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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미 May 15. 2022

사람 냄새는 어떻게 나요



얼마 전 팟캐스트에서 들었다. 코로나 시대에 태어나 평생 마스크를 쓰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지금의 서너살 아이들은 마스크에 가려진 입모양 때문에 말을 배우는 자극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키오스크, 플랫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언택트의 시대를 살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사람 냄새를 그리워한다. 당근 마켓도 중고 상품 거래라는 큰 틀에서 보면 원래 있어왔던 중고 거래 그 자체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소통이 필요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자극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프랑스의 어느 대형 마트에서는(까르프) 블라블라 계산대라는 수다 전용의 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천천히 수다를 나누며 계산해주는 느린 계산대인데 사람들은 줄을 서서 이 계산대로 간다. 수다 시간은 제한이 없고 앞사람의 수다 시간을 끊지 않는 것이 규칙이니 줄 서는 시간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을 마다하고 여기서 계산하는 것은 앞사람의 작은 일상 수다도 함께 기다려 주고, 때로는 같이 듣기고 하고, 내 이야기도 소소하게 계산원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이다. 계산 시간을 줄여 주는 셀프 계산대, 키오스크보다는 누군가와 익명의 소통과 공감, 작고 가벼운 휴먼 터치가 그리울 때도 있다. 빠른 계산과 효율적 기능 보다는 오히려 그 과정이 그리운 것이다.





느린 계산대에서 일하는 점원은 어느 매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출근해서 사람들과 수다를 나누는 것이 즐겁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행복한데, 사람들이 더 행복해하는 걸 보면 더 기분이 좋아집니다."



미국에서 핫한 또 하나의 브랜드가 있다. '더치 브로스커피'라는 카페이다. 좌석이 따로 없고 드라이브스루로 운영되는 곳인데 이곳의 특징은 브로 이스트(Bro-ist)라는 직원들의 공감력과 에너지이다. 차 창문 너머로의 대화를 나누면서 메뉴를 고르고 작은 일상 대화를 함께 나눠주는데 하루의 즐거운 에너지와 긍정적인 삶의 기운을 전해준다. 더치브로스의 메뉴는 시크릿 메뉴가 많은데 고객들이 조합해서 만든 레시피로 다양한 음료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 많은 비밀 메뉴를 고객들이 외우고 그걸 찾아서 주문하는 재미도 있다.





브로이스트 면접은 캐주얼한 포맷으로 진행된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친근하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함께할 브로이스트를 뽑는 면접이다. 직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묻는 질문 외에도 재미있는 즉흥 질문을 툭툭 하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슈퍼파워를 가진다면 무엇이 되고 싶고, 뭘하고 싶나요? 무인도에 딱 세 가지만 가져간다면 뭘 가져가고 싶은가요? 최근에 본 드라마, 영화, TV 프로그램 중 뭘 추천하나요?



더치브로스의 브로이스트는 직원으로 일하면서 3년이 지나면 매장을 본인이 차릴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인테리어나 큰 투자가 들어가는 것은 본사에서 지원해주고, 커피 장비나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내부 투자는 그 지점을 맡게 된 브로이스트가 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독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는 유무형의 자산과 정체성인데, 브로이스트가 매장을 하나 맡아 운영하게 되면 그 유무형의 정체성이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수다'라는 작은 small-talk이(가) 비즈니스 핵심이니 사람과의 교감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을 것이다.





2년이 넘는시간동안 폐쇄되고 단절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를 멀리하며 사람을 피해야 하는 것이 일상을 지키는 방법으로 자리잡았다. 모두들 이렇게 길게 폐쇄의 시간이 이어질지 몰랐고 당황했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일상을 회복하는 속도가 아닌가 싶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시국에서도 아니 어떠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람이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확인하고 따듯함을 유지하는 힘의 원천으로 인간다움은 여전히 강력한 비지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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