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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eronica K Oct 01. 2019

'엄마, 갑자기 쓰러지셨다'

<어쩌다 우리 엄마>

  

정정했다.

목소리는 크고, 꼬장꼬장하며

까탈스럽고, 절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던

작고 다부진 사람이다.

한 번도 우리를 토닥여 주지 않고 

칭찬이 없었던 엄마, 

많이 아프시다.     


평온했던 일상이 꼬이기 시작한다.

수술로 인한 후유증에 밥도 죽도 힘들고

여러 가지 골치 아픔과 분주함

여기저기 전화에 바쁨이 몰려오고

현실이 현실적으로 와 닥친다.     


가족의 표정은 하나같이

같은 근육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안면마비 증상처럼 엄마의 아픔을 대신 연출한다.

10일 동안 쌓인 엄청난 수술비에 대해선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

보다 못해 단톡 방을 개설해 

가족을 끌어들였다.

마치 모임의 톡 방 같은 쌔 함, 정적과 긴장감이다.

면대면이 아니어도 감정이 요동치는 공간

아이들이 먼저 안부를 묻고 희망을 표현한다.

그저 할머니의 상황과 진행과정만 올릴 뿐,

돈을 빌릴 때처럼 뜸 들이긴 마찬가지다.

숫자와 숫자의 나눔은 그렇게 

반듯하다가도 뾰족하다.     


엄마는 급속도로 아파가고 있다

나이 듦의 실상은 액셀 파일의 항목별 분류로 모든 기능들이 수치화되어 있다.

의사는 계속 액셀파일만 보여준다. 

좁은 칸 안에 색깔별 수치가 가득하고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전문용어들이 대충대충 말이 되어 귀에 걸린다.  

모든 것은 ‘수‘가 지배한다.

일상은 어리석게도 감정들로 가득 차 살아왔건만

결정적 정리는 ‘수’가 지배한다.     


혈액 투석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 이미지가 되어 

일상이 영화 장면처럼 지나간다.       

엄마의 쓰러짐은 상상, 그 이상으로

그전과 후로, 내 삶을 둘로 나누려 하고 있다.     


엄마는 나아야 한다 반드시.

나에게, 내 삶에 충분히 두려움과 협박이 되었으니, 

엄마는 다시 돌아와야 한다.

까탈스럽고, 꼬장꼬장한 

저녁 굶은 시어머니 같은 표정을 평생 짓는다 해도

엄마가 그저 당분간 좀 살아있어 줘야겠다.

나는 아직 모든 게 미숙하고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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