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보아빠의 육아일기
다행히도 10개월차 아기의 수면 교육이 잘 정착돼서 저녁 10시 이후로는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이 된다.
아기를 재우기 위한 고군분투는 저녁 8시부터 돌입이 되는데 매일 반복되는 그 장정이 1시간 반에서 2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셈이다.
재우기 전 체력 소모를 위해 집중해서 놀아주고 간단하게 씻기고 양치를 하고 로션을 바르고 분유로 막수를 하고 마지막으로 포대기로 재우는 단계이다.
포대기로 재우기 전 아기와 놀아줄 때가 아빠인 내가 아기와 하루 중 가장 밀착되는 시간이다. 물리적으로 밀착이 되니 정서적으로 밀착이 되는 것처럼 나는 느껴진다. 퇴근한 후 하루 중 얼마 안 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잠에 들기 전 하루를 마감하기 전 아기를 밀착해서 보다보면 그날그날의 아기의 기분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전날 할머니 댁에 방문해서 할머니, 고모, 언니들의 가득한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 이틀 정도는 기분이 좋아서 웃음꽃이 만발한다. 그리고 어떤 날은 아침부터 좋지 않은 기분이 저녁때까지도 이어지기도 하는 까탈스러운 날도 있다(이유는 모르겠다ㅠ). 아기가 기분이 좋던, 좋지 않던... 나는 말못하는 아기에게 속으로 매일밤 굿나잇 인사를 건넨다.
나의 굿나잇 인사의 방식은 아기를 웃기는 것이다. 아기가 꺄르르하며 웃는 소리를 듣기 위해 신체의 모든 부위와 모든 감각을 동원하는데 매일 반복되는 저녁일상을 지내다 보니 아기를 웃기기 위한 어느 정도의 공식을 습득하는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기를 따라하는 것이다.
첫번째 방구를 끼면 입으로 방구 소리를 같이 내주고 재채기나 기침을 하면 같이 따라한다.
두번째로 동작을 따라하는 방식도 있다. 손을 흔들면 같이 흔들고 머리를 갸우뚱 하면 같은 방향으로 갸우뚱하고 입속에 책을 물면 나도 같이 다른 책을 물거나 아기가 물고 있는 반대쪽 책의 모서리를 같이 문다.(오늘은 이방식으로 성공했다)
세번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인데 가끔 입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면 그 소리를 듣고 박장대소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뿌우욱~ 슈우욱~ 같은 소리인데 아기와 장난감으로 놀아주다가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갑자기 높은 톤으로 위 소리르 비슷하게 내주면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성공확률이 낮지만 그만큼 아이가 가장 크게 반응한다. 그날의 컨디션도 반영이 되는 것 같다.
이렇게 퇴근을 하고 돌아오면 저녁을 먹자마자 아기를 재우기 위한 굿나잇 의식이 시작되는 것이다. 가끔 이앓이 때문인지 너무 까탈스러운 날에는 아기의 웃음은 커녕 울음만 듣다가 잠 재우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굿나잇 인사를 온 몸으로 날린다. 만약 회사일이 힘들고 바쁘다는 핑계로 퇴근 후에 건성건성 아기를 봤다면 이 굿나잇 인사도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기와의 정서적인 거리를 좁히는 게 우선이 되어야 굿나잇 인사도 통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지 싶다. 정서적인 공감대 형성이나 거리감부터 줄여야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수월할 거라는 걸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
2시간도 채 안되는 그 시간 동안 아기를 웃기기 위한 굿나잇 인사를 건네고 아기가 큰 소리로 웃으면 그날은 성공한 날이다. 내가 잠들 때도 즐거운 마음으로 잠들 수 있다.
아기가 그날의 기분이 좋지 않았을 지라도 그날을 마무리하는, 잠들기 전에는 최소한 웃음을 만들어 줘야 좋은 기분을 하루를 마감할 수 있을 것이고 나에게도 그날 회사일이 바쁘고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을 지라도 아기의 웃음을 듣게 되면 그날의 안 좋은 기분을 조금이나마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를 향한 굿나잇 인사는 결국 나에 대한 굿나잇 인사인 것이다.
누군가에 대한 인사가 결국 나에게 그대로 돌아온 다는 것은 아기가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오늘 하루는 어땠니, 밥은 맛있게 먹었니, 낮잠은 잘 잤니,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이 있었니.
오늘도 자기 전 하루를 마감하는 순간에 좋은 기억들이 많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아기에게 그리고 나에게 굿나잇 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