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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화 Apr 26. 2023

패밀리맨

삶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행복한 삶에 대해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인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너무 다르니까요. 그래도 그 기준을 크게 정의해 본다면 물질적 풍요가 있는 삶과 정신적 풍요가 있는 삶일 것입니다.

영화 속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풍요가 있는 삶을 오가는 잭의 경험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행복하기 위한 기준들 중 어떤 기준을 쫓아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죠.


사실 잭은 나쁜 삶을 살았던 적은 없습니다. 원래 살고 있던 삶도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이었죠. 월스트리트의 거대 투자 회사의 사장에, 좋은 차, 좋은 집까지. 이룰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룬 삶이었습니다.

그 삶에 빠진 것이 있다면 그건 사랑을 통한 정신적 풍요였습니다. 잭의 삶에는 사랑이 없었죠. 그러나 잭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치부한 적은 없었습니다. 사랑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에 사랑이 결핍된 사실도 몰랐으니까요.


캐시가 경험하게 해 준 삶은 반대로 사랑이 가득한 삶이었습니다. 정신적으로는 더 채울 수 없을 만큼 가득 차 있었지만 물질적으로는 부족한 삶이었죠. 잭이 새로운 삶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이런 물질적 빈곤에 집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삶에 가득한 사랑에 대해서는 알아차리도 못했던 것이죠.


잭은 여전히 케이트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케이트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결핍된 물질적 풍요를 보충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물질적 풍요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잭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전혀 기뻐하지 않는 케이트의 얼굴이었습니다.


"이미 모두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어."


케이트는 모두가 부러워할 삶을 살 수 있다는 잭을 다독이며 말합니다. 그녀에게는 더 필요한 것이 없었습니다. 삶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고, 사랑이야말로 케이트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으니까요. 케이트는 이미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케이트의 반응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잭의 생각에 변화를 줍니다. 그 순간 잭은 케이트는 늘 행복했으며, 케이트와 함께 있는 자신도 이미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13년 전 공항에서 케이트는 이미 깨닫고 있었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잭은 비로소 찾게 된 것이죠.


잭은 오직 케이트와 사랑하는 것이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전부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행복을 위한 정답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캐시가 경험하게 해 준 삶이 곧 끝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 잭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명확해지자, 분명 행복하다고 느꼈던 삶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물질적 풍요가 무의미하고, 숨 막히게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죠. 삶의 조건은 변하지 않았는데, 케이트가 없다는 사실만으로 원래의 삶이 불행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분명 돌아가고 싶었던 삶인데, 이제는 돌아가는 일이 형벌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죠.


잭의 변화는 우리에게 큰 메시지를 줍니다. 같은 삶이라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행복하기 위한 기준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면, 잭이 그랬던 것처럼 한 순간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삶이 불행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게 우리의 삶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분명 잭이 그랬던 것처럼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때로는 후회할 것입니다. 그러나 행복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으로 행복할 수 있는지 말이죠.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면 어제가 불행해졌을지라도 내일은 분명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행복하기 위해 다시 한번 부딪히고 용기 내는 것입니다. 잭이 공항에서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뒤돌아 용기 냈던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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