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말자
세 줄 요약
1. 헬스장 등록할 때 첫 달 무료라 해서 했는데 직원 실수로 첫 달에 카드에서 돈 빠져나감
2. 돈 돌려달라고 했지만 담달 무료로 해줄 테니 그냥 다니라고 함
3. 빡쳐서 은행에 사기신고, 4개월만에 돈 돌려 받음
지난 11월, ‘제대로 운동을 해보자’ 하고 헬스장에 등록했다. 복싱, 주짓수, 킥복싱 등 다양한 수업을 모두 들을 수 있는 옵션은 제법 가격이 세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매니져가 친구랑 같이 동시에 등록하면 첫 달은 무료로 해 주겠다고 했다. 동진과 나는 바로 등록했고 운동을 시작했다. 근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집에서 멀고 의지력도 떨어져 잘 안가게 되는 게 아닌가. 결국 그만두기로 결심할 무렵 은행에서 돈 빠져나갔다는 문자가 하나 왔다. 첫 달은 무료로 해 주겠다는 체육관에서 결제를 해버린 것이다. 바빠서 잊고 있다가 며칠 뒤 전화를 해서 따졌더니 체육관 직원은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럼 다음 달 치를 무료로 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게 아니다. 처음 약속은 분명 첫 달 무료였다. 다시 돈 넣어달라” 했더니
“어쨌든 한 달 무료로 다니는 건 같은데 왜 그러느냐. 그냥 다음달 무료로 다녀라”고 입장을 고수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
“그게 어째서 같냐. 다른 걸 떠나서 너희는 약속을 어겼다. 책임져라”고 강하게 밀어부쳤는데 직원은 결국 “우린 줄 수 없다. 다음 달 다니든지 그냥 멤버쉽 취소하겠다”고 했다.
계속 실랑이를 벌이다가 난 더이상 해봤자 소득이 없을 것 같아서
“알겠다. 경찰을 부르거나 다른 방법을 알아보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경찰을 부르자니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은행에 전화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공식적으로 Claim을 걸테니 조사를 부탁한다고 했다.
은행 직원은 내게 체육관 주소, 통화한 직원 이름, 체육관 규모, 시설 상태 등 굉장히 꼼꼼하게 묻더니 “철저히 조사하겠다” 다짐하고 우선 쓸 수 있게 체육관에서 빼간 돈을 내 카드에 넣어줬다. 조사를 마치고 확인 되면 공식적으로 내 돈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4개월만에 은행에서 편지가 왔다. 내가 승리한 것이다. 모르긴 해도 은행에서 직접 조사를 했으니 아마 제법 타격이 있었을 것이다. 세금 관련 골치 아픈 일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간 들어간 시간과 노력, 허비한 감정으로 따지면 그냥 넘어가는 게 나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억울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와서 이와 비슷한 일들이 제법 있었는데 이를 통해 ‘문제가 있을 때 당당히 따져야 한다는 것’과 ‘제대로 물고 늘어지면 이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아가, 평소 부당한 걸 바로잡으려는 사소한 개인의 노력들이 모이면 세상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난 국민들의 비폭력 저항이 대통령도 쫒아냈다.
작은 일이라도 부당한 일을 당하면 싸우자.
싸워서 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