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케아에서 쇼핑을 하고 딸과 함께 차가 세워진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흰색 자동차 한 대가 내 앞을 가로지르더니 급히 주차선에 맞춰 차를 세웠다.
운전자가 창문을 스르륵 내리며 "헤이 브라더, 익스큐즈미~~"라고 외치자 무슨 일인지 궁금해 그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운전자는 악수를 청하며 사우디에 온 것을 환영하고 신의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시작으로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영어 실력이 매우 유창했다.
"내 동생이 바레인에서 군인으로 복무 중이었는데 며칠 전에 사고로 죽었어 그래서 지금 차를 타고 제다로 가야 하는데 기름을 넣을 돈이 없어. 그리고 옆자리에는 내 딸이 자고 있어. 우리가 제다에 갈 수 있게 돈 좀 줄래?"
옆자리를 슬쩍 보니 여자아이가 담요를 돌돌 말고 누워 있었다.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숨을 쉬지 않는 것 같은데????'
다시 보니 마네킹이었다.
아이고 이 놈아....
여기서 제다까지 운전해서 간다고? 이거 완전 넌센스다. 이틀에 걸쳐 열심히 운전하면 갈 수 있겠지만 동생의 장례식을 가야 하는데 차를 타고 가겠다?
구글로 보니 소요시간 13시간 ㅋㅋ
아이고 이놈아.....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코리안은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카드 단말기를 들고 다니면 도움이 될 거라 조언을 해 주었다.
외국인을 상대로 이런 짓을 하는 사우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리고 그들의 레퍼토리는 거의 비슷하다. 기름을 넣어야 하고 배가 고파서 밥을 사 먹어야 하고 등등... 모두가 영어를 매우 잘하고 작은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차로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그 아저씨 왜 안 도와줬어?"
"넌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노력을 안 하고 돈 벌려고 해서?"
"어 맞아. 돈을 얻고 싶으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어야 해. 아빠가 보기엔 그 사람은 영어도 잘하고 운전도 잘하고 건강해 보였어.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돈을 얻으려고 했잖아. 그래서 아빠는 도와줄 수 없었어."
오늘도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날로 먹는 사람이 되지 말자. 삶에서 아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