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앞에서 드는 생각
이십대의 이별이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건,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이제는 그저 과거가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을 잃었으니, 그와 함께했던 나의 일부까지도 도려내야하는 것.
지금은 5년이 넘도록 한 사람과 만나고있지만, 이만큼 만나도 여전히 만남과 이별의 경계를 넘나들 때가 있다.
그와의 이별 앞에서도 여전히 나를 두렵게 만들었던 건, 떠올리면 아직도 애틋한 기억들이 더이상 연속성을 갖지 못하는 한 낱 과거가 되어버리는 것. 실상은 현재도 마냥 처음같지만도 않지만, 그 기억들이 우리 감정의 현주소인 것처럼 끌어안고 더 슬픔에 빠진다. '우린 이렇게 사랑하는데 도대체 왜!'
뭐 원래 연애는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가끔은 감정 과잉이 되어도 괜찮다.
서른이 되니 주변은 부쩍 분주해진다. 결혼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실제로 많이들 한다. 아니 얘들아, 천천히 좀 가자.
나는 친구따라 강남가는 스타일이던가. 연인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만남이 흔들릴 때마다 새로운 류의 두려움이 생긴다.
'나 이러다 결혼 못하는거 아냐?'
서른의 이별이란 이런건가. 과거를 잃는 슬픔보다 미래를 잃는 절망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한 번도 '이 사람은 결혼하기 나쁘지 않네. 숙제 해결!'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그러니까, 이 사람이 좋아서 만난거고 좋으니 결혼도 생각하곤 했던거지, 결혼이 하고싶은데 적당한 사람이라서 만나는게 아닌데. 이 사람과의 관계가 흔들리면 문득 외로운 독거노인이 되는 미래가 먼저 떠오를 때가 있다.
관계에서 사람을 먼저 보고싶은데. 어느덧 나는 사회생활, 친구를 넘어 연인까지도 나의 손익을 따지고 있다. 에휴. 어렵다, 어려워. 나이들수록 머리만 커지고 계산만 빨라진다.
그래서 결혼을 빨리하고 싶냐고?
모르겠다. 그런거 생각하기 싫고 그냥 20대로 돌아가고싶다.
아무 생각 없이 뜨겁게 사랑하던 그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