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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미 Nov 23. 2021

숲 속 음악감상실과
산길 드라이브코스

마케터의 로케이션 헌팅

장소 선정의 중요성 

(같은 공간도 위치에 따라 다른 의미가 된다)



마케팅의 끊임없는 숙제는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구 돼야 하는 가”이다. 모든 것에 있어 장소 선정은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늘 새롭게 생겨나는 공간을 끊임없이 찾아다니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물 같은 곳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전혀 그 쓰임새로 쓰이지 않았던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기획력이 발휘되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영화 로케이션 헌팅 전문가는 영화 씬에 맞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내기 위하여 전국 방방곡곡 숨어있는 장소를 찾아 돌아다니기도 하고 해외를 다니기도 한다. 아니면 평소에 미리미리 다니며 물색한 장소 중, 씬에 맞는 곳을 찾아 제안해주기도 한다고 한다. 해외 촬영이 많아진 국내 영화계에서도 해외 로케이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최적의 장소를 찾아 해외 올로케이션 촬영을 하기도 한다. 


나에게도 장소 헌팅을 다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처럼 여기저기 다니는 습관이 있다. 굳이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계속 새로운 곳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직업적 본능도 있다. 공간을 통해 새롭게 자극받아 풀려가는 기획의 실마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꼭 그게 어떤 것인지 모르고 지나가지만 나중에 새로운 일을 꾸밀 때 언젠가 어디선가 보고 느꼈던 감각과 장면의 시퀀스들이 어떤 숙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때가 자주 있다. 그래서 핑계를 대자면 미래에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주말에 열심히 쉬고 열심히 놀러 다녀야 하는 것이다.



장엄한 음악은 파노라마 뷰 산속 음악 감상실에서.


파크로쉬리조트앤웰리스 외부 부대시설로 자리 잡고 있는 ‘글라스하우스 오디오 룸’은 쉽게 말해 작은 음악 감상실이다. 산등성이들과 자작나무 사이에 지어진 통 유리 건물로 북유럽 어느 숲 속 온실 같은 공간이다. 대체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조용하게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것도 세계 3대 콘서트홀에 설치된 명품 음향시설인 ‘메이어 사운드’ 사의 스피커가 글라스하우스 전체에 클래식을 웅장하게 퍼트린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참 많은 몇 대 리스트가 있다. 전국 맛집과 원조만 해도 정하는 사람마다, 언론사마다 1위가 제각각 달라지는 나름대로 리스트 말이다. 오디오에 큰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세계 3대 오디오라는 수식이 사실 잘 와닿지는 않는다. 그래도 막 귀는 아니어서 좋은 건 좋게 들린다고 해야 하나, 유독 마니아층이 많은 오디오 시스템 마니아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들리는 음질은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메이어 사운드 래보로토리(Meyer Sound Laboratories)’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본사를 둔 전문 회사이다. 아직도 창업자 존 메이어는 소리 울림을 만드는 핵심 부품인 콘지를 직접 만든다고 한다. 북한 현송월 단장이 평창 음악회를 함께 준비하며 남한 측에 설치 요청했던 오디오가 바로 ‘메이어 사운드’사 제품이었다고 한다. 



마치 유럽의 예쁜 산장을 연상시키는 오디오룸 공간에는 벽난로의 장작더미와 사면을 둘러싼 넓은 창문, 벽돌 바닥, 라탄 재질의 동남아 리조트풍 의자들이 있다. 마치 눈앞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듯이 모든 악기의 하나하나 소리와 선율도 조화롭게 들린다. 구름이 지나가면 가는 대로, 비가 후드득 떨어지면 창문에 빗방울이 맺히는 대로, 리조트 직원이 조용히 와서 장작을 피워주면 장작이 타는 연기 내음이 나는 대로, 잠깐이나마 대화 없이 음악과 자연에 푹 빠질 수 있는 공간이었다. “메이어 사운드”라는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선에, 리조트 옆 별도 공간에 오디오룸을 세우고 조용한 자연 속 콘서트 홀을 만든 것은 리조트 측과 오디오 회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낼 만한 기획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미니쿠퍼 코너링 시승은 구비 구비 정선 산 길에서



그 이외에도 파크로쉬리조트와 협업한 브랜드는 많다. 또 장소와 마케팅의 절묘한 기획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미니쿠퍼” 시승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몇 해 동안 갈 때마다 늘 리조트 로비 바로 앞에는 빨간색, 파란색 미니쿠퍼 컨버터블이 주차되어 있었다. 리조트 이용 고객은 사전 예약하여 네 시간 동안 자유롭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참으로 적절한 장소 선정력이 아닐 수 없다. 미니쿠퍼의 경우 코너링이 뛰어난 자동차라고 하지만 사실 도심에서는 그 코너링을 제대로 느껴보기에는 어렵다. 코너링을 체감할 만한 코너도 많지 않을뿐더러 교통 체증과 신호등으로 시원하게 드라이브를 즐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선이라는 곳은 어떤가? 길도 꼬불 꼬불한 산길인 데다 왕복 이차선에 차도 많지 않고 신호등도 거의 없다. 달리면서 부드러운 코너링의 장점을 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자연 풍광이 워낙 뛰어나서 컨버터블의 최대 장점인 오픈카만의 시원한 드라이브도 체험할 수 있다.


 


몇 해 전 볼보에서도 신차 미디어 시승 간담회를 정선의 파크로쉬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산길을 달리는 것이야 말로 안전한 시승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눈이 많은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자동차의 경우 튼튼하고 눈길에 잘 미끄러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륜구동과 각종 첨단 안전장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시승식이 서울이 아닌 태백산맥 어느 자락에서 진행하는 것이야 말로 장소 선정이 열일 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장소라도 어떤 경험과 체험을 접목시키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어디에서 무엇을 보여주는지가 마케팅 장소 선정의 중요한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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