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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미 Jun 17. 2019

다양성이 만드는 균열의 기회

어느 날 보게 된 청년 떡집이라는 브랜드의 떡 이미지이다.  멍 때리며 달리는 버스 안에서 청년떡집 광고를 처음 접하고 찾아본 웹사이트에서는 무한 반복되는 gif 사진이 메인화면 가득했다. 마약떡(옥수수+크림), 티라미슈 크림떡, 흑심떡, 카카오떡(카카오+팥크림), 구워 먹는 마약떡(콘치즈), 인생떡(인절미+크림), 바밤떡(아이크스림떡), 구워 먹는 인절미 꿀호떡, 녹차 크림떡 등 다양했다. 탄수화물 마니아인 내가 전통적인 떡과 빵 그 사이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채워주는 이미지였다. 칼로리 측면에서는 심히 고민될 비주얼이지만 가끔은 이런 마약(?)떡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임홍택 씨의  책 <90년대생이 온다>에서 설명한 90년대생의 특징은 이렇다. 간단, 재미, 솔직! 이 세 가지가  젊은 소비자층에게는 중요하다. 길고 복잡한 설명보다는 직관적인 이해가 중요하고, 병맛이나 신조어로 표현되는 삶의 유희를 통해 하루하루의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 큰 성공가도를 달리기보다는 공정한 시험을 통해 진입할 수 있고 노년까지 안정적인 공무원에 대한 직업 선호도가 제일 높다. 남들이 하는 브랜드를 따라 하기보다는 나의 개성에 맞는 옷을 잘 고르고 코디하는 것이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 청년 떡집은 이런 간단함, 재미, 솔직함의 코드가 담겨있다. 떡의 반을 자른 속에 가득 찬 떡고물과 양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손가락으로 눌러서 터져 나오는 GIF 영상만 반복해서 보여준다.



암석 파괴 이론과 작은 틈의 기회


바위틈을 뚫고 자라는 나무나, 아스팔트 위를 뚫고 피어나는 꽃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암석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을 계산하는 암석 파괴 이론이 있다. 예를 들어 공사 현장에서 암석 덩어리들을 깨고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우선, 암석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확한 힘을 가해서 안전하게 그 암석을 깨야 할 것이다. 그리피쓰(Griffith)의 암석 파괴 이론은 이론적 파괴강도와 실제 재료의 파괴 강도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했다. 모든 재료에는 고유의 미세한 균열이 있고, 파괴는 바로 그 미세한 균열을 기점으로 하여 일어난다. 암석 내 가장 약한 미소 균열(Micro crack 또는 Griffith crack)을 찾아내서 그 부위에 계산한 힘을 가하면 새로운 균열이 순식간으로 퍼지면서 암석이 갈라진다는 것이다.




다양성이 만드는 균열


처음 이름을 듣고 연상한 것은 방앗간 또는 오랜 가업을 물려받은 청년이었다. 찾아보니 청년떡집은 '양유'라는 식품 전문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만든 떡 브랜드였다. 양유는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청하 등의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고, '얼리버드' 와 같은 게임 관련 어플 등을 제작하기도 하고, CJ오쇼핑에서 떡 4종 세트를 판매하기도 한다. 직접 브랜드를 운영하기도 하고, 동시에 온오프라인 마케팅 대행사 역할도 하는 매출 40억대의 젊은 회사다. 사장이 없는 조직으로도 알려진 양유는 4명의 식음료 브랜드 매니저 출신의 디렉터가 있고, 디렉터, 리더, 매니저 총 3의 직급으로 구성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식음료 분야에서도 전통적인 식품 회사, 대기업, 프랜차이즈, 해외 유명 브랜드가 아닌 중소기업이 만드는 소규모 브랜드가 눈에 띄는 성공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형 백화점 식품관 입점 브랜드 최근 트렌드를 보면 소규모 청년 창업으로 시작해 입소문을 타서 백화점에 진입한 곳도 늘어나고 있다.


청년떡집이 홍보 기사에서 밝힌 것에 의하면 청년떡집의 떡은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주)영의정에서 외주 생산한다는 것이다. 내가 가끔 제주도 여행에서 맛보았던 오메기떡이 생각나서 주문하던 곳이었다. 1987년 설립된 전통 떡 전문 매출 100억대의 '영의정' 역사는 청년떡집 로고에 새겨진 1987과 함께 한다.  양유는 '청년떡집' 성공을 시작으로 현재는 '만두몬스터', '우주인피자', '달빛야식'을 운영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각각의 식품 전문 회사와 협업하여 만들고 있다. 식품 공장 없이 순수 마케팅만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업계의 전통 룰이 깨지고 있다.


SNS에서 입소문을 일으킨 '요괴 라면'은 다섯 명의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만든 옥토끼 프로젝트의 대표라면이다. 수요미식회 패널로도 종종 출연하였던 미식가이자 패션 브랜드 '앤디 앤 뎁'의 디자이너, 온라인 유통 업체 대표, 투뿔등심 등을 운영하는 외식 사업가, 인테리어 전문가, 대사관 출신의 다섯 명이 의기투합해  기획하고 라면 전문 생산 업체를 통해 생산한 라면이다. 종로에 '고잉메리'라는 오프라인샵을 열고 라면을 매개체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다른 회사에서 만든 라면이 있다. 언뜻 보면 고기 선물세트로 보이는 '라블링'은 화장품 회사에서 만든 라면이다. 라면 티백, 랍스터가 들어간 '랍면'등을 히트시킨 화장품 회사에서 기획한 라면이 SSG 푸드마켓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정찬우 씨가 광고하는 소주에 타 먹는 '꽐라만시' 제품은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에서 기획한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편의점, 홈쇼핑 등에 판매한다. 언어유희를 즐기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하여 깔라만시에서 '꽐라만시'로, '놓치지마' 에서 'No 치지마' 로 말을 바꾸어 소주병 모양을 담은 팩을 디자인하였다. 짤 광고도 정돈된 상업적 광고라기보다는 대충 핸드폰으로 찍었을 형식이다.


옥토끼프로젝트의 '요괴라면' 시리즈


화장품 회사 로사퍼시픽의 라면 '라블링'과 '랍면'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찬우's 꽐라만시'



임계점을 찾아내고 시장의 균열을 시도하다.


암석과 같은 어떤 물질을 안전하게 파괴하기 위해서는 파괴할 대상의 재료적인 속성을 이해하고 균열이 시작되는 지점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미세 균열이 시작될 곳에 정확한 힘을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세 균열이 시작되는 시점은 임계점을 넘어서는 시점이다. 시장과 고객의 취향이 다변화되면서 틈이 생기고 있다. 전통적인 회사나 브랜드가 아니어도, 업계 관련도가 적어도, 경험이 없어도, 전문적이 않아도 재미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면 그 마음을 알아주는 고객이 있다. 고객과 소통하는 기회는 즉각적으로 열려있고 그 비용은 SNS로 인해 현저히 낮아졌다. 아직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못하였고, 고객 또한 인지하지 못한 무의식의 갈증을 누군가 발견하고 산뜻한 기획을 시도한다면 그 지점에서 미소 균열(micro crack)이 시작이 될 것이다. 일상 주변에서 주의 깊은 관찰과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다 같이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고 주변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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