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댔다, 고마 밥이나 묵자

by 연경

지훈 씨가 나가고 난 뒤, 하숙집엔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나는 빈 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정희 씨는 이미 커다란 고무장갑을 끼고 개수대 앞에 서서 그릇들을 거칠게 헹구고 있었다. 물소리 사이로 정희 씨의 콧노래가 낮게 섞여 들려왔다.


"아줌마, 설거지 제가 할게요."


내 말에 정희 씨가 고개를 팩 돌렸다.


"됐나, 니가 하모 그릇 다 깨묵는다. 니 그 가느다란 손목으로 뭘 한다고. 가서 쉬라니까 말 참 안 듣네."


나는 정희 씨 옆에 슬쩍 붙어 서서 마른행주를 들었다. 헹궈진 그릇을 닦는 시늉이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그릇을 닦다가, 나는 아까 본 지훈 씨의 뒷모습이 자꾸 잔상처럼 남아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아줌마, 지훈 씨요... 8년이나 공부하면 정말 힘들지 않을까요? 아까 신발장 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데, 제 마음이 다 짠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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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 준비생. 고1 때부터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을 꿈꿔왔습니다. 저는 막장이라는 기존 틀을 깬 새로운 막장 장르를 만들고 싶습니다. 가고 싶은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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