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면 특정 브랜드 호텔에서 숙박을 한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한다. 이 놈에 썩을 멤버십을 유지하려면 연간 요구하는 숙박을 채워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 멤버십이 좋은 게, 룸 업그레이도 해주고 클럽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즉, 라운지에서 술을 무제한 마실 수 있다는 것!
이집트에 와서도 숙박일을 채우기 위해 그 브랜드의 호텔에서 묵었다. 사우디에서 술을 마음껏 마시지 못하니 5시 반부터 7시 반까지 술을 제공하는 라운지에서 마음껏 달리기로 했다. 이때 아니면 언제 마시겠나.
일정을 마치고 간단한 식사를 하며 맥주와 와인을 마시며 갈증을 달래고 있는데, 옆자리 그리고 대각선 앞자리에 홀로 앉아있는 여성분들이 눈에 띄었다. 종업원들이 두 여성에게 말을 걸며 계속 와인을 따라 주는데, 주는 대로 다 마시고 또 마시고.... 이거 장난이 아니었다. 한 병을 다 비우면 또 가져와 커다란 와인잔에 가득 따라주는데, 그냥 놔두었다간 큰일 나겠다 싶었다. 한 잔을 다 비우면 농담을 섞어가며 또 가득 따라주고 가버린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여성분에겐 7시 반 이후에도 술을 달라고 하면 계속 줄 테니 걱정 말고 마음껏 마시라고 한다.
그런데 내 빈 술잔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손을 들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달라고 해야 그제야 글라스의 반쯤 채운 와인을 가져다준다.
결국 내 옆 그리고 대각선에 앉은 여성분들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휘청이며 호텔방으로 들어갔다.
‘이 새끼들 왜 이렇게 많이 맥이는 거야?‘
이상했다. 정말 이상했다. 한국에서도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술을 먹이는 모습을 봤기에 더 이상했다. 남자는 여자에게 왜 술을 먹이고 싶어 하는 건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인가?
마침 와인 글라스가 비었길래 한 잔 더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그 수컷들 중 한 놈이 “서비스 시간이 지났는데?”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시계를 보니 7시 26분이다. “아직 지나지 않았어! 그리고 옆자리 여자에겐 계속 준다면서! “라고 반문하니 그 여자가 가서 유효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돌아섰다.
아직 안주가 남아있는데... 이대로 돌아설 수는 없는데... 더럽고 치사해서 그냥 룸서비스로 주문해 먹기로 하고 라운지에서 나왔다.
남자는 여자에게 왜 술을 먹이고 싶어 하는 걸까? 나도 그러고 싶은데 내가 씹선비 인척 하는 것인가?
어쨌든 피라미드를 보며 마시는 맥주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래서 오늘도 참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