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상황이 어려워지면 경영진은 엑셀 파일을 켭니다. 그리고 '필수적이지 않은 비용'을 찾아 매의 눈으로 스크롤을 내리죠. 가장 먼저 타깃이 되는 건 무엇일까요?
보통 1순위는 탕비실의 고급 커피 캡슐이고, 2순위는 바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관련 프로그램들입니다. 최근 어떤 대기업은 교육 비용을 과감하게 ‘제로’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그 절박함은 이해하지만,,,,,, 교육이 멈추면 중단기적으로 구성원의 업무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상식입니다.
높으신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회사가 살아야 직원도 있는 법이지. 복지는 흑자 전환한 다음에 챙겨도 늦지 않으니까, 일단 허리띠 졸라매고 당장 돈 버는 일부터 챙깁시다."
하지만 최근 2만 7천 명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경영진의 이러한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의 대가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는 2019년(팬데믹 이전)과 2021년(팬데믹 절정)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2019년에 이미 심리적 안전감이 높았던 조직의 직원들은 2년 후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덮쳤을 때도 번아웃을 훨씬 덜 겪었습니다. 즉, 평온할 때 쌓아둔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위기의 순간에 조직을 지켜주는 강력한 '사회적 자원(Social Resource)'이자 백신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2019년과 2021년의 시계열 데이터를 통해 증명된 것입니다. (출처: Blanding, M. (2025). In Tough Times, Psychological Safety Is a Requirement, Not a Luxury. Harvard Business Review.)
심리적 안전감은 단순히 "서로 친하게 지내요" 수준의 캠페인이 아닙니다. 이건 상사가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릴 때 "부장님, 그러다 우리 다 죽어요"라고 말해도 내 책상이 복도로 치워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입니다.
1) 입을 닫게 하면, 출구로 나갑니다 : 직원들이 불안해서 입을 다물게 되면, 그 에너지는 고스란히 퇴사 욕구로 전환됩니다.
2) 욕먹을 자유가 회사를 살립니다 : 위기 상황일수록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쓴소리가 필요합니다. 그 소리를 차단하는 건 화재경보기가 시끄럽다고 꺼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한두번 오작동했다고 화재경보기, 감지기 꺼버려서 큰 사고에 반응하지 않는 비극도 있었습니다.
3) 마음의 보험 : 평소에 쌓아둔 심리적 안전감은 위기가 닥쳤을 때 꺼내 쓸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조직의 보험'입니다.
그러니 예산이 부족하다고 소통 프로그램을 없애지 마세요. 직원들이 상사 앞에서 헛소리도 하고, 불평도 하고, 가끔은 대들 수도 있게 해주세요.
직원이 입을 닫는다는 건 평화가 찾아온 게 아니라, 회사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이미 '마음의 사표'를 던졌다는 뜻입니다. 지금 사무실에 흐르는 정적은 회사를 살릴 마지막 '경고음'을 들을 기회마저 사라졌다는 가장 위험한 신호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