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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꼬리아 Mar 19. 2024

플롯이란

플롯이란 무엇이며 세 가지 플롯과 다양한 관점들

플롯(plot)은 인물, 사건, 배경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스토리를 구성한다는 의미입니다.


플롯이란 작가가 특정 사건들을 선택하여 시간 속에 직조해 넣는 일, 혹은 그러한 행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사건의 흐름을 말합니다. 어떤 사건을 포함하고 어떤 사건을 배제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사건을 어떤 사건 다음에 배치할 것인가? 이 선택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플롯입니다.


이야기에서 사건이란 등장인물이 삶의 의미(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갈등을 해결하고 변화하는 것입니다. 이때의 의미(가치)란 인간이 보편적으로 겪는 서로대립(갈등)하는 가치 관계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갈등하는 가치 속에서 등장인물은 본인이 원하는 가치를 얻기 위해 발버둥 칩니다. 어떨 때는 부정적인 상황에 처하고, 어떨 때는 다시 긍정적인 상황으로 변화하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작가라고 해서 아무 사건이나 선택하고 마음대로 배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플롯을 짜는 근본 방식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고, 작가는 어떤 플롯을 선택했는가에 따라 사건의 선택과 배열에 제약을 받습니다. 이 한계를 구성하는 원칙들에 따라 플롯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아크플롯(고전적 설계), 미니플롯(미니멀리즘), 안티플롯(반 구조)이 그것입니다. 이 세 플롯은 사건의 인과성, 사실성 등과 같이 이야기의 근본적인 요소들을 기준으로 분류한 매우 큰 범주의 구분입니다. 물론 로버트 맥키의 관점일 뿐이니 자신만의 세분화된 기준을 만들어도 됩니다.


세 가지 플롯들을 살펴봅시다.


(1) 아크플롯(Arch-Plot)

아크(Arch)는 ‘동종의 다른 것들보다 우월한’이라는 의미의 접두사입니다. 이야기의 고전적 설계라고도 부르는 이 플롯은 말 그대로 동 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사회들에서 근본적이고 불변하는 이야기 구성의 원칙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입니다. 대중적으로 널리 소비되는 절대다수의 이야기들은 이 아크플롯을 따르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플롯의 세 분류 중 남은 두 분류인미니플롯과 안티플롯은 사실상 이 아크플롯의 변주이기 때문에 아크플롯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크플롯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주로 외부의 저항 세력과 맞서 싸우는 활동적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건을 구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주인공의 활동은 연속적인 시간을 통해서, 연속적이 고인과적으로 연결되는 허구적 사실성 속에서, 절대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로 마감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속됩니다.


아크플롯을 채택한 이야기들의 보편적인 흐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주인공의 삶의 균형이 깨집니다. 이로 인해 주인공의 마음속에는 깨진 삶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의식적, 무의식적 욕망이 일어나고 주인공은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적대적인 힘들(내적, 개인적, 초개인적)에 맞서가면서 자신의 욕망의 대상을 추구해 나가게 됩니다. 마침내 주인공의 행동은 모두 바닥나고 마지막 하나의 선택만 남게 됩니다. 주인공은 궁극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이로 인해 절대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가치의 대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변화는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고 아이러니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을 간단히 일컬어 이야기라 합니다.


(2) 미니플롯 (Mini-plot)

미니멀리즘이라고도 불리는 이 플롯에서 작가는 아크플롯의 틀을 따르되, 아크플롯의 특징적인 내용들을 축소, 축약시킵니다.


미니플롯의 대체적인 특징은 열린 결말, 내적 갈등, 다수의 주인공, 수동적인 주인공이 있습니다.


(3) 안티플롯(Anti-plot)

반구조라고도 불리는 이 플롯은 아크플롯을 뒤집은 것으로서, 전통적 형식에 대한 반항을 통해 형식적 원리들에 질문을 던지거나 또는 그러한 원리들을 아예 조롱하고자 합니다.


안티플롯의 대체적인 특징은 우연성(비개연성), 비연속적 시간, 일관되지 않은 사실성이 있습니다.


(4) 논플롯(Non-plot)

플롯을 적절하게 선택한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플롯의 존재감이 희미한 이야기들도 존재합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서 등장인물의 삶의 가치에 어떠한 변화도 없는, 이야기 전체적으로 아무런 이야기적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작품들이 이에 속합니다. 이러한 플롯을 논플롯(nonplot)이라고 합니다. 논플롯을 채택한 이야기들은 정보를 주기도 하고 감동시키기도 하고 자체의 수사학이나 형식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관객들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습니다.


아크플롯, 미니플롯, 안티플롯이 세 꼭짓점을 이루는 이야기 삼각형의 바깥에서 느슨한 형태의 서사로 존재하는 셈입니다.


이야기의 삼각형

이야기의 삼각형

위의 세 플롯 아크플롯, 미니플롯, 안티플롯에서는 시작과 끝에서 등장인물의 삶의 가치에 어떠한 변화가 생깁니다. 즉, 이야기 전체적으로 이야기적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같은 범주로 묶일 수가 있습니다. 작가는 스스로의 관점에 따라 본인의 이야기에 셋 중 하나만을 차용할 수도 있고, 둘 혹은 셋을 적절히 조합할 수도 있습니다. 각 플롯이 삼각형의 세 꼭짓점에 놓여있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각각을 어느 비율로 도입했느냐에 따라 삼각형 내부의 적절한 곳에 위치하게 됩니다.


여러 관점 이론들을 살펴봅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플롯(plot)에 대한 명철하고논리 정연한 기술에서 잘 알려진 훌륭한 고전입니다. 현대의 스토리텔링 이론과 플롯을 짜는 도구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논리학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맥키의 관점

로버트 맥키는 할리우드의 영화, 광고 연출 컨설팅 전문가입니다.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와 스토리텔링의 구루(Guru)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로버트 맥키의 대표적인 책들은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스토리노믹스가 있습니다. 저는 이 두권 중에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존 트루비의 관점

여행 플롯: 주인공이 여행을 하면서 여러 명의 적수를 연이어 만나 그들을 각기 물리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것.

삼일치 플롯: 시간, 공간, 행동 셋을 일치시켜 이야기를진행함. 하나의 시간 동안(주로 24시간 이내), 하 나의 장소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말한다.

폭로 플롯: 주인공은 적수를 잘 알고 있지만, 적수에 관한 가장 결정적인 사실은 주인공과 관객들이 모 르고 있음. 적수는 주인공의 약점을 공격할 수 있는 최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폭로의 순간 주인공과 관객이 그 공격이 어떻게 벌어졌던 것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충격을 받게 되는 것.

반 플롯: 거대한 사건보다는 인물의 섬세함을 표현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광범위한 기술을 활용함(시점과 화자의 전환, 이야기 구조의 확장, 비선 형적 시간 등). 이로 인해 이야기가 파편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최종적으로 인물이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궁극적으로 만족스러운 이야기가 되는 것.

장르적 플롯: 장르를 동원하여 플롯의 비중을 더욱 크게 만드는 것으로 영화나 소설에서 특히 선호. 대부분 거대하고 때때로 이야기를 완전히 정반대로 뒤집을 정도로 강력한 발견을 강조. 다만 장르가 미리 정해져 있다는 사실 때문에 관객이나 독자를 놀라게 할 수 있는 요소는 제한되는 것.

다중 플롯: 드라마에서 크게 발달한 플롯. 주로 3~5개의 중심 플롯을 교차 편집을 통해 오가면서 진행됨. 각흐름은 하나의 집단에 속한 다른 인물이 각기 이끌어감. 이 플롯이 훌륭히 적용되면 각 흐름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각각의 변주로서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


스티븐 킹의 관점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플롯이란 허위이며 거짓이라고 단정했고, 플롯은 너무 거칠기 때문에 작위적으로 보이기 쉽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딴 거 잊어버리라며 플롯의 개념을 깠지만 사람들은 플롯의 기능을 배우지도 않고 체득하여 응용하는 천재라서 저런다”하고 무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스티븐 킹은 온갖 히트작들을 쏟아내고는 비법을 물어보는 사람한테 “그냥 쓰니까 되더라”하는 사람이라 일반인들은 걸러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천재가 한 말이라 오히려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대상을 비판하려면 그 대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한데, 작가인 스티븐 킹이 아무런 노력이나 이해 없이 플롯에 대해 까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스티븐 킹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그의 소설 구성 방식 때문 이다. 스티븐 킹은 ‘만약에 ~가 ~하다면?’이라는 가정을 세워 놓고 거기에 내러티브를 쌓아 이야기를 만드는 스타일입니다. 만약 플롯 위주로 이야기를 꾸몄다면 신선했던 질문이 익숙했던 방식으로 맞추어져서 진부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 적대하는 곳에 혼자 남겨지고 그곳에 동화된다고 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입니다. 스티븐 킹은 플롯에 억지로 이야기를 맞출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말하는 스티븐 킹조차도 이미 플롯을 중심으로 구성한 작품을 몇 가지나 썼으며, 그중 몇 가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사실 스티븐 킹이 저렇게 단정지어 말한 이유도, 사람들에게 플롯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이지 플롯이 무가치하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스토리는 믿음직하나 플롯은 교활하니,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것이 스티븐 킹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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