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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꽐라 Nov 04. 2023

순돌이 아버지

사우디에서는 상대방을 부를 때, 이름을 부르기보다 누구누구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한다. 예를 들면, 상대방의 아들 이름이 “모하메드”라면 그는 모하메드의 아버지 즉, “아부 모하메드(Abu Mohammed)라고 불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부르는 것이 상대방을 존중하고 격식을 차린다는 표현이고 회사에서 회의할 때나 이메일을 쓸 때도 상대의 이름을 쓰지 않고 “아부 XXX"라고 사용한다. “Good morning Abu Mohammed," 이렇게 말이다. 상대를 처음 만나 아들의 이름을 모를 때에는 바로 물어본다. 악수를 청하며 “Abu....."라고 머뭇거리면 상대방은 바로 대답을 한다. ”Abu Ahmed". 그 이후부터 그 둘은 이름대신 누구의 아버지로 불린다. 마치 영어권에서 Mr. xxx으로 인사하는 것과 비슷하다.


누구의 아버지라는 호칭과 존중이 무슨 상관이 있나 싶었는데,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진짜 성인이 된다고 여겼고 그에 맞는 대접을 하기 위해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닐까 라는 개인적인 생각도 해 본다. 마치 조선시대에 상투를 틀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문화가 재밌기도 해고 궁금한 점도 생겨서 사우디 친구에게 몇 가지 물어봤다.

1.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자식이 없는 사람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

--> 자식의 이름 대신 아버지의 이름을 넣어 부른다. 아버지 이름이 “Saleh"이면 ”Abu Saleh"가 된다.

2. 아들이 없고 딸만 있으면 뭐라고 부르나?

--> 딸의 이름을 넣어 부르면 된다. 하지만 썩 좋아하진 않는다.

3. 첫째가 딸이고 둘째가 아들이면 뭐라고 부르나?

--> 무조건 아들의 이름을 넣어 부른다. 아들이 여럿일 경우는 첫째 아들의 이름을 넣어 부른다.




몇 개월 전, 직장동료가 아들을 낳았다며 회사에 초콜릿을 돌린 적이 있었다.(우린 떡을 돌리지만 사우디는 초콜릿을 돌린다.) 그러면서 자기는 이제 “Abu Rose"가 아니라 ”Abu Turki"라며 해맑게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들을 낳았으니 이제 어깨를 펴고 떳떳하게 지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묻어 나왔다.


가만 보면 사우디는 우리의 조선시대의 모습과 비슷한 점이 꽤 많다. 남아선호 사상이 굉장하고, 요즘은 많이 누그러졌지만, 식당에서는 남자들만 이용하는 곳과 여자 및 가족이 이용하는 곳이 나뉘어 있고 대다수 속옷 매장은 남자 출입 금지 구역이다. 여자가 아바야를 제대로 입지 않으면 혀를 끌끌 차기도 하고, 몇몇 꼰대들은 직접 충고를 하기도 한다. 딸 하나를 가진 내게 꼰대들은 아이를 (특히 아들을) 낳으라 아우성이고, 아이를 더 낳지 않겠다는 아내를 향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여기도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캠페인이 필요해 보인다.




상대를 누구의 아버지라 부르는 건 상대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에서 느낄 수 없는 정감이 느껴진다. 자녀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적어도 그 사람과 그의 가족을 알고 있다는 말이고 상대방을 알고 싶다는 적극적인 표현의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집 길 건너에는 순돌이 아버지가 산다. 아들 이름이 순돌이가 아닌데도 사람들은 그 형님을 순돌이 아버지라 부른다. 고장 난 물건을 기가 막히게 잘 고친다나? 내일은 순돌이 아버지에게 xxx아버지라고 불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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