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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O Sep 11. 2020

아픈 돌쇠에게 마님은 쌀밥을 주지 않는다.

회사 생활은 멘탈 싸움이다. 특히 뒤로 갈수록

직장에서 울고 싶을 때, 뺨 때리는 인간들이 의외로 많다.


지금 일하고 있는 조직에는 '기승전소재'라는 말이 있다. 개발 혹은 양산 과정 중 발생하는 모든 불량은 소재로 귀결된다는 말이다. 소재 개발을 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기승전소재'의 전형적인 사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개발 혹은 양산 과정 중 발생한 불량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여러 부서가 소집되어 회의를 하면, 각자의 부서를 대표해 참석한 이들은 불량의 원인이 본인 부서와 무관하다는 알리바이(?)를 대기 시작한다. 흡사 '밀실 살인사건'처럼 사람은 죽었는데, 용의자가 모두 알리바이가 있는 괴상한 상황은 이제 익숙하다 못해 당연하다. 이럴 경우 불량의 원인은 종종 소재 품질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재는 외부 협력사에서 제조하기 때문에 정확한 품질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쯤 되면 무죄 추정 원칙이 맞는 건지 유죄 추정 원칙이 맞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심지어 '불량의 원인이 소재는 아니지만, 개선은 소재로 하자.'는 다소 황당한 방향으로 회의가 마무리되기도 한다.


이런 일이 많게는 하루에 세 번도 발생한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항변해봤자 소용이 없다. 인내의 지갑은 이미 텅텅 비어있다. 자리에 털썩 앉아 찬물 한 모금 마시며 나라 잃은 표정으로 앉아 있으면, 어김없이 호사가들이 한마디씩 하고 지나간다. '멘탈이 두부 같네’ '그렇게 힘들어할 거면 진작에 잘 좀 하지 사고 쳐놓고, 힘들어하네' 레파토리도 참 다양하다. 연예인들이 왜 인터넷 댓글을 안 보고 사는지 100% 이해가 된다.

 


멘탈 관리 연습은 빠를수록 좋다.


리더가 되면 본인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비난과 질책에 시달릴 일이 훨씬 많아진다. 구성원이 문제를 일으키면 대부분 리더에게 메일이 쏟아지지 않는가? 하지만, 리더가 되면 절대로 멘탈이 무너져서는  된다. 리더의 멘탈이 무너지면, 조직의 분위기에 바로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구성원 상사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다. 리더로 인해 조직에 부정적 분위기로 변하면 조직 전체가 움츠러들고, 소통이 안 되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너무나 안 좋은 일로 퇴근하셔서 인사도 없이 안방으로 휙 들어가 버리면, 다들 눈치만 보고 엄마와 자녀들끼리 전전긍긍하지 않는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리더들은 멘탈을 관리하는 방법을 따로 배우지 않는다. 실무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리더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일을 기가 막히게 하는 방법은 알아도 멘탈을 기가 막히게 관리하는 법은 모른다. 그래서, 리더가 된 첫 해는 유난히 힘들고, 시행착오도 많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리더가 된 첫해 멘탈 관리를 못 한 리더들이 구성원 혹은 상위 관리자와의 트러블로 인해 다음 해에는 자의로 (혹은 타의로) 리더 직을 내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혹시라도 리더로서 계속 성장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픈 돌쇠에게 마님은 절대 쌀밥을 주지 않는다.'라는 말을 반드시 기억하자. 멘탈이 무너지면 그 누구도 챙겨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y=x*sinx의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점점 강도가 강해질 것이다.


‘노련(老鍊)하다’라는 말이 있다. ‘많은 경험을 쌓아서 익숙하고 솜씨가 있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한자가 ‘늙을 노’, ‘연마할 연’이다. 그래서 회사에서 많이 닦이면, 노련해지나 보다. 리더로서 멘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통해서 자신의 인내 지갑에서 나갈 돈을 절약해야 한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다. 각자가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나만의 방법으로 터득해야 한다. 리더가 되서 시작하면 안 된다. 지금부터 연습해야 한다. 인내의 비용 절감이 체득되어야 앞으로 더 큰 비용이 나갈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긍정적 둔감력을 기르자.


리더가 되면 인내의 비용을 지불할 상황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내의 비용이 나가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지불할 인내의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인내의 비용 절감이라는 관점에서 와타나베 준이치의 ‘둔감력’이라는 책은 좋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반드시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가진 재능의 바탕에는 반드시 좋은 의미의 둔감력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나 세상에 대해 약방의 감초처럼 발휘되는 그의 둔감함은 대체로 자신의 본래 재능을 더 크게 키우고 자신의 능력과 힘을 널리 퍼뜨리는 최대의 원동력이다.”


긍정적인 둔감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감정 연쇄 반응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창 시절 선생님께서 체벌을 하시다가 본인 분을 이기지 못하고 점점 더 화를 내시거나, 회사에서 안좋은 일이 생겼을 때 동료들과 저녁에 한잔 하면서 뒷담화하면서 더 화가 나는 상황 모두 감정 연쇄 반응의 사례다. 안좋은 일이 있을 때, 그 상황으로 나를 끌어들여 봤자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뿐이다. 그 상태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 


‘어라 짜증이 나네? 상처 주네?’ 싶은 순간이 생기면 그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회의 중이라면 어떻게든 화를 삭이고, 잠시 회의실을 혹은 건물을 떠나 한 바퀴 걷는 것이 좋다. 회의 끝나고 흡연장에 동료들과 담배 피우면서 뒷담화 해봤자 말하면서 열 받는다. 그냥 조용히 잊고, 혼술 하고 푹 자는 것이 가장 좋을 수도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상상의 고리도 끊어지고 퓨즈도 차단되니까. 내가 짜증이 나서 감정의 동요가 생기는 순간 상상의 고리와 퓨즈를 차단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감정의 연쇄 반응을 차단할 수 있다. 감정의 연쇄 반응을 제때 차단하지 못하면, 인내의 지갑에서는 계속해서 돈이 빠져나갈 것이다. 마치 백그라운드 앱이 20개쯤 켜진 스마트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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