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모지 Oct 26. 2018

미성숙한 아이의 성장 과정 -<펭귄 하이웨이>

브런치 무비패스 03.

스토리의 신선함과 생생한 그림체로 많은 기대감이 느껴졌던 극의 초,중반.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그만큼 물음표가 드는 부분도 많았다. 함축적인 장면은 많은 것을 말하려는 듯했지만, 미처 수습되지 못한 결말에 아쉬움이 남는다.




* 해당 글은 브런치 무비패스에 선정되어 관람한 애니메이션 <펭귄 하이웨이>에 관한 리뷰입니다.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펭귄 하이웨이>



순수함에 대하여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초등학생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 본 세상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1살 소년 주인공 ‘아오야마’는 한창 성(性)에 호기심이 많고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순수한 소년임은 맞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오야마가 간호사 누나의 가슴을 향한 관심을 왜 굳이 극의 중반까지 보여줘야만 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원작에는 어떻게 나타났는지 잘 모르겠으나, 지극히 감독의 취향이 들어간 부분이라 여겨진다. 11살 아이의 순수함을 나타낸 캐릭터는 주인공외에도 여럿 등장한다. 아오야마와 함께 펭귄의 근원지를 찾던 친구 ‘우치다’에게서도 아이의 순수함을 엿볼 수 있었다. 아오야마가 조금 야한 이야기를 물어볼 때, 귀가 살짝 빨개지던 모습이 특히 귀여웠다. 아오야마, 우치다와 함께 숲 속에서 발견한 이상한 물체(거대한 물방울)를 관찰하던 ‘하마모토’도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에 수줍어지던 11살 소녀였다.


(우) 아오야마, 하마모토, 우치다



나의 존재 이유

펭귄의 근원지였던 간호사 누나는 알 수 없는 존재이다. 간호사 누나의 존재는 아직은 불완전한 아오야마의 인지체계, 성숙도로 볼 수 있다. 특히 누나가 아오야마에게 물었던 “난 왜 태어난 것 같아?”라는 물음은 앞으로 아오야마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게 될 질문이기도 하다.

미지의 존재인 간호사 누나에 대해 조사하던 아오야마는 처음으로 나를 위한 연구가 아닌 타인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자신만을 향하던 관심을 처음으로 타인에게 향하던 순간이므로, 이것만으로도 아오야마는 이미 한 단계 성숙했다고 볼 수 있다.


의문 투성이였던 미지의 존재, 간호사 누나



가족의 의미

아오야마의 어머니와 여동생, 아버지는 극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아오야마에게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일깨워주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다 보면 흩어져있던 생각들이 연결되는 순간이 온다-는 아버지의 말씀, 아오야마가 여동생에게 했던 -모든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떠나며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 모두 혼란스러운 아오야마가 가족을 통해 깨달은 소중한 사실들이다. 이렇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많은 자양분을 얻은 아오야마는 앞으로 자신만의 '하이웨이'를 걸어 나갈 것이다.




극의 말미에 갑자기 등장했던 펭귄도 아닌 어떠한 괴생명체는 무언가 거대한 역할을 하고 퇴장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런 영향을 주지도 않은 채 사라져버린 모습에 조금 허무했다. 간호사 누나와 펭귄들이 갑자기 나타났던 이유, 거대한 물방울이 의미하는 것 등 많은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감독이 해석을 오로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줄거리에는 아쉬움이 남지만 지브리 스튜디오 출신 작가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만큼 맑고 선명한 이미지의 그림은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해 시각적으로는 굉장히 즐거움이 컸던 작품이다.

평점: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