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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꽐라 Jul 06. 2024

나는 꼰대다.

한국에 오면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직장동료들이나 동기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곤 한다. 모두들 어느새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생각이 든다. 게다가 모임이 끝나면 서로가 돈을 내겠다고 하니 계속 만나고 싶어 진다. 맛있는 거 많이 사주라.


며칠 전 모임에서 모 그룹 임원으로 근무하는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이 있는데 걔한테는 일을 잘 안 준다고 불평을 하더라고. 내가 보니 일도 어느 정도 잘하는 것 같고, 똘똘한 것 같은데 이상해서 그 직원 위 선에 물어봤는데 걘 안될 놈이라고 하더라. 그 이유가 10시에 출근해서 7시에 퇴근을 한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 회사는 유연 근무제라 8시간만 채우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다들 일찍 와서 일하는데 같이 나와서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을 하더라. 회사가 그렇게 규정을 정했고 그 규정에 맞게 따르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된다는 거야? 회사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어.”


“오! MZ를 이해하는 임원이라니!! ”

아주 신박했다.




예전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모두가 한 목소리로 MZ가 제일 무섭고 불편하다고 한다. 일을 시키면 불만이 표정에 드러나고, 퇴근시간 땡 하면 바로 퇴근해 버리고, 조직보다 자신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던데, 그는 MZ의 편에 서서 그를 대변하고 있었다. 좋은 임원이었다.


꼰대 중의 꼰대인 나는 공감이 되지 않아 한 마디 붙였다.

“내가 그 직원이었으면, 모두가 출근하기 전에 출근해서 7시에 퇴근할 것 같아. 일 졸라게 배우고 자기가 자기 위 두 직급 커버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울 것 같은데... MZ가 욕먹는 시대에 꼰대처럼 일하면 정말 잘되지 않을까? 요즘같이 성공하기 쉬운 때가 없는 것 같은데? 모두가 하지 않을 때 혼자서 졸라 열심히 하면 그놈은 금방 잘 되겠다. “


그 친구도 평소에 8-9시까지 그리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일을 한다고 알고 있는데 마음에도 없는 개소리를 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우디 직원들은 여전히 일을 하지 않느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이런 대답을 해 주었다.

”한 신입사원이 나에게 왜 이렇게 일찍 퇴근하냐고 하더라. “


요즘 사우디 MZ들은 무섭다.

대부분이 오너십을 갖고 회사를 위해 기여할 곳을 찾고 하루가 멀다 하고 내 자리에 찾아와 질문하고 가르쳐달라 하면서 계속 배우려고 한다. 그런 모습이 기특해서 계속 가르쳐 주고 싶고 기분이 좋기도 한데, 한 편으론 무섭다.

그 와중에 일을 안 하려는 놈들을 보면 한심하기도 하고,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아무튼 대부분이 한국과는 다르게 정말 열심히 일한다. ‘너네 왜 이래 미친 거야? 원래 이러지 않았잖아!’를 하루에 여러 번 속으로 외친다. 회사에 속한 직원뿐 아니라 사업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젊은 친구들의 마인드가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사우디가 왕정국가라 발전이 없다, 요즘 사우디에 돈이 없다는 둥의 말은 그냥 노이즈로 생각된다.

직접 보고 느끼는 사우디는 앞으로 아주 잘 될 것 같다.


추가로 한국이나 사우디나 빨리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면 좋겠다. 남들 4일 일할 때 난 6일 일해서 더 발전할 테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휴가를 마치고 사우디에 돌아가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한 달이나 쉬었더니 몹시 일을 하고 싶다.

열심히 하는 사우디 MZ들 보다 더 열심히 해야지.

나는 꼰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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