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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수 Jun 22. 2023

대장암 일기 13

6.20-6.22 

1. 퇴원일 6.20 

- 퇴원 수속 처리 후 퇴원 하였습니다. 

- 필요한 서류를 떼고, 퇴원약을 받고, 병동식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퇴원해서 집으로 왔습니다. 

- 10일의 입원기간 동안 엄청난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 집에 와서 6 천보를 걸었습니다. 

- 걷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는데, 새로 생긴 문제들이 더 힘들었습니다. 

- 눈다래끼, 엉덩이 상처, 그리고 아직 아물지 않은 듯한 배꼽의 수술 부위 

- 잠은 계속 중간에 두 번 정도 깨는데, 이것은 병원 생활의 리듬이 연장되는 것이었습니다. 

- 퇴원날, 외식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철판 생선구이를 먹고, 본죽을 시켜서 저녁을 먹었는데, 설사가 시작되었습니다. 


2. 퇴원 후 첫 번째 날

- 식사가 문제입니다. 

- 담당의사에게 철없이 제주도는 언제 여행 가도 되느냐라고 물었는데, 제주도가 문제가 아니라 식사가 문제라고 했습니다. 괴로운 설사와 배변 습관의 변화가 결장과 직장의 일부를 잘라낸 암환자의 첫 번째 적응 문제네요. 

- 집에서 흰 밥, 된장국, 계란, 물김치로 간 없는 식사를 하고 나니 설사가 사라졌습니다. 아직은 장이 여러 조미료나 요리법들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 가까운 안과에 가서 눈다래끼를 결국 쨌습니다. 그 후로부터 다행히 눈다래끼는 가라앉고 있습니다. 

- 이 날도 6 천보를 걸었습니다. 

- 집이 이사를 한 상태라 집안에서 짐정리를 조금씩 하면서 계속 움직였습니다. 

- 많은 것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 더욱 많이 버리기로 하고, 주기로 하고,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 쉬이 피곤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 방수포를 사서 붙이고, 11일 만의 샤워를 했습니다. 


3. 퇴원 후 두 번째 날 

- 몸무게가 수술 전보다 5kg이 빠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 다행입니다. 병원에 있을 때는 계속 체중이 유지되었는데 정맥주사를 빼니까 확실히 살이 빠져 있었습니다. 

- 설사는 하지 않고 

- 오전 10시 줌 회의를 참석하고,  조금 쉬었다가 점심을 먹고, 1시에 집을 나서 2시에 강의가 예정된 사법 연수원에 도착해서 1시간 40분짜리 특강을 쉬지 않고 했습니다. 

- 정말 다행히 소규모 강좌였고, 조용히 강의해도 되었고, 집중을 잘해주셨습니다. 

- 강의는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마치고, 명지병원에 가서 필요한 검사를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할 수가 없었습니다. 

- 다시 집에 돌아와 6 천보 걷기를 하고 차를 마시고 잠에 들었습니다. 

- 수술 후 첫 회의와 강의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확실히 자신감이 떨어지고, 걱정이 더 되었습니다. 체력 걱정이 가장 컸습니다. 다음으로 배변 습관의 변화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 이렇게 두 번째 날도 지나갔습니다. 

- 식사와 운동은 규칙대로 했고, 눈다래끼가 나아졌지만 병원에서 수술 후 며칠간 앉아있으면서 피멍이 든 엉덩이 부분은 아직 치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 불편하다보니 컴퓨터 앞에 오랜만에 앉게 되었습니다. 


4. 암환자로 새롭게 살기 워밍업 

- 일단, 먹을 것의 제한이 가장 큰 새로운 어려움이자, 새롭게 살기의 도전입니다. 

- 막내아들이 저녁때 들어와 맛있는 너구리 라면을 끓여 먹는데,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냄새도 괴롭고, 자유의 제한 - 저 라면을 이제 자유롭게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의 수용이 생각보다 괴로왔습니다. 

- 운동을 서서히 증량해야 하는데, 아직은 상처에 대한 통증이 남아서 어렵습니다. 주치의는 운동의 총량보다 괄약근 강화 운동과 대장암 후에 해야 할 근육운동 영상을 보고 30분 정도씩 따라 하라고 하는데, 현재 시작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 

- 오늘도 아침에 처음으로 회의에 출근해 보는데, 암환자로 새롭게 살기의 정신무장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 온갖 일들에 대한 반응 속에서 위축 반응을 해야 하는가, 정상 반응을 해야 하는가 가 건건이 갈등이고, 줄어든 수입에 대한 대책, 각 종 할 일에 대한 우선순위 결정 등등 마음이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 쉬이 찾아오는 피곤이 항암을 시작하면 더 힘들어질 텐데 하면서... 항암에 대한 걱정도 현재 큰 상태입니다. 

- 또 하루를 살아보면서 새로운 구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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