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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BA Apr 06. 2018

말이 통하는 사람

같이 일을 하려면 

며칠 전 공개한 Episode 0 (pilot) 영상과 함께 
I AM A PILOT의 본격적인 시리즈가 시작됐다. 동진이는 열심히 비행수업을 듣고 나는 열심히 영상을 만든다.  

그간 애정을 갖고 우릴 지켜보는 사람중에는 
"같이 일하며 부딪히는 부분은 없냐"며, 관계를 걱정하시는 분도 있었다. 어찌 없을 수 있을까, 우리도 사람인데. 모두 아는 사실이겠지만 친한 것과 같이 일하기 좋은 건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애초에 우린 이 부분을 명확히 했다. 
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건 빠른 비행 자격증 취득도, 좋은 영상 제작도 아닌, '우리가 끝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작년 11월 말 '김주원의 고마가자 프리다이빙 프로그램'에서였다. 그때부터 필리핀에서 열흘, 미국에서 한 달, 홍대에서 약 7개월을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며 그야말로 거의 24시간을 붙어 있었다.

그 동안 하하 호호 웃으며 끊임없이 호흡을 맞춰왔지만 한 두번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모를 불편한 기류가 생긴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린 '말이 통하는 사람'이였다.
언제나 서로를 배려하려 무던히 노력했으며 조금이라도 걸리는 부분이 있으면 지체없이 대화를 시작했다. 
'말 한마디 건네는 타이밍을 놓쳐 일을 크게 만드는 실수는 하지 말자'고 서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불편한 말을 해야 할 때도 즉각 던지기보다는 한 호흡 삼키고 생각을 정리한 다음, 조심스레 말문을 열곤했다. 일단 솔직한 마음을 모조리 테이블에 올려놓으니 이리저리 살핀 후, 쓸데없는 건 바닥에 버리고 같이 고개 끄덕일 수 있는 부분만 다시 정리해 넣을 수 있었다.

한 팟캐스트에서 '스타트업은 결혼과 같다' 라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동진이와 이 일을 진행하며 처음으로 그 말을 이해하게 됐다. 
결국, 결혼과 스타트업의 기본 핵심은 파트너와 서로 '대화가 통하냐' 혹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냐'가 아닐까?

속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말 안해도 알지?' 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데 이는 가족들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너무 쉽게하는 서울 친구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후 부터의 일이다. 이젠 정확히 안다. 말 안 하면 절대로 모른다는 것을. 그래서 나도 그때그때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 등 속마음을 잘 표현하려 노력 중인데 아직도 쉽진 않다.

동진이는 참 배려심이 깊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날마다 조금씩 배우고 같이 성장하는 걸 느끼고 있으며 존경할만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참 고맙다. 
사실 그런 것보다 좋은 건, 둘 다 워낙 장난꾸러기라 하루 종일 깔깔깔 웃을 수 있다는 것. 웃음으로 칼로리를 태우느라 살찔틈이 없을 정도다.

우린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어떤 고난이 앞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서로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언제든 꺼낼 수 있는 한 우리 둘은 더욱 단단히 뭉쳐 같이 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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