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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Jan 29. 2024

내 삶의 변속기

<포레스트 검프>

몸을 쓰는게 근본 요소인 본격 액션 영화나 스포츠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이토록 주인공의 'Action'에 모든 게 걸린 영화가 또 있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그 정도로 주인공인 포레스트 검프는 영화내내 달리고 또 달린다. 공간적으로는 미국의 국경선내 모든 국토들을 구석구석 달려내고, 시간적으로는 미국의 근대사를 모두 뚫으며 달려낸다. 특기할 만한 점은 그의 뜀박질에 이렇다할 목적은 없었다는 것. 그저 뛰라고 다들 난리들이길래 뛰었을 뿐인데, 그 종착지에는 의리도 있었고 우정도 있었고 사랑도 모두 있었다. 


목적 없이 달린 뜀박질 끝에 의리나 우정, 사랑 같은 모든 인간의 마음을 관통하는 가치들이 자리잡고 있었단 점이 관객들 마음을 그토록 사로잡는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극중 포레스트가 취한 액션은 달리기 말고 하나가 더 있다. 바로 기다리는 것. 이야기의 화자 역할을 하는 시점 내내, 포레스트는 벤치에 앉아 자신을 제니에게 데려다줄 버스를 기다린다. 그는 정말이지 오래, 엄청나게 오래 앉아 기다린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던 노인이 제니의 주소로 가는 데에는 버스 탈 필요도 없이 걸어가면 된다고 뒤늦게 말해주자, 그 때부터 포레스트는 지체없이 뛴다.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생각해보면 그의 뜀박질 직전에는 종종 기다림의 시간이 존재했더랬다. 미식축구 경기 중임에도 먼 산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다가도, 동료 선수가 와 공을 쥐어주며 달리라고 말하면 그는 달렸다. 베트남 전쟁에서의 교착 상태에서도 그랬고, 이후 제니를 떠나보낸 뒤 미국 국토 순례를 떠날 적에도 그랬다. 그는 항상 골똘히 생각하다가 달렸다. 아니, 실은 골똘히 생각을 하기나 했던 건지도 잘 모르겠네. 


그러니까 요컨대 포레스트는 인생에서의 변속에 통달한 사람이었을지도. 언제 멈추고 기다려야 하는지, 그리고 또 언제 다시 달려야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을 수도. 그렇다면 그의 그 변속기에서 브레이크와 엑셀레이터가 되어준 건 무엇이었을까. 그건 결국 그가 아끼고 사랑했던, 또 그를 아끼고 사랑해줬던 사람들이었을 테다. 포레스트는 정말로 사람에 의해 달리고 또 멈췄다. 멈추고 또 달렸다. 그리고 그건 또 그를 변속기 삼아 각자의 삶을 살아냈던 주변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고. 


인생을 살다보면 그처럼 전력으로 달려야할 때, 또는 전력으로 멈춰야할 때가 찾아오는 법이다. 포레스트 검프는 그걸 알았다. 사실 인생에서 그거 하나 아는 것만으로도 이미 바보는 아니었을 것. 포레스트는 천재였다. 그렇게 천재 포레스트 검프는 우리들 마음 속으로 뚫고 달려왔었다. 


<포레스트 검프> / 로버트 저멕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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