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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꽐라 Sep 19. 2023

내년 여름휴가 계획

오랜만에 회사에서 일찍 퇴근해서 아내와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있는데 아내의 폰이 울리고 잠시 후 아내는 흥분된 목소리로 “여보! 비엔나-인천 왕복 항공권이 250달러래!”라고 소리쳤다. 요즘 사우디-한국 항공권이 1200달러 정도 하는데 사우디-오스트리아 (비엔나) 왕복 항공권을 추가로 구매해도 이건 엄청 저렴한 가격이었다. 믿을 수 없는 그 가격. 게다가 아주 저렴하게 비엔나까지 덤으로 여행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사우디-비엔나 편도 항공권 (3인)

숟가락을 내려놓고 바로 검색을 시작했다. 날짜에 따라 약간의 가격차이는 있지만, 왕복 200달러 대는 사실이었다. 2024년 달력을 펼치고, 사우디-비엔나 항공권을 검색하고, 내년 3-4월에나 할 법한 여름휴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사우디->비엔나(비엔나 및 근처 국가에서 일주일 여행)

비엔나->사우디(제다) 경유 ->인천

인천->사우디(제다) 경유->비엔나 (비엔나에서 또 여행)

비엔나->사우디




그렇게 우리 일정을 정하고 항공권을 찾아 결제버튼을 누르려는데 여러 문제가 산발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대략 5가지로 정리되었다.


1. 22시간의 긴 비행시간 (제다에서 6시간의 긴 환승 대기시간, 15시간 이상 비행을 해 본적이 없다.)

2. 한국에서 돌아올 때 아내와 딸은 나보다 몇 주 더 머물다 돌아오는데 아내는 아이와 단 둘이 사우디 경유 후 비엔나 찍고 다시 사우디로 오는 모험을 원하지 않았다.

3. 올 2월에도 비엔나에서 2주간 보냈는데, 여러 번 가고 싶지 않았다. 여름의 비엔나도 한 번이면 족하다.

4. 한국에서 신선식품을 가져올 수 없다.

5. 한국에서 면세품을 구매해서 가져올 수 없다.


그리고 아내와 긴 논의 끝에 각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찾았다.


1번 문제는 “도전정신으로 극복해 보자.”였다. 인당 항공권 가격이 500달러 vs 1200달러이고 3명이면 2000달러가 넘는 금액 차이인데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 들었다. 또한 계획하고 있었던 미국여행이나 남미여행의 예행연습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다. 만약 인천행 비행 경험이 끔찍하다면 귀국 시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인천-사우디 구간 업그레이드는 별로 비싸지 않다.)

2번 문제에 대해서는 귀국 시 아내와 딸은 비엔나로 가지 않는 방법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노쇼(No show)를 하겠다는 말이다. 제다에 내려 국내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국내선 항공권은 비엔나 출발 항공권보다 훨씬 저렴하다.

3번 문제는 내가 귀국 시 비엔나에 머물지 않고 독일로 이동해 며칠 머물며 꽐라가 되는 것으로 해결책을 마련했다. 숙소도 좋은 호텔 대신 6인실 도미토리에서 지낼 예정이다. 그래도 가족 없이 홀로 독일에서 맥주를 마신다니 상상만 해도 설렌다.

4번과 5번은 한국에서 음식이나 면세품을 사 오지 않으면 돈도 안 쓰고 좋지 않은가 라는 논리로 사 오지 않기로 했다. 매년 한국 갈 때마다 아반떼 한 대만큼의 비용을 쓰고 오는데, 이런데서라도 아껴야지. 요즘 사우디에도 한국식품을 많이 팔고 꼭 필요하면 택배로 받으면 되니 별 문제도 아니다.


그렇게 내년 여름 휴가을 위한 항공권을 구매했다. 6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의 여름휴가!

비엔나-인천 왕복이 약 260달러이다.

아내와 나는 항공권이 저렴해서 구매했다고 했지만, 우린 서로 알고 있다. 말은 안 했지만 내심 비엔나와 프라하에 가서 놀고 오고 싶었다는 걸. 게다가 난 뮌헨에서 맥주로 꽐라가 되고 싶었다는 걸.


그런데 내년에 팀장이 휴가 승인을 해 주지 않으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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