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마통 Apr 14. 2018

김대리의 '사내연애'법

거참, 연애하기 딱 좋은 날씨다

적고 있습니다. 

누구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덤덤히.

내가 느낀 직장과 청춘에 대해서.

그것이 때론 불편한 이야기 일지라도






봄바람 휘날리며~



불어오는 봄바람에 걸친 외투도 내 마음도 얇아지고, 거리엔 벚꽃이 만발했다. 

(당신께서 이 글을 언제 읽고 계실진 모르겠지만) 

영화 신세계에서 중구는 죽기 딱 좋은 날씨라는 표현을 했고, 


요즘 같은 때엔 정말 살기 딱 좋은 날씨다. 


근데 벚꽃과 달리 연애는 그 ‘때’라는 것이 없는 것 같다. 

뭐 원래 연애에 때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암 그렇고 말고



열심히 일해서 성과 내고, 연봉 올리고 진급하고, 

그곳에서 감정의 소비는 쓸모없는 행위인 것처럼. 


근데 내가 회사를 다녀보니까, 

거기서도 많이들 소비하시더라. 



매 마른 직장인들이 바쁘게 지나치는 여의도 역 출근길,  

보도블록 사이로 올라오는 한 떨기 민들레 꽃 같달까? 


‘아니, 이런 곳에도 꽃이 핀단 말이야?!’  



근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암술과 수술들 한 공간에 몰아놓고 하루에 10시간 이상 비비며 지내다 보니 꽃대가 안 올라올 수 없겠다. 



나 역시 그 ‘감정의 소비’라는 것을 경험해 보았고, 

경험자 혹은 주위에 보고 들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한 말씀드리자면, 


사내연애는 이렇게 할 것을 추천드린다! 




첫째, 좋아 죽겠지만 둘이서만 좋아할 것



사실 이 글은 이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데, 그냥 비밀 연애하라는 게다.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것이 무슨 죄라고 떳떳하게 말하지 말라는 것인가? 싶지만, 

세상 모든 일엔 시작과 끝이 존재하고, ‘회사’와 ‘연애’에 있어서 그 ‘끝’을 동일시시킬 수 없음에 문제는 발생한다. 


연애가 끝이 났어도 회사는 끝낼 수 없으니까.  



이별 후에도 업무적으로 계속 엮이게 되고, 자의든 타의든 상대방의 소식을 확인하게 될 것이고, 좋으나 싫으나 주위의 시선과 숙덕거림(?)은  온전히 본인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속 시원하게 공개 연애하셨던 분들도 봤지만, 과거의 연애 이력은 꼬리표처럼 몇 년이고 따라다니더라. 사원 때 꼬리표가 과장까지 이어지고, 심지어 퇴사하는 그 순간까지도. 


만남에 앞서 이별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이 놈에 회사라는 곳은 얼마나 역설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현장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비밀 연애는 이런 커다란 장점이 있다.  


아무도 모르는 둘 만의 교감을 이뤄간다는 카타르시스!  


이 얼마나 변태적이고 원초적인 쾌감이란 말인가? 뭔가 이브의 사과를 베어 먹은 것 같은, 남몰래 금단의 영역을 침범한듯한 기분은 그 어떤 것으로도 느낄 수 없으리라. 


주변에 당당히 밝힘으로써 공식 KC 인증 도장을 받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겠지만, 회사의 ‘끝’까지 동기화시킬 생각이 없다면, 퇴사하는 그 순간까지 비밀로 굳힐 것을 추천드린다. 


나중에 날 잡고 청첩장을 돌리는 그 순간이 온다면, 그때 공개해도 늦지 않다. 




둘째, 가까이서 찾지 말고 멀리서 찾을 것 



앞서 말한 비밀 연애와 같은 맥락으로,  

회사 내에서 최대한 엮이지 않는 먼 곳에 있는 그분이 연애 상대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간혹 같은 팀 내의 이성에게 눈길이 간다는 사연을 듣기도 하는데, 정신 차리시라고 귀에 대고 ‘레드-썬’을 외치고 싶다. 


생각해보시라. 

전 연인과 이별 후에도 월화수목금 매일 같이 얼굴을 봐야 하고, 점심은 둘째치고 팀 회식이라도 하면 아무렇지 않은 듯 술잔을 기울여야 하고, 얼굴 볼수록 지난 생각에 마음은 아프겠고, 극단적인 예지만 상대방의 새로운 연애 또는 결혼 소식을 눈앞에서 접하게 될 것이고. 


뭐 이만하면 더 이상 부연 설명 드릴 필요가 없겠다. 



또한 오늘 상무님께 보고 드린 후 ‘개’ 같이 깨진 삶의 치열한 현장까지, 들키고 싶지 않은 부분도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절호에 기회이다.


연애 중이건 연애 후에 건 무소식이 희소식이고, 그 거리가 멀어서 소식이 안 들리면 안 들릴수록 좋다고 할 수 있겠다. 




셋째, 김대리님과 자기님을 구분할 것 



각자 2가지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밖에선 사랑스러운 나의 연인, 그리고 회사 안에선 철저한 비즈니스 파트너. 

이 경계의 명확한 구분 없이 동일한 시선으로 상대를 바로 본다면, 사내 연애는 곧 행복이자 동시에 고난의 연속일 것이다. 


밖에서의 감정이 회사 안으로 이어지면서 업무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고, 그 감정이 도로 회사 밖으로 고스란히 전이되면서 또 다른 감정 선을 낳게 될 것이다. 그렇게 결국 뫼비우스의 띠는 완성이 될 것이고, 당신은 연인의 사랑스러운 입에서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멘트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자기야! 아까 회의 시간에 내 의견에 막 그르케 하드라?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때론 아수라 백작의 두 얼굴이 둘의 숭고한 사랑은 물론, 나아가 인류 평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상 김대리가 느낀 사내 연애의 단편이다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방어적으로 이야기한 면도 있는데, 반대로 연애에 있어서 같은 회사라는 출신 성분이 주는 장점 또한 많다. 사내 연애를 통해 결혼에 골인해서 남 부럽지 않게 살고 계신 선남선녀도 많고. 



다만, 안 그래도 머리 아픈 직장 생활에서 연애를 통한 안식은커녕,  

회사에 한숨 쉬고 연애에 슬퍼하는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것을 누구의 잘못이라고 탓할 수 있을까.  


회사인가, 상대방인가, 나인가. 




사실 필자는 현재 지금 커피숍에 앉아있는데 말이지.

창 밖을 보니까 거참,  


연애하기 딱 좋은 날씨다





작가의 이전글 신입 사원의 마지막 '까방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