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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해 Apr 28. 2020

DAY+9 / A RUDE MAN

 슬프게도 오스트레일리아에 와서 처음 만난 사람 별로 좋지 못한 사람이었다. 혼자 돌아다니는 동양인 여자를 한 번 어떻게 해보려던 사람. 그 사람은 홀로 카페에 앉아 있는 나에게 다가와 요즘 지나다니는 걸 많이 봤다며 말을 어왔다. 몇 번의 대화가 오가고 그는 나에게 일을 구하는  도와준다며 연락처를 물었다. 먼저 말을 걸어준 것에 대한 반가움이 컸고, 그 카페의 직원이었기에 별 거리낌 없이 번호를 줬다.

 몇 마디 더 나누고 업무로 돌아간 그는 일하는 도중 틈틈이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애초에 도와준다던 얘기는 온데간데없고, 물어도 대충 넘기더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적인 질문계속했다. 그래도 처음 친구를 사귄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숙소의 호스트와 가게 점원을 제외하고는 처음 이야기를 나누는 현지 사람과의 대화에 신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꽤나 이야기했다. 당장 오늘 퇴근 후 만나면 어떻냐는 물음에 아직 구직 관련 준비나 정보가 없어 당장은 어렵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일단 우리가 친구가 될 기회를 갖자고 말해왔다. 조금 망설여졌지만, 며칠간 혼자만 있었기에 오늘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What the.....

 그렇게 만나게 된 자리에서 그는 만나자마자 날 당황시켰다.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나에게 대뜸 오스트레일리아식 인사라며 거침없허그하고 비쥬를 시도했다. 내가 당황해서 불편하다고 말하자 모르는 채 웃으며 친구는 이렇게 인사한다며  번이고 비쥬를 해왔다. 낯선 사람과 뺨을 계속 부대끼다니. 오늘 약속을 정했을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 범주에 없었다.

 내가 재차 아무도 이렇게 인사  하더라, 비쥬는 프랑스식 인사가 아니냐며 싫다는 의사를 표시했더니 멈추는가 싶더니, 곧 은근히 다른 접촉을 해왔다. 거북함에 내내 뿌리치고 피했으나 줄곧  에 손을 대고, 얼굴을 가까이하며 허그를 요구했다. 몇 마디 나누는 와중에 가까운 친구 사이에 허그와 비쥬는 괜찮다며 개의치 않았다. 단호한 거절의 말도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손을 뻗어 내가 앉은 의자의 내 다리 사이를 잡고 의자 당기려고 했다. 내가 기겁하며 뭐 하는 거냐 물으니 가까이 앉으려고 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WHAT?!

  다시 한번 강하게 하지 말라고 분명히 하고 의자를 멀리 옮겼다. 이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 건지 오만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그냥 일어나서 나올 걸 그랬다. 그때는 그저 패닉이었다.) 그는 표정을 잠깐 찡그리더니 무례한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 나이가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다는 걸 알고 몇 마디 더 하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 불쾌한 일이었다. 나는 그저 친구 한 명 사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뿐이었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를 깨고, 한 발 이 사회로 들어가 보자는 큰 용기였다. 한걸음 내밀어본 용기에 대한 결과는 끔찍했다. 30분 동안 창살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식의 만남이 여기 사람들의 문화인지는 모르겠다. 그 사람 말대로 거리 없는 접촉이 인사인 문화도 있고 내가 접촉에 예민하게 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하고 존중하지 않는 것이 이네들의 민낯이라면 잠시라도 여기에 더 있고 싶지 않다.  /28FEB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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