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하숙집의 초록 대문은 제법 낡았다.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져 속살이 드러났고, 여닫을 때마다 '끼이익' 하고 신경질적인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문은 이 골목에서 가장 정직한 문이기도 했다. 기쁜 소식을 들고 뛰어 들어오는 발소리와, 세상에 두들겨 맞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발소리를 귀신같이 구별해냈으니까.
어느 비 오는 화요일 저녁이었다. 장을 보고 돌아오던 나는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빗물에 젖은 어깨가 잔뜩 굽어 있었고, 그는 차마 초록 대문의 벨을 누르지 못한 채 문고리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누구 찾으세요?"
내 목소리에 남자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예전에 이 집에서 살다가 나갔다던, 정희 씨가 가끔 안부를 궁금해하던 '공시생 상철 씨'였다. 한때 지훈 씨와 나란히 앉아 밥을 먹던 그가 왜 저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대문 앞을 서성이고 있는 걸까.
"아... 아니에요. 그냥 지나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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