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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돌이 Mar 17. 2020

돌아본다 2020년 1분기

벌써 3월 으아니 벌써 3월이라니!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요즘, 작년부터 재택근무를 해 왔던 사람으로서 별 다를 건 없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나마 일상을 유지하게 해 주던 생활체육을 못함으로써 열심히 먹고 잔 결과 약간 FIT FAT 중 FAT에 가깝게 되었고 생활리듬이 비틀림으로써 게으름까지 보너스로 얻었다. 어젠 낮 세시부터 낮술을 했더랬다. 아이고 화상아..


별 것 없이 와 벌써 3월이네 했다. 벌써 3월이라니. 다이어리 달력을 펼 땐 습관적으로 손이 2월로 가는데!


자, 그래서 돌아본다. 나는 무엇을 하였나.


1. 회사 안 잘리고 이어가고 있음

작년 2월, 알고 있던 분에게 Job offer를 받으며 3월에 한국에 방문할 테니 만나자는 제안을 받았으나 아, 난 모르겠고 일단 발리 좀 다녀와야겠다고 튕겼던 일에 4월부터 합류하게 되었다. 직원은 나 혼자에 재택근무라 사실 날로 먹을 줄 알았다. (진심 나의 속마음 이게 웬 떡 날로 먹어야지 츄릅.. 이런 느낌이었음) 업무 범위도 해왔던 일 일 줄 알고 법인 설립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으나 이거 웬걸.. 사업의 방향성은 바뀌고 바뀌어 일전 하던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은 물론 전혀 새로운 아이템을 취급하기 위해 공부해야 했으며, 내가 한국에서 영업을 뛰어 수익창출까지 만들어 낼 것을 지시받은 것. 난 분명 법인 설립만 내가 하고 실제 사장님 아래서 일을 하는 PCEO (팬츠 CEO=바지사장) 개념이라 생각했으나 재차 "너의 회사" 임을 강조하며 수익창출까지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문제는 내가 그런 방면으로 영업력이 전혀 없다는 것인데, 이것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던지 한때는 탈모가 올 지경이었다. 무튼 설립한 한국 법인의 수익창출은 설립 1년이 다돼가는 지금도 0원인데 그리하여 월급 받기도 미안한 눈칫밥 먹는 회사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일은 또 많다는 것이 함정. 시간을 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은 있으나 애초 내가 생각한 계획은 이게 아니었단 말이다..!!

여담으로 사장님에 대해 설명을 좀 하자면 그냥 아는 사람이었던 시절, 항상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완전 천재"라고 했으내 주변의 경우 이해하기 어려운 광범위한 그의 사업범위에 대해 설명을 하면 "뭐하는 사람인진 모르겠으나 뭔가 하나 터지면 대박일 듯싶으니 옆에 꼭 붙어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 한국 법인과 관련된 사람들이 항상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회의를 하는데, 사장님이 너무 잠이 와서 못하겠다면서 너희끼리 하고 내일 계속 하자며 하는 말. "나 30시간 동안 못 잤어. 이탈리아에 입찰하느라.. 300억 따냈다! 나 우선 좀 잘게!" (영어라 반말로 씁니다.) 이런 식. 아니, 이탈리아에는 어떻게 인맥이 있으며 또 뭘 수주한 걸까..? 미스터리 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저번엔 아프리카 가나에 가서 장관을 만나고 오더니..


2. 방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편입

지난해 8월 졸업한 경영학과 공부를 하면서, 더위에 눈물을 질질 짜며 답지와 설명이 맞지 않아 괴로워하며 시험 준비를 했던 기억, 첫 학기 시험 볼 때 멘붕 왔던 기억, 그러나 '너만 그런 거 아니고 전부 다 어려워'라는 위로를 받고 어찌어찌 학업을 이어 나가면서도 공부하기 싫어 사지를 뒤틀며 괴로워했던 기억, 공부가 아니라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면서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렸던 기억,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며 아 여기도 학생회가 뭐 같네 라며 실망했던 기억, 그러나 정말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하여 학업을 이어가는 사람들 또한 존재했기에 벅찼던 기억, 알게 된 교수님과 통하는 이야기를 하며 오랜만에 즐거웠던 기억..

무튼 너무 괴롭게 공부했던 기억이 대부분이라 다시는 내 이 짓 안 한다 했거늘 마지막 기억, 타 과 교수님을 알게 되어 그 교수님께 배움을 좀 얻고자 하는 마음에 혹시나 하고 원서를 넣어 봤는데 올해는 그 치열하던 경쟁률이 낮아진 탓인지 운 좋게 붙었다. 방송대는 사실 원서 넣음=입학이 프리패스 급인데, 경쟁률이 있는 과가 몇 개 있다. 그중 수업료가 제일 비싸며 경쟁률이 가장 치열한 곳이 사회복지학과. 아. 어제부터 과제물 제출기간이었는데 과제물 할 생각 하니 벌써부터 두통이............ 뭐 어떻게든 되겠지 뭐...............(라며 후회하고 있다)


3.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기분이 좋아도 술, 나빠도 술, 시간이 남아도 술, 없으면 없는 데로 술..

혼자 마시는 술이 곧 알코올 중독의 지름길이라는데 술을 마시며 영화나 책을 보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러나 늘 술이 술을 먹는 특성상 과음 다음날의 숙취에 괴로워하며 금주를 다짐하지만 난 의지박약의 대표주자 아니던가. 게다가 낮술 먹고 업무를 본 적이 있는데 오타란 오타는 다 냈으므로 절대 절대!! 술 먹고 답장이나 답 메일은 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시차가 나는 업무 특성상 내가 한참 취해있을 저녁 시간 나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 타국의 팀에서 메시지가 오면 인간의 본능은 그 메시지를 열게 하여 그 당시는 옳다고 생각되나 다음날 보면 괴발개발 이게 무슨 말인가 하는 답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분명 1인 가구 이건만 재활용 병 버리러 갔을 때 마주친 경비아저씨가 내가 담는 병을 보시더니 하신 말씀 "바깥양반이 술을 좋아하시나 보네요"

네, 제가 바깥양반이고 안 양반이기도 하며 술을 좋아합니다 하하..

작년엔 술 먹고 사건 사고도 많았는데 끊지 못하는 걸 보면 이건 중독이 맞다.라고 쓰며 오늘은 다섯 시쯤 업무가 끝날 것 같으니 대구탕 포장하여 남은 막걸리를 마실까 라고 생각하는 나는 쓰레기다 쓰레기. 제엔장. 쓰레기라 불러줘요..............


4. 건강을 챙기게 되었다. 식단+비타민 서플리먼트들

5일장에 가면 왕란 30개들이 6300원 하는 걸 살 지언정 방목한 계란 8000원에 고민하는 날 보며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니 술 먹는 돈은 팡팡 쓰면서 왜 이래?라는 생각과, 물가가 비싼 홍콩에서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경험을 하며 한국에서 이 돈이면 좀 더 내 몸을, 나를 아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물가가 비싼 나라의 여행은 생활 패턴을 바꾼다. 나는 극성수기 시즌 홍콩 여행 이후 돈을 조금 더 주고 품을 조금 더 팔더라도 발이 편한 운동화를 샀으며, 몇 천 원을 더 주더라도 크기가 크고 좋은 상품의 과일을 사게 되었다. 이왕이면 좋은 것을 먹었고, 아직은 사지 않았으나 트레킹화도 구입할 예정이다. 이걸 다 해도 홍콩 하루 숙박비는 되려나. 여기에 더해 나는 '적당히' 란게 좀 없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편인데 (운동한다고 실내 자전거 타다가 무릎 나감, 요가하다가 근육통을 동반한 인대 손상 등, 세례 받은 가족을 위해 '높고 푸른 사다리' 15권 보내줌) 건강을 제대로 챙기자!라는 생각에 비타민을 공부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칼슘만 섭취할 경우 보통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뼈나 치아로 가지 않고 혈관 속을 떠돌 뿐 뼈로 합성하게 해 주는 친구들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부터 내 나이쯤 되면 먹어야 한다는 콜라겐까지 챙기다 보니 총 13종의 서플리먼트를 챙겨 먹고 있다. 이를 본 지인이 하는 말 "정말 적당히가 없구먼.." 그러나 이렇게 생활습관을 좀 유지하고 나니, 확실히 몸이 달라진 게 느껴진다. 몸에 희미하던 불이 환하게 켜지는 느낌?? 이상이 없는 한 자신을 위해 이 정도는 꾸준히 할 생각이다.


5. 웹툰 애독자의 일상

책 보다 웹툰을 더 열심히 본 몇 달이었다. 누워서도 보고, 앉아서도 보고, 홈트레이닝하면서도 보고 기타 등등.. 그중 발견한 보석 같은 작품들은 앞의 글에 소개 해 놓았다. 가끔 대사들이 너무 좋아 써놓기도 한다. 흑.. 너무 좋아.. 최애 웹툰 '플랫 다이어리' 책으로 나오면 당장 살 것이다. 먹는 존재 이후 구매욕구가 이렇게 든 작품은 오랜만이라, 여러 권 구입하여 주변에 나눠줄 계획.


** 반성 및 총평, 계획

반성은.. 최근 영화를 보면서 과거 나의 잘못들을 직면하는 불편한 경험들을 했었다. 피하지 않으려 했으나 자꾸만 피하게 되는 나약함을 보며 아직 남은 걸음이 많다는 것을, 배울 것이 많음을, 그리고 아주 많이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깨달았다. 나는 언제쯤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는 성숙한 으른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어 실은 괴로웠다. 그 괴로움을 피하기 위해 술을 마셨음을 인정한다. 술은 기분 좋게 마시되, 도피처로 삼지 말자.


너무 게을렀다.

계획했던 영어 공부도, 방송대 학습도, 홈트레이닝도, 일기 쓰기도 뭐 지지부진하게 잘 안됐다. 지금 당장 브런치 글을 마무리하고 공부하러 가야겠다. 또 울면서 1일 1 과제하기엔 너무나 같은 후회들을 반복했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 괴로워하는 미련한 짓은 이제 고만.

업무 미루는 습관도 당장 고치자. 내일은 꼭 미뤄뒀던 홈페이지 번역 작업을 한 줄이라도 하자.

모른다고 도망가지 말자. 쨌든 영어로 일을 해야 하니 모르는 건 단어 하나하나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라도 찾아 공부하자. Offset, in the meantime 등등 기억의 힘은 유한함으로 반복에 반복을, 이전 공부가 헛되지 않도록 반복만이 살길이다.


나에 대해 더 알아가자, 그리고 소중하게 잘 대해주자. 좋은 음식들을 먹고 술은 그만 좀 넣어주자.


포부까진 아니더라도 지금 하는 업무를 흑자전환으로 삼는 계기를 만들어 보자 제발 좀. 어떻게 머리를 굴려보자. 흑.


좋은 노래와 음악, 영화, 드라마, 웹툰, 소설, 책, 경험들을 주저함 없이 열심히 듣고 보고 느끼고 체험하자. 비용은 유한하나 인생은 한치를 알 수 없으니 더욱더 유한하다.


더 있는 것 같으나 밀린 일 하러 이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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