찰리를 잠시 멈춰 세우고, 헝클어진 그의 신발끈을 다시 묶어. 헤어졌지만 아직 관계에 완전힌 마침표를 찍지 않은 그와 그녀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