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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EKOON Sep 27. 2024

삶도 음악을 구한다

<비긴 어게인>

음악이 삶을 구원할 수 있을까? 다소 거창한 주장이지만, 나는 그게 가능할 거라 믿는다. 영화가 삶을 구할 수 있듯, 음악 역시도 삶을 구해낼 수 있다. 그리고 <비긴 어게인>은 그 거창한 주장에 명백한 힘을 실어주는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반대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그 반대 또한 가능하다. 음악이 삶을 구해낼 수 있듯, 삶도 음악을 구해낼 수 있다. 당신이 그런 관점을 가졌다면, <비긴 어게인>은 이번에도 든든히 당신 편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니까 음악 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에 걸쳐 통용되는 작가주의에 관해, <비긴 어게인>은 잔뜩 체화된채 동의하고 있다.작품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작가 고유의 개성. 블라인드 테스트로 누가 보고 누가 들어도 이건 혹시 그 작가의 작품이 아닌가-하며 누군가를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조. 그런 동시에, 작가주의는 결국 작가 스스로가 겪어낸 경험과 선택들이 해당 작품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된다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비긴 어게인> 속 음악들 대부분이 그렇다. 그레타는 연인인 데이브를 생각하며 사랑 노래와 청춘에 대한 질문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낸다. 이후 둘이 헤어진 이후에도 그같은 경험은 계속 반복되어서,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를 찾은 데이브를 향해 작심하고 만든 노랫말이 영화의 또다른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되기도 한다. 영국에서 낯선 도시 뉴욕까지 온 그레타의 사정도 도시를 배경으로 한 노랫말을 통해 소개되고. 심지어 이 영화 속의 사람들은 서로 간의 변심과 외도마저도 오직 상대의 노랫말 하나만 듣고 유추해내는 사람들이니 말 다 했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멋진 OST로 가득 찬 멋진 음악 영화고, 믿음직한 배우들의 듬직한 연기로 표현된 기쁜 성장 영화다. 옥상 위에서의 밴드 연주 장면이라든지 두 주인공이 하나의 재생목록을 공유하며 뉴욕 거리를 걸어다니는 장면이라든지 등등 관객들 뇌리에 저마다의 인상적인 장면들을 하나씩 남겨두는 영화이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한 남자와 한 여자를 주요 인물로 상정해두었음에도 그 사이가 어줍잖은 로맨스로 연결되지 않아 다행이었다. 세상에 마상에, 이토록 착실히 감정적 교류를 쌓아두고도 그 흔한 키스 장면으로 마무리하는 대신 도시 언저리를 조용히 부유하는 예술가의 모습으로 끝맺는 영화라니. 


그레타와 함께 만든 음악을 통해 댄이 정신적 및 정서적 구원을 얻어냈듯이, 그레타와 댄의 삶은 그들이 함께 만든 음악을 동시에 구해냈다. 작가와 작품 사이의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 <비긴 어게인>은 그러한 작가주의의 일면을 음악으로 확연하면서도 유려하게 풀어내는 영화임에 진배없다. 


<비긴 어게인> / 존 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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