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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미테 Sep 13. 2021

10% 추가 지출

연희동



아침부터 미친 듯이 내리던 비가, 철거작업 중반 즈음에 멈췄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폭우에는 10% 더 받는다는 작업반장의 말을 무시할 걸.          


“가판대 하나 남은 것은 어떻게 할까요?”          


“두세요, 남은 짐 치워주실 때 같이 치워주셨으면 해요”          


“네 알겠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10% 수익에 조금 들떠있기까지 한 목소리이다.

애초에 실내 인테리어를 철거하는데 폭우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따져 묻고 싶었지만, 당장 짐을 빼야 하는 입장이라 현장에서 계약을 무를 수 없었다.          

작업반장이 나가고 나서야 텅 빈 공간을 둘러본다.


10년을 운영했던 편의점이다.

물건들이 모두 사라지니 새삼 적은 규모가 아니었음을 실감한다.

수요가 많은 원룸  한가운데, 채광 좋은 1, 평수에 비해 저렴한 월세까지, 건물주 아들이 돈가스 집을 차리겠다고만  했어도 아마 영업을 계속했을 것이다.          


하루 세 번 청소에 반짝반짝하던 흰 바닥이 처음으로 흙 발자국 투성이가 되어있다.

밖에 세워둔 차 트렁크에서 늘 구비해 다니는 극세사 타월 두장을 꺼내온다.

바닥을 닦아본다.

닦고, 닦다가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몇 개월 전이 떠오를 때에서야 까맣게 때가 탄 타월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손을 털고 집에서 챙겨 온 플러스펜과 빳빳한 종이를 가방에서 꺼낸다.

덩그러니 남은 가판 위에서 준비해온 말을 적는다.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짧은 인사지만 출력된 활자보다는 모양새가 있어 보이기를 바라며

문에 종이를 붙였다. 그러다,

랩핑 제거 작업 시에 문 바깥쪽의 ‘미세요’는 떼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떼려다가 그냥 둔다.

나는 안쪽에서, 당겨서 문을 열어 10년간의 편의점 영업을 마무리할 것이다.


가판 위에는 인부들이 마시고 버려놓은 커피캔과 생수병을 주워 올려두었다.

“반 고흐의 의자” 나, “고갱의 의자”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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