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는 일 년 중 두 번의 연휴가 있다.
첫 번째 연휴는 라마단이 끝난 직후부터 시작되는 이드 알피트르 (Eid Al-Fitr) 보통 ‘이드’라고 줄여서 말하는 휴일이고 두 번째는 이드 알아드하 (Eid Al-Adha)인데 여기서는 ‘하지’ 또는 ‘하즈(Hajj)' 연휴라고 줄여서 말한다.
‘이드’라고 불리는 첫 번째 연휴는 라마단이 무사히 끝난 것을 기념하는 시간이고 일주일 간의 휴일이 주어진다. 이 기간 동안 사우디 사람들은 원래의 생활패턴으로 돌아오기 위한 적응기간을 갖기도 하고 우리의 설이나 추석처럼 가족을 만나러 귀향길에 오르기도 한다.
두 번째 연휴인 ‘하지’는 무슬림이라면 일생이 꼭 한번 해야 하는 성지순례를 위해 주어지는 연휴이고 성지순례를 잘 마쳤다는 것을 기념하는 날이 하지 연휴의 마지막날인 ‘이드 알아드하 (Eid Al-Adha)‘이다. 이 기간 동안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미 다녀온 사람들은 가족끼리 모여 양을 잡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이드 알아드하의 유래는 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이 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브라함은 100세가 되어서야 겨우 ‘이삭’이라는 아들을 얻었는데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시험하기 위해 그 아들을 제물로 마치라 명했다. 아브라함은 순종하는 마음으로 아들을 제물로 바치기로 하고 아들의 몸을 결박하고 제단에 올려 죽이려 하자 아브라함의 믿음을 확인한 하나님은 멈추게 하시고 그 옆 수풀에 걸린 양 한 마리로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코란에도 동일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그 아들은 ‘이삭’이 아닌 ‘이스마엘’이다. 성경에서 언급되는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이 본처가 아닌 첩인 ‘하갈’로부터 낳은 자식이고 후에 하갈과 이스마엘은 쫓겨나게 된다.
회사 동료들과 하지 휴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제물로 바치려고 한건 이스마엘이 아니라 이삭이야.”라고 한 마디 던졌는데, 싸늘한 눈빛이 가슴에 꽂힌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급히 자리를 떴다.
내년 이드 휴가는 4월 9일부터 15일까지, 하지 휴가는 6월 14일부터 19일까지이다. 무슬림들은 늘 해 왔던대로 또 그렇게 시간을 보낼 것이고, 비무슬림인 우린 이삭이냐 이스마엘이냐 같은 논쟁은 접어두고 여행계획을 잘 짜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