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퇴사하겠습니다.
충전이 필요합니다
나는 내 마음이 배터리라고 생각했다.
마지노선 아래로 내려가면 마음이 아픈데,
이 회사에 다니며 자꾸만 마음에 스크래치가 생기고 못이 박혀 배터리가 닳는다.
이제는 마지노선을 넘어 완전히 소진되어버린 배터리.
그래서 마음을 다시 충전하려 여행도 가고, 타투도 하고, 심리상담도 받고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여기서는 마음이 충전되는 시간보다, 마음이 다치는 시간이 더 많아서 마음이 자꾸자꾸 닳는다.
시간이 지나면 충전될 줄 알았는데,
좋은 것들로 충전하면 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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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인은 그런 나를 보고 사람은, 니 마음은 소진되어버리는 배터리가 아니라고 했다.
퍼즐처럼 그저 너와 맞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일 뿐이라고.
다른 사람들의 말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억지로 버티고 있지 말고
더 좋은 사람들이 있는 더 좋은 환경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이제는 자꾸만 다치는 내 자신을, 마음을 그대로 두고보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퇴사를 결정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