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 마당에 들어서는 발걸음들이 부쩍 무거워진 주간이었다. 중간고사 기간이 겹친 대학생 하숙생은 코가 땅에 닿을 듯했고, 미나는 회사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는 것조차 망설이고 있었다.
그날 저녁, 정희 씨는 평소보다 큰 가마솥에 불을 올렸다. 부엌 안 가득 진하고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메뉴는 정성껏 끓여낸 '한우 사골국'이었다. 핏물을 빼고, 기름을 걷어내며 꼬박 하루를 꼬박 지켜 서서 고아낸 귀한 국이었다.
"자, 다들 기 나와라! 오늘 몸보신 좀 해야겠다!"
정희 씨의 호통에 거실로 모여든 우리들은 뽀얀 국물 앞에 넋을 잃었다. 지훈 씨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지매, 오늘 무슨 날이에요? 이런 귀한 국을 다 주시고... 저 오늘 모의고사 성적 엉망이라 염치없어서 못 먹겠는데."
미나 역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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