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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미 Mar 15. 2021

간결한 디테일|작은 관찰과 강한 실행력


아이코닉 캠핑 용품이 된 노숙자의 우유 상자

배우 이천희 씨와 동생 이세희 씨가 공동 창업한 '하이브로우'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목공 기반 캠핑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형제가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해서 아버지 창고에서 취미로 시작한 브랜드가 지금은 매년 유명 브랜드를 골라가며 협업하는 아이코닉한 라이프스타일 브랜가 되었다.


'하이브로우'의 시그니처 상품이자 스테디셀러 상품은 밀크박스이다. 이 상품은 이천희 씨가 미국 촬영 출장 중 우연히 노숙자가 갖고 있던 밀크 박스를 유심히 눈여겨보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더해 상품화한 것이다. 최소한의 짐으로 최소한의 의식주를 길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유 박스는 최소한의 수납장과 의자가 되기도 하고 뒤집으면 밥상이 될 수 있다. 이동이 쉬운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두 경우는 다르겠지만 캠핑도 큰 맥락에서 수납, 이동, 다양한 활용도, 간편성이 중요하다. '하이브로우'는 노숙자 우유 박스에서 착안하여 우리 주변에 흔하게 만날 수 있었던 플라스틱 박스에 새로운 색상을 입히고, 로고를 올리고, 멋있는 목공 상판을 얹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나의 아이템으로 캠핑용 박스, 의자, 캐리어, 수납 가구로 활용할 수 있고 레고처럼 쌓는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와 크기의 가구와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신선한 고기는 갓 잡은 고기.

초신선 돼지고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정육업계의 마켓컬리, '정육각'의 시작은 신선한 고기가 맛있었다는 기억에서 시작되었다. 신선한 것이 맛있다는 말은 어쩌면 당연한 말 같겠지만, 정육각 탄생 이전 고기는 숙성이 되어야 맛있고 특히 돼지고기는 갓 잡았을 때 질기다는 오랜 통념이 있었다. 갓 잡은 고기가 신선하고 맛있다는 연결고리가 세일즈 포인트로 활용되 어려웠다. 도축한 지 얼마 안 된 돼지고기가 잡내가 없고 더 맛있더라는 카이스트 출신인 김재연 대표는 유년 시절 기억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  전국을 다니며 돼지고기 먹방을 몇 달 동안 도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릴 적 그 맛을 찾지 못하자 갓 잡은 돼지고기를 직접 도매로 떼어와 주변 이웃들과 나누다가 우연히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빈 가게를 보증금 없이  딱 세 달치 월세만 지불하고 시작한 가게가 지금의 매출 200억대의 정육각의 시작이었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미국 유학과 장학금을 포기하고 아예 고기 유통 사업에 푹 눌러앉게 된 이야기는 방송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신선 페이'는 정육각이 보유한 특허라고 한다. 정육각 이전에 정육 유통은 대부분 공급자 중심이었다. 도축된 지 오래된 고기를 숙성된 게 맛있다는 포장으로 덧씌워 유통의 편의성에 조금 더 중점을 둔 방식이었다. 고기는 부위별로 이미 정해진 용량이 있었고, 온오프라인 모두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1근 혹은 500그램, 600그램의 정량으로 책정된 가격을 지불하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었다. 신선 페이는 아직 도축되기 전 고기에 선주문을 받는다. 그 이후 고기가 도축되고 나서 정확히 무게를 측정하고 그때서야 결제를 실행한다. 내 카드가 정육각에서 승인되었다는 것은 내일 오전에는 오늘 잡은 고기를 맛볼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철저한 소비자 중심의 유통시스템이며 공급자와 소비지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구축되는 지불방식이다. 신선한 고기가 맛있다는 단순하고 명쾌한 가정을 모든 류 체인에서 하나씩 적용하다 보니 후불제 결재 방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간결한 창업.

간결함은 단순함과 다르다. 간결함은 주관적이고 민주적이며, 자기중심적이다. 복잡한 것들을 함축하지만 억지로 가지 쳐 통일시키지 않는다. 하여 간결한 것들은 상당히 은유적이다. 이러한 간결함에 디테일이 더해진다면 어떨까? 사실 디테일함이 쌓여 선명해지는 지점이 간결해지는  상태겠지만 나는 어느 방향이라도 통일되고 획일적인 심플한 단순함보다 다양하게 디테일이 함축된 간결함을 선호한다.

하나로 통섭되는 생각과 논리 명료함을 만들어 낸다. 명료한 것은 쉽게 이해되고 대다수에 사람들에게 호응을 일으킨다. 창업에서도 투자자든 고객이든 복잡하지 않게 이해시키는 하나의 핵심 키워드가 꼭 필요하다. 호기심과 작은 질문으로 시작하여 하나씩 문제를 해결 가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가볍게 빠르게 사업을 키워나가는 방식을 일컬어 '린 스타트업'이라고 한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반영하여 최소한의 시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빠르게 시장에 내어 놓고 고객들의 반응을 캐치해 바로 다음 단계의 상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만 들으면 핸드폰 하나로 클라우드 펀딩을 받고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큰돈 들이지 않고 부업으로도 소소하게 시작해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린스타트업 방식으로 성공을 이루는 창업자들은 결코 쉽게 의사결정을 하거나 도전하지 않는다. 대신 오랫동안 자신들이 관찰하고 좋아했던 것이 사업화될 수 있게끔 주변의 모든 복잡한 상황들을 섬세히 체계화한다. 머릿속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보고 안되면 돌아와서 오류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디테일하게 방향을 정렬한다. 마치 잉크젯 프린터가 처음 색을 정렬하듯 자기에 맞게 아이디어와 시장과 고객 그리고 제품을 정렬한다. 누가 봐도 간결하게 이해되게끔 설명도 쉽게, 방식도 쉽게 하고자 하는 바를 간결히 표현한다. 물론 아주 디테일한 과정과 생각의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복잡한 것들을 함축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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