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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er Dec 30. 2019

2019년을 보내며



2019년이 어떻게 지나간 건지 모르겠다.


올해 처음으로 스터디와 독서모임을 시작했고, 어려웠지만 나의 이야기를 할 기회를 만났었으며

어학 시험을 보고, 멈췄던 포트폴리오 작업을 다시 하는 등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일이 잘 풀릴 때도 있었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엎어지거나 의욕을 상실해버려 아무것도 못한 때도 만났다.


알찼냐고 하기엔 조금은 부족한듯싶고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하기엔 또 뭔가를 벌여놨던 2019년을 보내며

언젠간 브런치에 올리려는 마음으로 조금씩 기록해놨던 짧은 글들과 약간의 소회로 올해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1. ‪꼭 가져가야 할 맥락을 분명히 오픈하고, 서로 일치가 된 후 일을 시작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요청자와 실행자의 맥락 파악이 맞지 않아 같은 성격의 일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계속 싸우는데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시간만 쓰고 있는 상황을 보기도 하고 겪기도 하며, 맥락 파악이 우선이라는 점을 꼭 상기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 소심함을 놓으면 섬세함까지 놓치기 쉽다. 그리고 섬세하지 못함 때문에 상처 받던 사람이 섬세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발견했을 때 더 많이 다치게 된다.



3.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의 성향과 강점은 다 다르다. 하지만 참 무지하게도 그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다 같은(높은) 기대를 하다가 혼자서 실망해버리는 경험을 몇 번 한 후에야, 많은 것을 내려놓자고 다짐하기 시작했다. 각자는 모두 다르다. 내가 인정받기 바라는 것처럼 남들도 인정받길 원한다. 혼자만의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매우 실례이다.



4. 목적보다 욕심을 드러내면 안 된다. 이루려는 목적이 우선이고, 부가적으로 얻으려는 것은 그다음이다. 목적보다 욕심을 드러내 좋은 흐름을 깨지 않게 해야 한다.



5. '예리하고 기민한 시야를 가지고 상황을 마주하고 대처하는 것'과 그저 까칠하기만 한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그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내가 까칠하기만 한 게 아닌지, 눈 감고 귀 닫고 입만 열고 있는 건 아닌지, 예리한 척하면서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하진 않는지, 이기는 게 아닌데도 이기려고 하지 않는지, 한 번씩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6. 작업물에 목업을 써야 할 때엔 그저 예뻐 보이려고, 있어 보이려고 쓰기보다 '내가 이 프로덕트 디자인의 무드를 잘 이해했으며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디자인은 이 느낌이다.' 라는 표현으로 신중하고 무분별하지 않게 사용해야 한다. 그걸 알고 한 작업물과 아닌 작업물엔 큰 차이가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7. '영역을 넓혀가는 디자이너' 라고 말해놓고, 그저 인하우스 디자이너로서의 나이브함만을 보여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UI 디자인 외 TV UI, 브랜딩, 인터널 브랜딩, PB 등 안 하던 분야의 일을 하게 되니 넓혀가고 있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스타트업이나 에이전시에서 일하시는 디자이너분들과 소통하게 되니 말 그대로 영역만을 넓혀가는 것일 수도, 하는 일의 가짓수만 많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이 퍼뜩 들었다.



8.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자극이 될만한 장소에 나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것만큼 큰 가르침을 주는 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환경에 나를 갖다 놓아야 나도 성장할 수 있다.



9. 모든 일에서 나만의 언어로만 소통하려고 하는 것만큼 이기적인 것은 없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상대의 시선, 상대가 생각할 나의 시선, 서로의 시선을 고려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10. 돌이켜보면 올해 되는 일이 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사주와 타로를 봤는데, 방문했던 모든 곳에서 지금은 좋은 운이 벗어난 시기고 당분간은 뭘 해도 잘 안 풀리고 답답할 거라는 답변만을 들었다.

그저 “괜찮다. 잠깐이다.” 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간 곳에서 운때가 맞지 않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나도 찝찝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운때라는 것과 사주팔자라는 것이 있다면 더이상 내 탓하지 말고 마이 턴이 돌아올 때까지 내공을 쌓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라는 조금은 정답 같은 결론을 내버렸다.

더 이상 내 탓하지 않으련다.




옮겨놓고 보니 지나치게 개인적이기도 하면서도 한 해 동안 신조로 삼았던 글도 보이고, 꽤 뒤죽박죽이다.

2019년이 꽤 복잡했다 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알고 있지만 한번 더, 마음에 새길 말은 충분히 새기고 2020년을 맞이하고 싶다.


2020년엔 더 많이 배우고 공유하고 차분해지고 다듬어지고. 조금 더 힘이 있다면 나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Comfort zone을 벗어날 기회를 만들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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