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아닌 상태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by CINEKOON
c0225259_5c15c9daa5c5d.jpg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 밥 퍼시케티, 피터 램지, 로드니 로스맨


원조 스파이더맨 수트 기념품을 사려는 2대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는 수트가 본인 사이즈에 맞을지를 걱정한다. 이에 스탠 리의 얼굴을 한 기념품 가게 점원이 말한다. "걱정마렴, 그건 언제나 결국엔 맞게 된단다."



군 입대를 하곤 팔자에도 없을 줄 알았던 신병교육대 조교로 배치받았었다. 자원해서 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조교를 하기엔 스스로가 너무 허접하다고 생각해 자신감이 없었고, 그래서 스스로를 미운 오리 새끼라 생각했었다. 아직 조교 시험을 보지 않은 상태의 나에게, 바로 위 선임이 자신의 조교 모자를 내게 씌워보곤 말했었다. "진짜 안 어울리네." 그리고 거둬가던 빨간 모자. 내겐 아직 허락되지 않던 그 조교 모자. 선임의 그 멘트에 나는 조금 슬펐었지. 하지만 그 옆에 있던 다른 선임이 방을 나가면서 한 그 다음 말 때문에 난 아주 짧은 시간동안 행복했었다. "근데 쓰다보면 어울려져."



세상에 당신이 해내지 못할 일은 없다. 당신이 되고자 하는 어떤 '상태'라는 것은 결코 목적지가 아니다. 그저 그 곳에 도달하는 데까지의 과정이다. 물은 끓기 때문에 100도인 것이 아니라, 차츰 뜨거워져 100도에 이르렀기 때문에 끓는 것이다. 마일즈는 결국 정말로 '좋은' 스파이더맨이 되어 세상을 구하고, 나는 결국 조교가 되어 무사히 전역했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타인을 돕는 자는 모두 수퍼히어로'라는 스탠 리의 말에 감사했고 그 말로 이 영화가 끝나서 기뻤다. 영웅이라서 남을 돕는 게 아니라 남을 돕기 때문에 영웅인 것이다. '좋은 사람'은 결과가 아니라 상태다. 그리고 조지 클루니 말마따나 해피 엔딩은 없지만 행복한 여정은 존재한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행복한 여정이 허락된다면 정말이지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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