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정해진 시간에 도마를 울리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오후는 낯설었다.
평소라면 정희 씨가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마당에 물을 뿌리거나, 커다란 양은 대야에 나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다듬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 연희동의 그 초록색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집 안은 적막했다.
"아줌마? 정희 아줌마?"
방에서 나온 나는 조심스레 거실을 살폈다. 부엌은 말끔히 치워져 있었고, 정희 씨가 늘 입던 꽃무늬 앞치마만 의자 등받이에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식탁 위엔 평소 보지 못했던 작은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급하게 시장 좀 갔다 온다. 밥통에 밥 있고 냉장고에 찌개 있으니까 니가 데워 묵으라. - 정희]
글씨체만큼이나 짤막하고 투박한 메모였다. 나는 안도하며 소파에 앉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해가 뉘엿뉘엿 지고 골목에 가로등이 하나둘 켜질 때까지도 정희 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 아지매 아직 안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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