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지만 이를 가로막는 요인이 있는가? (가격, 편의성, 정보, 접근성 부족 등)
2.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편한 사항은 무엇인가? 고객들의 불만은 무엇인가?
새로운 시장 파괴 혁신 (New Market Disruptive)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크리슨텐슨 교수(Clayton Christenson)가 오랜 시간 동안 설파해 온 '파괴적인 혁신' 이론은 크게 두 가지로 집중된다. 첫 번째는 '저가 혁신'이고 두 번째는 '신시장 파괴 혁신'이다. 여기서 새로운 시장이란 기존에 없는 시장을 말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시장을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개척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은 주류 시장에서 벗어나 소극적 소비자를 공략하여 기존 기업에 비해 쉽고, 편리하고, 저렴하게 어떤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선도기업의 핵심 사업 영역에서 약간 비껴나가 있는 작은 시장, 주목 받지 못하는 비주류 시장, 수익이 적은 시장, 성장성은 있지만 아직 파이가 작은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크리슨텐슨 교수가 말한 '새로운 시장 개척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작게 열린틈을 타고 측면에서 정면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파괴적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추진력도 중요하다. 가격이나 편리함 등 즉각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주류 시장의 고객을 빠르게 흡수해야 한다.
핀테크는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금융과 테크놀로지의 합성어이다. 카카오페이, 페이코, 네이버 페이, 제로 페이 등 간편 송금 서비스 중에서 유일하게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토스'가 최근 핀테크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토스(Toss)' 서비스가 저자본으로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파괴적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는지 살펴볼까 한다.
핀테크로 조 단위 기업이 된 토스
치과의사 출신의 이승건 대표가 이끄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창업 4년 만에 기업 가치 1조 3천3백억 원을 넘긴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창업 5년 차 현재 비바리퍼블리카의 대표 앱인 토스(Toss)는 누적 다운로드 수 2,300만건, 간편 송금 앱 1위, 누적 거래 36조 원에 달하고 있다. 오픈애즈 통계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전체 앱 중 신규 앱 설치 1위이며 스마트폰 보유자의 33.09%가 설치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얼마 전 제3 인터넷 전문은행이 되기 위해 야심 차게 도전했고 예비인가 심사에서 아쉽게도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금융위에서 요청한 주주구성 요건으로 다시 구성하여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비금융 전문가로 구성된 젊은 스타트업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주요 은행, 보험회사, 카드회사와 제휴하여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제3인터넷 전문은행이 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출근 대신 홍대 카페로, 가락시장으로
토스는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설치 없이도 전화번호나 카카오톡 아이디만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간편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승건 대표가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비바리퍼블리카의 창업 성공 스토리는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었던 시기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만들었던 시기로 구분되는 것 같다.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젊은 패기로 모여 앉아 만들었던 8개의 다양하고 자잘한 앱 론칭과 실패는 결국 '사람들이 진짜 필요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3개월간 사람들이 진짜 필요할 만한 앱을 기획하기 위해 매일 각자 지역을 나누어 돌아다니며 사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카페로, 시장으로, 여러 사무실 인근으로, 식당으로 다니며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관찰했고 3일에 한번 모여 서로 관찰을 공유했다. '고스트 프로토콜'이라고 불렀던 이 실험을 통해 100여 개의 아이디어가 탄생했고 그중 여섯 번째 시도가 바로 지금의 '토스'서비스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였지만 그마저도 론칭 후 1년 동안 실질적 빛을 보지 못했다.정부 규제 때문이었다.
<별에서 온 그대>와 리트머스 테스트
아이러니하게도 토스를 가로막던 정부 규제가 풀리게 된 계기는 바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였다. 이 드라마가 소위 대박이 나면서 외국인의 간편 결제 수요가 맞물리게 되자 '토스'에 대한 정부 규제가 풀렸다고 한다. 꼭 드라마 때문에 풀린 것은 아니겠지만 규제를 푸는 속도를 당기는 데는 어느 정도 역할을 했을 것으로는 짐작된다. 중국 고객들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천송이의 바바리코트, 선글라스 등을 구매하고 싶어도 액티브 엑스 설치나 공인인증서 때문에 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국만의 고유한 금융시스템과 보안 관련 복잡한 자물쇠가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 열풍덕택에 간편한 열쇠로 풀린 것이다. 내국인도 해외에 거주하며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때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액티브액스 설치 문제다. 그리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공인인증서 때문에 금융 거래를 원활하게 이용하기 어렵다. 또 가족이나 다른 사람 명의로 된 휴대폰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금융 서비스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은행 시간에 맞춰 금융 상담을 받거나 서비스를 받는것은 더욱 어렵다. 보통 은행의 대민 업무 시간은 일반적인 출퇴근 시간보다 짧기 때문이다. 나는 점심시간을 쪼개 은행에 가면 점심시간에 몰려있는 대기 번호표를 보고 은행업무를 포기하고 돌아서기도 했다. 핀테크를 이용한 간편 송금 및 금융 서비스는 이런 문제를 한번에 해결 주었다. 이젠 각종 기존 은행들도 간편한 계좌 관리,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챗봇이나 앱을 통한 온라인 상담을 통해 간편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토스'를 가로막던 정부 규제가 당시에는 언제 풀릴지 몰랐지만 언젠가는 그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규제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모두에게 혜택이 되는 공익적인 서비스라면 규제로 굳이 막아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편리함으로 바꾼 '고스트 프로토콜'
'토스'를 론칭하기 전에 길에 나가 사람들을 3개월간 관찰했던 고스트 프로토콜 과정은 새로운 시장을 파괴적으로 개척하기 위한 일종의 리트머스 테스트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발할 때는 그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서비스의 효용성을 사전에 충분히 테스트해야 한다. 크리슨텐슨 교수가 말한 리트머스 테스트 1 단계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지만 어떤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이 어떤 불만 사항이나 불편 사항을 갖고 있는지 자세히 들어보아야 한다. 가격, 편의성, 접근성 등 어떤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그 장애물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것을 집중적으로 제거하면 되기 때문이다.
제품 효용성을 강조한 킬러 콘텐츠 마케팅
토스앱을 쓰지 않거나 토스를 몰라도 '내 숨은 보험 찾아줌'이나 '숨은 내 계좌 찾기' 서비스는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토스가 초기에 이용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고안한 킬러 콘텐츠가 바로 사람들에게 잠자고 있는 계좌 잔액이나 보험금을 찾아 주는 서비스였다. 최근에는 자동차 번호 입력으로 간편하게 내 차의 중고차 시세 비교, 자동차 보험료 비교, 차량 판매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추가하였다.
사실 토스의 수익모델은 일반 고객이 아니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이다. B2B 수익 구조는 이용 고객이 많이 모여야 그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휴를 통해 기존 금융권의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간편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송금 서비스는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한 투자이다. 왜냐하면 금융 공동망을 쓰지 않는 '토스'는 카드 회사의 자동이체와 같이 '펌뱅킹 망'을 이용하여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송금 건수마다 수수료를 은행에 내고 있기 때문이다.
숨은 보험금 찾기나 잠자고 있는 내 계좌 잔금 찾기 대국민 운동은 메인 금융 서비스가 아니라 앱 다운로드 수를 올리고 이용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킬러 콘텐츠 광고였다. 초반의 토스의 편리한 이용 방법에 대해 재미있게 보여주는 바이럴 영상 대비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킨 콘텐츠 광고 전략은 비용 대비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숨은 보험금 찾기 캠페인
신용 등급 조회 서비스를 쉽게 설명해주는 광고
'차량번호만으로 내차 시세 조회' 광고 캠페인
매일이 빛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
'토스'의 사례를 바탕으로 파괴적 혁신, 새로운 시장 파괴 과정을 살펴보았다. 오늘 글을 마무리하면서 최근 영감을 주는 글귀 중에 '매일이 빛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는 문구를 인용해본다. 해가 뜨고 지고, 새로운 하루가 리셋된다. 새로운 빛을 내고 다시 반짝일 수 있는 하루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우리에게 내려진 빛을 가리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생각과 혁신을 가로막는 허들은 무엇인가? 우리가 최선을 다해 걷을 수 있는 장막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